민주주의나 한국의 정치를 이야기할 때, 이상한 명제 하나가 마치 당연한 상식인 것처럼 등장하곤 하죠. 보수와 진보가 50:50 정도의 구도로 나뉘어 대등한 상태로 정책 경쟁하는 것이 정상이다'라는 명제입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마치 신화와도 같은 저 명제는 정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인정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저 명제는 정말 완벽하게 증명되었거나 민주주의의 무슨 법칙과도 같아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불필요한 것이 맞을까요?

저 명제를 상식(?)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특정 정당에 대한 몰표가 이루어지는 호남과 영남은 정상적인 선거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닐겁니다. 오히려, 65 : 35 정도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영남보다는 80: 20 정도의 심한 편중도를 보여주는 호남이 더욱 심각한 비정상으로 보이는게 당연하겠죠. 그래서 누구나 쉽게 호남인들을 정치적으로 제 정신이 아닌 것으로 묘사하고, 슨-상님에게 홀린 불쌍한 지역 취급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인식 바탕위에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넷상의 홍어나 전라디언이라는 멸시적인 용어에는 80%가 넘는 비상식적인(?) 몰표를 보여주는 전라도 사람들은 뭔가 정상이 아닐거라는 속내가 들어있을겁니다. 그들에게 호남인들은 김대중에게 영혼을 팔았거나, 기득권에 미쳤거나, 피해의식에 쩔어있거나 셋 중 하나겠죠. 무식하고 냄새나는 야만인들. 홍어. 

그런데 이상하죠. "MB OUT! 을 외치는 깨어 있는 시민"들은 종종 어째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50%에 근접하는 높은 지지를 받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곤 하죠. 그러면서 국개론을 외치기도 합니다. 지역감정(?)이 없는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50%의 지지율을 받는 것은 그들의 상식에 비추어 당연한 것일텐데 왜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국개론을 들먹이는 걸까요? 

그런데 돌아서서는 '한나라당의 씨를 말려버리는 호남의 80%'는 확실히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곤 하죠. 그런 괴상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짱구를 굴린 끝에 결론을 내립니다. 무언가 김대중과 민주당이 술수를 부린거야. 호남정치꾼들의 기득권을 위해 저러는게 틀림없어라는 단정을 합니다. 그리고선 외칩니다. 타도하자 호남기득권!! 박멸하자 호남토호들!! 깨어나라 호남민중!!!

그런데 말입니다. 20:80으로 양극화된 사회라는 말이 있죠. 20% 소수의 기득권들이 80%의 사회적 부를 챙겨간다는 불평등 사회. '깨어있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진보성을 드러내기 위해 즐겨 애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한나라당을 저주하는 것도 그런 불평등 사회의 주범이라는 생각 때문이고, 그들이 '기득권'이라는 단어에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하며 타도를 외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 정도 사회적 교양과 인식을 갖추어야 어디가서 "깨어 있는 시민"이라 말빨세우며 자랑할 수가 있겠죠. 

그런데 그 분들이 미처 모르는게 하나 있어요. 정치는 사회의 거울이자 반영이라는 것을 말이죠. 정당의 지지율 분포는 정확히 사회적 균열과 일치해야 정상입니다. 만약 사회가 20:80으로 균열되어 있다면, 정당의 득표율도 20:80으로 나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상식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치가 무언가 왜곡되고 비틀어져 있는건 아닐까부터 의심해야 하는건 진보주의자로써 기본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진보주의자임을 자청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쌩기초와도 같은 이 논리는 왜 헌신짝처럼 버려졌을까요?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그러면 따져보죠. 상위 20%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은 어째서 선거때마다 50%의 득표율을 넘나들수 있을까요? 30%가 계급을 배신해서 엉뚱한 정당에 투표하기 때문이겠죠. 그럼 왜 그들은 배신할까요? 딴거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냉전반공주의 색깔론 지역감정 부동산 성장제일주의 양비론 정치혐오선동 등등을 동원하기 때문이죠. 거기에 양념처럼 뿌려지는 적당한 양보까지 더해져서 50%까지 끌어올리는게 그들의 기본 전술입니다. 사회의 균열을 정직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일그러지고 왜곡된 한국 정치의 모습이죠.

그렇다면, 어떤 지역에 한나라당의 그런 전술에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냉전반공주의 색깔론 지역감정 부동산 성장제일주의 양비론 정치혐오선동등에 말려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20:80이라는 사회적 균열이 본래의 모습 그대로 정치에 표출되지 않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한국 사회에는 그런 분들이 존재하죠. 바로 호남인들입니다. 오랜 사회적 차별과 정치적 탄압이 그들을 특별한 정치집단으로 훈련시켜놨던 것이죠. 호남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20% 이하를 맴도는 이유입니다. 또한 민주당이 한국 사회 80%의 이해를 여타 야당들보다 더 잘 대변하는 정치세력이라는 준거이기도 하구요.

그러므로 호남을 향해 '50% 정도는 한나라당을 찍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라'는 둥 "호남에서 아주 쉽게 당선되는 민주당 의원들은 기득권을 버려라"는 주장들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입니까? 30%가 한나라당의 전술에 홀려서 계급을 배신하는 수도권이 정상이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호남이 비정상이라는데 정말 그럴까요? 호남은 지역주의 투표를 하는것이고 그들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은 호남지역당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그런데 그런 자들의 집합소인 혁통이라는 정치양아치들에게 민주당을 통째로 갖다바치고 호남은 빨대 꽂힌 노예가 되어야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깨어있지만 무식한 시민들. 깨어 있지 못한건 그저 한심할 뿐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지만 무식한건 정말 위험한 겁니다.

조중동과 한겨레가 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같은 논리를 동원해서 호남과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바로 50:50이 민주주의이고 정상이다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지 딴 이유 없습니다. 그런 인식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당연한 상식처럼 대접받고 있죠. 그런데 그 상식은 과연 누가 유포한 것일까요? 호남의 몰표는 이기적 지역주의라는 말은 과연 누가 퍼뜨린 것일까요?

50:50 그거 결코 정상 아닙니다. 20%의 기득권들과 영남패권주의자들과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퍼뜨린 거죠. 민주당 이하 야당들을 오랜 혼란과 고통과 반목속으로 몰아넣은 비극의 씨앗입니다. 그런데 그 악마의 씨앗을 고이 품어서 무럭무럭 커다란 나무로 키운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러나 제가 이런 글 써봐야 아무 소용이 없겠죠. 그저 지역주의와 기득권에 미쳐 통합을 반대하는 난뉭구라는 대꾸만 돌아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