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칼럼을 보니 강준만도 박원순을 비판하면서 '정치혐오'의 위험성을 경고 했는데, 사실은 강준만이 정치혐오와 `정치인 혐오` 현상을 혼동하고 있는 거다. 지금 한국에 만연하고 있는 것은 정치혐오가 아니라 정치인 혐오 현상이다. 정치인 혐오의 원인 제공자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부패한 정치인들이지만 묻지마 투표로 특정정당(특히 한나라당)만 찍어대는 유권자들이 더 문제다.


그리고 정치인 혐오현상의 원인 제공에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 그리고 당시 열우당 의원이었던 지금의 민주당의원들도 한 몫을 했다. 그들이 집권당 시절 한 게 뭔가? 노무현이 닭짓 할 때 제대로 반대한 사람이 있었나? 결국 이명박에게 정권과 다수당의 지위를 갖다 바쳤다.


정치인 혐오가 결국은 안철수 현상을 낳았다.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정치권에서 비정치인이 정치인보다 더 인기가 높은 기이한 현상이다. 안철수 현상은 비유하자면 이런 것이다. 가수들의 콘서트에 갔는데 가수들이 노래도 못 부르고 개판을 쳐서, 식상한 청중들이 차라리 청중 중에서 노래 잘 할 것 같은 사람을 뽑아서 무대로 올려 보내려는 것이다. 그 아마추어 가수가 설사 가수보다 서투르고 노래를 못하더라도 청중들은 그 노래를 듣는 게 더 즐거운 것이다.


노무현을 겪어 봤으면 이제는 알 때도 되지 않았나. 이곳 아크로에서는 안철수에 너무 완벽한 기대를 거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안다. 안철수는 서투른 아마추어 가수고 그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을. 하지만 이명박이란 가수 다음에 출연 예정인 내가 싫어하는 가수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지금 아크로에서 안철수를 비판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방향이 잘 못돼 있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개인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현상이 왜 생겼나를 꿰뚫어 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지, 안철수 개인이 가수로서 자질이 있는지, 노래를 잘하는지는 부차적이고 차후적인 문제다. 지금 청중들은 식상한 가수의 노래보다 못해도 누가 됐던 신선한 아마추어의 노래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아크로 논객들이 노무현의 프레임에 갇혀서 대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필요할 때 노무현과 친노를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주야장창 친노만 비판하느라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우를 범하지 말자. 아크로의 몇몇 분들은 노무현의 발에 걸려 넘어져서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일어나지도 않고 노무현만 욕하는 꼴이다. 죽은 노무현과 노빠들을 욕만 해서는 돌아오는 게 하나도 없다. 지금 노빠들은 서울시장도 만들고 나꼼수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데 반노무현파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친노들은 경쟁상대가 아니라 교화나 포섭상대다. 여기 몇몇 논객들은 그들을 카운터파트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골목대장놀이 같은 유치한 일이다. 골목만 벗어나면 상대해야할 조폭이 있는데 언제까지 골목에서 대장 싸움이나 하며 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