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yonhapnews.co.kr/politics/2011/11/22/0505000000AKR20111122181300001.HTML?template=2085

최루액도 날리는 등 난장판 속에 결국 한미FTA가 통과됐습니다. 대의기관인 국회는 그 기관의 성격답게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죠. 국회에서 최루액이 터질만큼 극단과 극단이 부딪히는 사회가 우리 사회인가 봅니다.

한미FTA찬성론자들은 미국의 맨하탄, 워싱턴DC, 실리콘밸리가
한미FTA반대론자들은 미국의 할렘, 브룩클린, 퀸즈같은 빈민가가
미래 한국의 모습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유무역과 개방을 통한 시장통합의 흐름 속에서 내부갈등만 유발하는 한미FTA를 이런 식으로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좀 빠른 변화라는 것 외에는 세계질서의 흐름에 배치되는 점이 별로 없는 FTA, 나아가 (다자간, 양자간 모두 포괄한) 자유무역질서 자체에 대하여 매국의 논리, 기득권의 논리, 재벌의 논리, 자본의 논리만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에 입각한 진보진영의 한미FTA에 대한 태도에는 찬성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해외 투자자의 자산과 투자행위에 대한 내국민에 상응하는 법적, 제도적 대우를 주권침해로, 국가의 공공정책시행시 반드시 국민/시민의 기본권(재산권 포함)을 고려해야 하는 것을 공공정책에 대한 간섭으로 쉽게 재단하는 것에 특히 찬성하기 어려웠습니다.

쇄국/매국의 극단의 논리가 부딪힌 것은, 그래서 저는, 이번만큼은 진보진영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상, 진보진영의 한미FTA 반대논리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시장절대주의, 워싱턴 컨센서스 등, 뭐라 네이밍되든간에 하여튼 "신자유주의"적 색채를 띤 사안을 딱지붙이는 식으로 반대해온 것의 총집합이었습니다. 여기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파국"이라는 논리가 힘을 실어줬고, 그에 힘입어 "자유, 시장, 무역, 투자, 금융"과 연관된 모든 것에 대한 비토가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졌죠.

워싱턴 컨센선스와 아예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독자적인 국제적 질서를 오랜 시간동안 구축 중인 국제무역질서, 자유무역질서의 흐름도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파국에 이른"것일 뿐이었나 봅니다. 이 질서 속에서 지금 우리가 먹고, 살고, 자고, 계획하고, 성취하고, 또는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 내수확보와 일자리 확충, 복지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는 이 질서 속에서 모색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너무 무섭고, 어렵고, 복잡하고, 귀찮은 사실이죠. 결국 속 편하게, "신자유주의 파국, 고로 한미 FTA를 비롯한 FTA, 나아가 국제경제질서 반대"를 일단 내세운 후, "자 그럼 한미FTA가 얼마나 엉망인지 들여다볼까"하는 순서로 주먹구구식으로 반대논리를 찾다보니, 큰 체계없이 "ISD는 매국노조항", "공공정책이 모조리 무너진다", "우리는 할렘 거지가 될 것이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고, 결국 그 반대논리의 근원을 파고들다보면 "세계질서반대"차원의 허무맹랑함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으니, "쇄국하자는거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었죠.


우리같은 시민들은 한미FTA가 매국조약이라고 단순하게 일단은 이해해도 상관없겠죠. 그리고 정치인들이나 정당들도 국민들의 손쉬운 이해를 얻고, 대중동원을 위해 매국/쇄국의 틀을 사용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담론을 만들어내는 지식인, 언론까지 그래버리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논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죠. 언제는 안그랬냐마는, 한미FTA를 둘러싼 담론 간의 경쟁의 모습, 특히 진보진영의 매국의 논리는 안타까웠습니다. 아마도 이런 담론경쟁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진보와 개혁을 자처했던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적어도 담론의 장에서만큼은 real isuue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어야 했는데, 그러하질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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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비준안과 함께 처리되고 있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민주정부 10년, 그리고 정권을 빼앗긴 이후, 그리고 특히 노무현, 김대중 사후에 소위 민주와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성찰, 그리고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것의 직접적인 폐해는 이러한 공정거래법 등의 경제법제도의 개악으로 인한 경쟁과 분배질서 왜곡에서 극심하게 드러날 것입니다.(물론, 한미FTA의 독소조항으로 인하여 우리의 모든 경제관련법제도가 무너진다는 주장도 있을 수는 있죠)

중소기업진흥,내수확충,일자리확보,복지확대의 시대적 과제에 천착했어야 할 민주정부10년, 특히 참여정부5년을 (너무 많이 지적했지만) 쓸데없는 정치놀음에 허비해버린 대가를 국가적으로, 국민적으로, 그리고 좁게는 민주당 이하 민주개혁진보진영이 정치적으로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개혁진보진영이 치르는 정치적 대가만 보면, 민주당, 친노, 진보정당이 아닌, "공정경쟁의 생태계"를 말하는 성공한 벤처CEO 안철수가 새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개혁진보진영이 치른 대가죠.

일감몰아주기, 재벌의 내부거래 등으로 대표되는 왜곡된 경쟁질서에 대한 메스를 들이댐으로써 대기업과 중기업, 소기업이 공존하고, 그로 인하여 내수가 커지면서 일자리가 확충되며, 사회 안전망이든 시민의 권리든 간에 사회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유지,발전을 위한 복지확대, 이것이 바로 민주정부, 개혁정부라는 것들이 했어야 할, 아니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어야 할 아젠다였습니다. 물론 산발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위의 것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었죠. "재벌개혁", "복지확대", "중소기업지원", "일자치 창출"의 이름으로 꾸준히 터져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개혁정치세력 일부의 목소리에 불과했거나 세력 외각의 소장 지식인 그룹에서 미약하게 주장되었을 뿐, 10년간 행정부, 5년간 입법부를 장악한 개혁정치세력 차원에서는 그런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당개혁,친일파 청산, 검찰개혁, 상식이 통하는 사회(?), 민주주의, 국보법 폐지 등 중요하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것 개혁세력의 주요 아젠다였지, 총론과 각론이 탄탄한 체계적인 경쟁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않았)죠. 한미FTA도 개혁정치세력의 그러한 불철저함, 무능함, 안일함, 오만함이 빚어낸 개혁세력의 작품입니다. 뭔가 하려고는 했는데 해논 것은 없는 상황에서 성과를 내려다가 무리수의 결정체 둔 것이죠.


정치인, 정당이 성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결국 국민들이 심판합니다. 국민들이 심판하려는 명확한 의도 하에 특정 정치세력을 심판하는 형태를 굳이 띠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리드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도태됩니다. 안철수는 '갈등과 대립'을 지양한다고 하면서, '공정한 경쟁생태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개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국민들(추상적인 의미에서의 국민)은 지난 정부 10년, 특히 참여정부 5년 동안 '부차적'인 문제를 놓고 '갈등과 대립'하면서 '공정한 경쟁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했다고 개혁세력에 대한 심판의 메시지를 지지난 지방선거, 각종 재보선, 지난 대선, 총선, 그리고 지지부진한 기존 야권에 대한 지지를 통해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간간히 기존 야권이 작은 선거, 큰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숲을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