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투쟁에 앞장서는 나꼼수가 그동안 사회경제적 의제에 대해 얼마나 발언해 왔는지 복기해 보니 그 분량이 놀랄만큼 적더군요. 뭐 이명박 정부 까대기를 출발점으로 한 방송이니 만큼 일반적인 진보 언론의 그것과 같은 균형잡힌 아젠다 세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으나...  요즘들어 소위 "대안언론"의 역할을 본인들도 기꺼워 하는 것에 비하면 정책의제에 대해 보여준 일관된 침묵은 좀 당혹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한미 FTA반대 투쟁에 나선것도 정책적 동기라기 보다는 그냥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고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적 방향성 없는 단순한 반 이명박 주의... 결국 노무현 정부 시절 누린 국물맛을 잊지 못한 정치 자영업자들이 주도하는 상징조작이라고 봐야 겠지요. 문재인이나 유시민이 그런 반이명박 상징조작을 좀 점잖게 한다면, 눈치볼거 없는 김어준이나 정봉주는 자기 비하를 곁들여 맛깔나는 반이명박 놀이를 하는 거고, 또 그런 자포자기식 위악이 대중적 인기의 원동력이라고 봐야겠죠.

문제는 "듣기싫으면 듣지마 씨바"라는 자포자기식 위악이 통할수 없는게, 나꼼수는 음지해적 방송이니 건들지 말고 시비하지 말라는 깨어있는 나꼼수 팬들의 주장과는 달리 김어준, 정봉주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거든요. 이미 하는 짓을 보면 정치인 저리가라죠. 위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권력이나 영향력에 대한 어느정도의 초연함은 있어야 하는데, 나꼼수는 그러기는 커녕 확보된 영향력을 마음껏 쓰면서 정치 투쟁의 제1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편향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은 거부하되 정치적 영향력은 마음껏 즐기겠다, 음지해적 방송이라는 개념 뒤에 숨어서 모든 논쟁과 책임소재는 회피하지만 한미 FTA찬성 의원 명단 돌려서 사이버 죽창질은 유도하겠다... 결국 전형적인 반지성주의인데, 파시즘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유사 파시즘의 혐의를 씌워도 무리는 아닌것 같습니다. 

문제는 파시즘이던 유사파시즘이던 이런 정책 맥락이 결여된 반이명박 주의가 가는 길이 뻔하다는 겁니다. 정치 자영업자들이야 정권 탈환해서 공기업 사장 자리라도 하나 꿰차면 그만이지만, 열린삼성당 시즌2로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 진보 진영 전체가 겪어야 할 손해는 너무 막심하지요. 




PS. 그나저나 오늘 깨어있는 시민들의 토론 주제는 김연아와 허지웅의 종편 출연 어떻게 볼것이냐? 인데 노무현의 FTA는 착한 FTA, 노짱님이 삼성과 놀아난건 죄가 아니라고 쉴드치는 인간들이 허지웅 같은 연봉 3000도 안되보이는 듣보잡 소시민이 종편 나가서 코너 진행하는걸 트집잡는군요. 역시 깨어있는 시민답습니다. 유시민이 동아일보에 기고한 김대중 저주글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