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한겨레의 성매매 특집입니다. 이 기사 자체에 대해 전 불만 없습니다. 그나마 선정성을 피하고 나름대로 현실을 직시했다고 봅니다. 다만 이 기사를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대한민국에서 성매매 논란은 누구나 다 아는 진실을 놓고 모두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모두가 진실을 압니다. 성매매 불법화는 실제 근절엔 별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떻게해도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또 현재 이대 중심의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하고 있는 성매매 근절의 논리, 즉 성매매는 악이므로 국가가 의지를 갖고 근절해야 한다는 식으로는 성매매 근절은 물론 성매매하는 여성들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나 건강도 지켜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성매매는 처벌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모두 '자신은 도덕적'이란 명분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지요. 또 어떤 이들이나 조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전 성매매 여성의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 활동가나 여성 운동가로부터 개인적으로 '합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습니다만 이들의 주장은 스스로의 도덕적, 경제적, 권력 이익을 위한 다수로부터 배제되지요.
(엄밀히 따지면, 결혼 제도는 남성이 좀 더 많은 이득을 보는 거래입니다. 이 부분은 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라서 성매매는 결혼제도를 인류 보편적인 도덕인 것으로 상정하는 한 영원히 부도덕한 행위로 낙인찍힐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가 성매매 합법화를 하기 힘든 이유가 되겠지요. 결혼과 성매매 모두를 긍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모순이기 때문이고, 특히나 결혼제도에 대한 신격화가 매우 강력한 한국같은 나라에서는 더욱 더 힘든 일이 되겠지요.
문제는 '성매매 불법'때문에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을 국가가 보호하지 못하고 '불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에 있겠는데, 선결조건이 꽤 많은 어려운 문제일겁니다. 결국 그 사회가 결혼제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죠. 이미 결혼 제도의 가장 큰 적이었던 '미혼 남녀의 자유로운 섹스'는 더 이상 부도덕한 것이 아닌 사회가 되었고, 성매매에 대한 인식도 조만간 그렇게 될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매매 불법'에 반대하고 결혼의 법적 보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성매매는 죄라고 인식하고 있고 절대 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성매매는 여성의 수치심까지 구매하는 불공정거래이니까요. 섹스가 '당당한 상품'이 되고 마트에서 물건 사듯 판매자와 소비자가 세금계산서를 거리낌없이 주고 받는 날이 오면 그 때는 별 생각없이 거래에 응할 수 있겠지요.
유럽에서는 결혼제도와 합법적 성매매가 공존하고 있지 않나요?
"애초에 결혼이라는 것도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남성이 제공하는 무언가를 받고 파는 행위입니다. 평생동안 한명의 남성에게만 팔면 결혼이고, 다수의 남성에게 팔면 성매매가 되는거죠. 결혼은 남성에게 '친자확인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여성에게는 '양육과 생계'를 보장해주는 쌍방 이익의 거래입니다." 이거 옛날 얘기 아니에요? 요즘 남자들이 여성에게 "양육과 생계"를 보장해주려고 결혼하기도 하나요? 돈 잘버는 여자 원하지 않아요? 결혼조건으로? 참 신선하네요, 오랬만에 이런 얘기 들어서..^^ 와..요즘에도 그런 남자가 있나..?
이제는 남자든 여자든 상대방에게 "양육과 생계"를 보장하는 뭐 그런 게 아니라 삶의 동반자를 만나는 "우애결혼"으로 결혼제도가 발전한 것 같은데.. 여자들에게 사회적 기회들이 점차 넓어지면서는...
'양육과 생계'에 대한 여성들의 부담이 점차 사라지자 그런 거래에 기반한 전통적인 결혼관도 무너지고, 줄게 없어진 남성쪽에서 타협책으로 들고 나온게 바로 하킴님이 말씀하신 '우애결혼'이죠. 친절하고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 결혼제도가 무너지고 그래서 친자 확인이 불가능한 사회라는 건 남성들에겐 사망선고나 다름없으니까요. 모든 수컷들의 숙명이죠.
기사를 보니 성매매시장 규모가 엄청나네요. 영화산업의 5배면 정말...
테헤란로나 역삼역 근처 유흥업소가 그 일대 상권의 코어이기 때문에 정말 하나의 논리로 풀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죠.
굳이 성매매 경험 유무를 묻지 않더라도, 성인 남성치고 유흥업소를 단 1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유흥문화는 보편적이죠. 유흥업소를 오로지 유흥을 위해 가는 경우도 상당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업무의 연장에서 가는 경우도 많은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까요.
유흥업소말고는 성인남성의 여가(?)거리가 부족한 점, 노는데에도 기술이 필요한데 노는법을 배우지 못한 점 등의 문화적인 측면부터 경제적인 측면까지 구조적으로도 얽혀있어서 "성매매는 나쁘다 고로 국가가 규제하라"는 식의 해결책은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역시 옳았나봅니다.
손학규의 히트작이 될 수 있었던 "저녁있는 삶"이 이런 문제를 다루는데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었을텐데, 그는 이미 통합 전도사가 되어버려서...
정치/사회게시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