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서울 시내를 다니면서 뭔가 바뀌었다고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사람들이 점점 더 기본적인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 별로 교통질서 지키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에는 점점 더 개선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구요.

그런데, 몇 년 전 그러니까 이명박 집권 이후부터 점점 더 과거 회귀 심지어 과거보다 더욱 악화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는 걸 기다리는데,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태연하게 길을 건너가고 건너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와 달리 당당하게, 고개 빳빳이 쳐들고, 마치 보라는 듯이, 과시하듯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횡단보도에 설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이런 사람이 한두 명은 보입니다.

과거에도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그래도 좀 창피해 하거나 미안해 하는 기색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일부러 과시하는듯한 태도입니다. 이게 과거와 뚜렷하게 달라진 모습 같습니다. 특히 일부러 튀는 행동을 할 나이는 지난, 연배 지긋해 보이는 분들이 더 많이 그럽니다. 이것도 좀 충격이더군요.

제가 사는 동네가 좀 후져빠진 동네라 그런 걸까, 그런 생각도 해봤는데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강남이나 여의도 같은 곳에서도 그런 모습을 봤고, 요즘에는 차량들도 신호 무시하고 그냥  건널목을 가로지르곤 하더군요.

너무 안이한 해석인지 모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신뢰와 질서가 무너져가는 현상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와 위엣넘들부터  순 강도질 도둑질로 호가 난 놈들이다 보니 그런 게 평범한 민초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입니다. 단순하게 흉내내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일종의 항의 표시일 수도 있고. 제가 지켜보고 판단하기로는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선관위 디도스 공격인지 해킹인지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이걸 정말 한나라당이나 여권 쪽에서 기획했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그쪽에 원인이 있다면, 이건 한나라당이 더 이상 국정 운영을 하기 힘들 정도로 내부가 무너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다고, 파렴치한 범죄 집단에도 내부 규율과 질서가 있는 겁니다. 공자 식으로 말하자면 '도척의 도'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제 그런 질서조차 무너진 것 같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부터 따지자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서 반 세기 이상 이 나라를 경영해왔는데, 이제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온 것 아닌가... 그런 생각입니다.

나는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이런 PK 출신들, 엄격하게 말하면 영남패권 2.0이 등장하는 것도 실은 민주당의 한계에서 그 이유를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영남패권 1.0인 한나라당 시스템이 더이상 이 나라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노후화 노쇠화 진부화한 데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즉, 니들 갖고는 죽도 밥도 안되겠고, 이러다가 (영남) 다 죽겠다... 그러니 바꿔보자... 이런 마인드 아닐까요?

확실한 것은 이런 영남패권 2.0은 결코 영남패권의 극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더욱 악랄화, 강고화될 가능성이 높죠. 겉으로는 몇몇 문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더욱 안으로 곪아터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봅니다. 박정희 죽고 전두환 등장하면서 정의사회 구현 내걸었던 것이나, 전두환 물러나고 노태우 등장하면서 삼당합당으로 호남고립 구도가 더욱 강고화 항구화된 것을 기억해보면 비교적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이번 선관위 사이트 공격을 보면서 '한나라당이 무너지고 있다'고 마냥 기뻐하기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스템은 무너져가는데, 그걸 근본적으로 고치고 치료하는 게 아니라, 썩은 본질(영남패권)은 버려두고 겉포장(깨어있는 시민들이라나 뭐라나?)만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실은 개선도 아니고 문제의 악화/고질화를 감추는 사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