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윤리적 판단 대상을 종류별로 나누면 크게 세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1.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더 이상 윤리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들 (도박, 대부업, 존엄사 등)
2.  어떤 이유로도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법률로 강제해야 하는 것들 (폭행, 절도, 살인 등)  
3.  윤리적으로 문제있고 불법의 영역이지만, 적극적으로 법률을 적용하기 힘든 것들 (낙태, 혼외성관계, 욕설 등)
(존엄사는 아주 최근까지 2에 속해있다가 1의 경우로 위치가 바뀐 케이스인데, 아직 윤리적 논란은 남아 있는 케이스가 되겠죠)

성매매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은, 아직은 성매매가 어느쪽에 속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일겁니다. 1의 경우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성매매금지법이 말도 안되는 법률이라 하실테고, 2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성매매는 처벌해야 할 범죄라 하실겁니다.  3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상당수 있겠죠. 각각의 입장에 따라 대처방법도 합법 불법 묵인등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성매매는 최근까지 3에 속해있다가 아무런 사회적 합의과정도 없이 정부의 의지에 따라 갑자기 2의 영역으로 바뀌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상입니다.

그런데 사실 윤리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달라지는, 상대적인 부분이 굉장히 큰 영역입니다.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절대적인 윤리적 명제는 얼마 되지 않죠. 살인 절도 폭행 강간등에 대한 처벌이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절대적인 윤리조차도 시대에 따라 강화되는 추세인 것과 약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들로 나눠집니다. 

가령 살인에 대한 윤리는 시대에 따라 강화되는 추세라서 이제는 국가마저 살인(사형)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 대표적인 예이겠지요. 과거 자기 소유의 노예나 배신하는 부하들을 함부로 죽여도 상관 없던 시대를 지금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남녀간의 성관계는 완화되는 추세라고 봐야겠지요. 이제 더 이상 미혼남녀들의 자유로운 성관계에 윤리적 잣대를 적용하는 사람은 종가집 어르신들 말고는 잘 없습니다. 심지어 성역처럼 여겨지던 혼외성관계마저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게 사실이지요.

그러면 성매매는 어떨까요? 저는 우선 성매매합법화를 절대적 윤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들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성매매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서 지켜내야할 절대적 윤리의 대상으로써 반드시 박멸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죠. 그런데 저는 그분들이 합법화된 도박인 카지노와 합법화된 고리대금사채인 대부업은 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으시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죠.

물론 저는 여전히 성매매가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성매매는 분명 윤리적으로 문제있어요. 그러나 성매매합법화는 찬성입니다. 제가 도박과 고리대금을 윤리적으로 문제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카지노와 대부업은 찬성인 것과 마찬가지죠.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창궐할 것이다라는 주장은, 마치 카지노때문에 도박이 창궐할 것이다 혹은 대부업때문에 고리대금사채가 창궐할 것이다라는 주장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허가받지 않은 도박과 고리대금사채는 강력하게 처벌받는 불법입니다.

오히려 카지노와 대부업의 등장이후로 음성적으로 행해지던 도박과 사채는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고, "도박을 하든 말든 왜 단속하느냐" "돈놀이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반대 논리는 잠잠해진 것이 현실입니다. 카지노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사실 도박조직이나 타짜들일테고, 대부업때문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사채업자들이겠죠. 저는 성매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봅니다.  

카지노나 대부업처럼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 법의 통제를 받으면서 성매매를 할 수 있게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음성적인 성매매는 현재보다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일 것 같습니다. 또한 그래야만 성매매단속이 아무리 엄격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할 것이고, 지금처럼 아무나 성매매업소를 차려놓고 영업에 나서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겠죠.

그리고 어떤 분은 성매매합법화를 하면 수요를 맞추느라 인신매매나 납치가 창궐할 것이라고 주장하시던데, 참 어이없는 주장이십니다. 대부업합법화를 하면 대출수요를 맞추느라 현금강도와 절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신매매나 납치는 치안의 문제이지 그게 어떻게 성매매합법화의 문제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