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라 할 수 있고, 이 글에서 주로 비판하고 있는 김여진씨의 각종 사회적 발언 내용 자체에는 거의 100% 동감하는 입장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또한 제가 이 글에서 사용하는 소셜테이너의 개념은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적 행동과 관계없는 것들로 취득한 본인들의 명성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가령 이문열이나 공지영같은 소설가, 조용기 김홍도 인명진같은 종교인들도 그에 포함되겠죠. 조국이나 이상돈 교수같은 폴리페서들, 트위터의 스타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요즘 막강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씨도 넓게 보면 그 범주에 포함될 것입니다. 딱히 그런 분들을 통칭하는 용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편리하게 소셜테이너라는 명칭을 갖다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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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셜테이너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대표적인 분이 김여진 김제동 김미화같은 분들이죠. 요즈음 그 분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왠만한 국회의원 이상이고 거의 정당의 대표급이나 대선후보 정도 되는 위상입니다. 트위터의 한마디가 언론의 기사거리가 되는 정치인은 박근혜나 유시민 정도의 대중정치인 말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문성근씨처럼 과거에도 그런 분들이 계셨지만, 문성근씨는 오로지 연예인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케이스라 아니라서 조금 경우가 틀리다고 하겠습니다. 문성근씨는 '김대중 재판의 진실'을 일신상의 위험을 감수하며 외부에 알려준 사람이었죠. 저는 그래서 문성근씨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영향력 자체에는 그리 불만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여진씨 같은 경우는 조금 경우가 다릅니다. 그 분이 현재 누리고 있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온전히 그 분의 정치사회적 노력만으로 만들어진게 아니기 때문이죠. 만약 그 분이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분이 제 아무리 사회참여를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그저 시위현장에 자주 보이는 여성이나 트윗 팔로워 몇백명 정도가 고작인 사람이었겠죠. 아마도 그 분의 한마디가 언론의 기사거리가 되는 일은 로또 당첨보다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즉 그 분의 영향력은 대부분 정치사회적 활동과는 전혀 관계없는 연예인 활동에서 얻은 명성에서 나온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물론 유명 연예인들이 정치사회적 발언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 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겠지요. 김여진씨의 명성에는 그 분의 발언에 담겨있는 치열한 문제의식과 올바른 정치적 입장도 기여한 바가 클 것입니다. 또한 김여진씨가 맞는 소리하고 그래서 서민들 살기가 더 좋아지면 장땡인거지 뭐가 문제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정치적 발언이 옳으냐 틀리냐는 오로지 상대적인 개념일 수 밖에 없고, 그 분의 발언이 설사 옳다 해도 그 분이 누리고 있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 분의 활동은 우선적으로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기본 원칙에 위배되고, 1인 1표제에 담겨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권력은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과잉대표성 금지라는 원칙이 김여진씨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것이죠. 만약 그런 원칙이 무너진다면, 제 아무리 김여진씨의 활동으로 서민들이 살기 좋아진다고 해도, 결국에는 원칙이 파괴되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여진씨의 큰 문제는, 본인의 영향력에 비해 부담하는 책임이 매우 작다는 데 있습니다. 김여진씨가 항상 옳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만약 틀렸을 경우에는 그에 비례한 책임이 추궁되어야만 합니다. 공적 영역에서 발휘되는 권한과 책임은 늘 일치해야만 하는건 기본 상식인거죠. 그러나 김여진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는 그 어디에도 없죠.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민주공화국의 제일 공적입니다. 제가 이문열이나 조용기 김홍도같은 보수진영의 소셜테이너들에게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틀린 소리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저는 김여진씨가 현재처럼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시고 싶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위협하면서까지 그러실게 아니라, 깔끔하게 내년도 총선에 출마하시기를 권고합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정치인임을 선언하시고,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권력을 위임 받고, 그 활동에 대해 평가 받고, 국민들이 본인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게 싫으시면 연예인이라는 계급장 떼시고 저처럼 익명의 네티즌이 되어 아크로에 글이나 쓰시던가요.

제 권고는 청춘콘서트에 기자들 모아 놓고 각종 정치 사회적 발언을 하느라 바쁘신 어느 IT기업 대주주이자 서울대 교수이신 분께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