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대선주자 안철수가 있기까지 세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고 봅니다.


첫째는 "안철수 연구소" 설립.

여러분은 한국에서, 설립자의 이름 석자를 그대로 갖다 쓴 법인명을 안랩 말고 몇 건이나 보셨나요?
저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안랩 밖에 모르겠습니다.

외국에선 힐튼 호텔처럼 종종 이름(정확히는 성이죠?)을 쓰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에선 희귀하죠. 
무슨 식당 빵집도 아니고 일반적인 법인체에 개인 이름 쓰는 경우 정말 드물 겁니다.

다만, 성을 빼고 이름만 넣는 경우는 꽤 많이 봤습니다. 또는 성만 쓴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 이름은 글자수가 너무 짧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특성상,
성빼고 이름만 상호에 쓰면, 이게 사람 이름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성만 쓰면 더 말할 것도 없죠.

헌데 이름 석자를 상호에 딱 넣으면, "이미지"같은 아주 애매한 이름이 아닌 이상, 누가 봐도 알죠. 사람임을.

아무리 V3가 국민;;;백신이라고 해도, 안철수 지명도의 절반 이상은 저 상호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안철수 외에도 이름을 꽤 알린  IT 스타들이 있긴 하죠. 
그런데 IT계에서 회사가 아닌 '개인'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돈'이었죠.
벤처열풍 당시 주가 급등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니 어쨌니.
안랩은 훨씬 뒤에 상장을 해서 이런 호재(?)도 없었고요.
특히나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이찬진 이재웅처럼 TV스타와 결혼해서 더 화제가 된 사람들뿐. -_-


역시 '착한 기업가'로 어필한 문국현과 비교좀 해보세요.
아무리 V3가 유명해도, 휴지의 대명사 크리넥스에 비하겠습니까? 유한양행 유한킴벌리에 댈 수나 있나요?
그런데 개인으로 들어가면, 문국현과 안철수의 지명도 차이는 어마어마해지는 거죠....
 

안철수는 대단히 겸손해서 본인이 좋게 드러나는 걸 꽤 꺼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대중들이 대부분 그렇게 느낄 겁니다.
그런데 관행을 깨고 법인명에 떡하니 자기 이름을 박아넣는 용기...(또는 호연지기-_-;;;;)

어딘가 매우~~~ 언밸런스하군요. 안철수는 왜 그랬을까요~? 



두번째는 역시 2009년 무릎팍도사.
강호동은 박근혜를 누르는 최초-유일의 대선주자를 배출한 일등공신이죠. -_- (그래서 찍혔나? ㅋㅋㅋㅋㅋ)

그런데 무릎팍에 출연한 자체만으로 뜬 건 물론 아닙니다.
무릎팍에 나온다고 누구나 뜨지도 않고 누구나 호감받지도 않습니다.
안철수에 필적할 만큼 화제가 된 비연예인은. '불굴의 도전정신'을 보여준 엄홍길 강수진 같은 전문가들 정도입니다.
헌데 안철수는 '기업'이란 차가운 영역의 사람이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떴습니다. 그것도 뜨거운 '감동'으로요.

어쨌든, 지상파 TV 메이저 프로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 거 맞습니다.



세번째는, 올해의 일련의 활동.

1월 : MBC스페셜 안철수-박경철-김제동편
5월 : 청춘콘서트 시작
7월 : MBC스페셜 안철수-박경철-김제동편 2탄

나중에 안철수 출마설 나오고 곧바로 윤여준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잠시 의구심을 가졌을 때,
(그나마의 의구심도 안철수가 윤여준을 내치면서 싹 사라졌죠-_-)
언뜻 이런 말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김재철의 살벌한 엠비씨에서 두 번씩이나 띄워주는 게 좀 이상했었다고.

덤으로, 안랩 공식 블로그에서도 그를 띄우는 작업(?)이 이뤄졌더군요.
청춘콘서트가 시작된(일회성으로 출발했지만) 5월 22일 직전인 5월 13일부터
갑자기 안철수 개인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시작되었더라구요. 흠흠.

그렇게 다각적인 지원과 대중의 열광적인 호응이 맞물리면서, 
안철수에 대한 신뢰가 단단하게 다져지게 됩니다.



--- 세 껀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안철수 본인의 "의지"로 이뤄진 일이라는 겁니다.

방송출연 같은 거야 본인이 '기획'까지 한 건 아니지만, 본인이 결정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수줍어보일 정도인 사람이지만, 자신이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의지는 너무도 확고합니다.
그것도 갈수록 광범위한 불특정 다수로까지 '영향력'의 대상이 넓어진 겁니다.

뭐 스스로도 밝힌 바지만 말입니다. 내 인생의 목표는 삶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것........



그런데 이 안철수에게 대중이 보내는 환호는 두가지로 압축된다고 봅니다.

'성공한 착한 기업가'의 의미는 이미 많이 거론됐는데, 
저는 그것만으로는 박근혜까지 누르기엔 부족했을 거라고 봅니다. 
"언행일치". 저는 이게 첫째 핵심이라고 봅니다. 

무릎팍에서 드라마틱하게 어필되었습나다. 
금과옥조같은 말도 잘 하지만, 본인도 반드시 그렇게 살아갈 사람.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절대로 속이거나 거짓말하지 않을 사람. 
절대로 자기 이익을 탐하지 않을 사람.

기존 정치인과 뚜렷하게 차별되는 점이기도 하고요.
좋은 말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이명박도 허언 못지않게 지당하신 말씀도 잘만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행이 일치하는가에 민감하죠. 정치인들이란 무릇 언행이 따로 노는 종족이라고 생각하고요.

김제동 김여진도, 말도 잘 하지마는, 눈에 띄는 행동이 뒷받침되면서 떠올랐죠.
노무현 노제, 홍대 파업... 
그래서 김제동이 나는 가수다에서 평소 말과 배치되는 행동을 보이자
사람들이 극렬하게 죽일듯이 달려들었고요....


한편으로, 행동은 훌륭하나 말이 안 따라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언행 일치를 점검받을 기회조차 못 갖는 수가 많습니다.
그럴듯하게 말을 잘 하지 못하면, 적어도 사회적, 대중적으로는 영향력이 제한되기 십상인 거죠.
그런데 김제동 김여진 못지않게 안철수도 말을 술술 잘 합니다. '맞는 말'이라고 여겨지는 말들을. 이것도 메리트죠.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기업가답게 '나랏돈'도 잘 벌고, 
번 돈은 반드시 나(국민)에게 푸짐하게 나눠줄 사람이라고 믿을 겁니다.
안철수라면 꼭 그리 할 거라고 믿을 겁니다.

일부 한나라당 지지자 출신들에겐, 그가 빨갱이 냄새가 조금도 안 난다는 게 또 화룡점정이 되겠고요.



두 번째 핵심은, 그가 대중을 매우 존중한다고 여겨지는 점입니다.

노무현이 퇴임후 이명박과 비교되며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이제는 신화가 된 것도
그가 (실체야 어쨌건)이름없는 국민들을 무시하지 않고 지극히 존중하는 태도로 대했다는 점이 막대한 원인입니다.

'높은'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대접받는다는 느낌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크게 각인되는 지점이니까요.

서울에서 거리도 먼 시골 고향으로 내려간 점.
잠바입고 그 동네 점방에 앉아 있는 사진이 상징하는, 일개 촌로같은 소탈함.
대중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젊은이들한테도 허리굽혀 인사를 꾸벅 하는 겸손함.
알고보니 재임시에도 그랬다더라... 
심지어 부인도, 김윤옥은 동자승에게 고래밥 주는데, 권양숙은 고급 음식 대접했더라....

이 부분 때문에 사람들이 노무현에 대한 신뢰를 놓지 못합니다.
권력욕과 정치적 목적이 아닌, 오로지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만으로 대통령을 했을 거라는
신화가 완성되는 거죠.


안철수가 이 점에서 탁월합니다.
무릎팍에서 모친이 자기에게 존댓말만 하며 키웠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죠.
그냥 존대 어미가 아니라, "다녀오세요" 수준입니다. -_- 혹자들에게 잘못된 교육이란 소리 들을 정도의.
그래서 본인도 아랫사람에게도 반말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또 말투나 태도나 표정도 그에 걸맞게 순하디 순하지 않습니까?
아주 화나서 하는 최고의 욕이래봐야 "나쁜 사람" 이라던가.........
직원들에게 주식 나눠주고 그런 것도 그런 일환이고......

또 청춘콘서트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 찾아 나서서 멘토를 자처하며 격려했으니, 영락없습니다.


이리 언행일치와 사람존중이 만나니, 천하무적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그래서, 저는 저 두 가지가 깨지는 날, 안철수의 정치 인생이 막내리는 거라고 봅니다.

어차피 '성공한 기업인' 같은 건 깨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뭔 자료를 들이밀어도, V3를 스스로 개발하고 그 기업도 잘 키워냈다는 사실이 사라질 수는 없으니까요.

헌데 언행일치와 사람존중에 있어선, 최소한 저에게는 이미 그 이미지 다 깨졌습니다.

저는 무릎팍을 보고 안철수란 사람을 놀랍고 경이로운 인물로 여기게 된 사람이예요.
청춘콘서트까진 크게 관심두지 않았으니 팬 수준은 아니지만, 
안철수에 대한 신뢰 만큼은 제대로 갖고 있었습니다. 저 두 부분에 있어서도.


그의 '공적 활동'으로 무릎팍에서 감동을 준 포인트가 세 가지 있는데,
백신 개인 무료 배포, 기업 외국에 거액 매각 거부, 직원 주식 무상 배분, 이렇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주식 무상 배분은, 무릎팍의 발언이 기만적이라는 게 명백하네요.

그 부분 캡처본입니다. 이 부분 동영상이나 캡처를 구하려고 검색하다가 이 포스트의 발췌본을 많이 봤는데,
알고보니 원본은 강용석 작품. -_-;;;; 

>>> 강호동 : 전직원들에게 다 주식을 무상으로 주셨더라구요? <<<

이제 와서 저 문장을 잘 보니, 직원중에 아무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무상으로 줬다, 라는 뜻인 게 맞겠네요.
하지만 저 방송을 그렇게 해석하며 본 사람이 세상 천지에 몇이나 있을까요?
심지어 어떤 신부님 설교에도 나오더군요.

>>>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주식을 모조리 직원들에게 나누어주고" <<<


위에서 말한 안랩 공식블로그에도 이렇게 나옵니다.

>>>  "저에게는 그 어떤 것 보다 여러분이 가장 소중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주식을 여러분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는 직원들의 표현을 들어보자.

 

"떨리던 목소리,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자신이 가진 것을 공짜로 직원들에게 주면서도 생색을 내거나 큰일 하듯 선언하는 게 아니라 속삭이듯 나지막이 말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어요. 그 일은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반성이 되었고 회사에 대한 역사의식이 새롭게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안철수 박사의 주식무상 분배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어느 CEO가 직원 전원에게 자신의 주식을 무상 제공한단 말인가. 그것도 아무 생색도 내지 않고 조용히 말이다. 직원들이 CEO를 존경하는 '이상한' 회사가 바로 안철수연구소가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

 

분명히 안철수 보유분을 모두~ 줬다는 표현은 절묘하게도 절대 없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고, 그 증여분이 고작 1~2%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을까요?

(친박 사이트 같던데, 암튼 이 글에 따르면 퇴임시 60억 상당을 무상증자했댑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죠.


무릎팍에서도 안철수는 강호동의 저 질문이 나오자, 
'같이 키운 회사니까... 알리지 말라고 엄명씩이나 내렸고...' 하며 장황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하지만 정말로 좋은 일 드러내기 싫은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의 '상식적' 대응은
'근데 뭐 많지는 않았고요......' 이런 말부터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겁니다. 안 그래요?

심지어 그게 정말 전환사채거나 그렇다면, 건 뭐..........

거짓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정말로 보유분을 제대로 증여한 거라면.
하지만 기만임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쏙 뺀 기만은, 거짓말보다 더 드럽습니다.


사람 존중 부분도 그렇습니다. 태도와 어투가 백날 배려적이면 뭐합니까.
결국은 가치관과 생각이 관건입니다. 아무리 소탈하고 아무한테나 인사 꾸벅꾸벅 잘했던 노무현이라도
그의 정체성은 비정규직이나 농민 등을 개무시하고 시위진압해서 두 명이나 죽게 만든 사람일 뿐입니다.

안철수에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나 공동체의 선한 발전이 중요한 관심사이긴 할 겁니다. 그건 맞을 거예요.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안철수 자기 자신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기가 세상에 멋진 '흔적'을 남기는 거.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방해받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관철하는 거.
(연구소장 짤린 날, 자기 발언이 얼마나 파장이 클지 뻔히 알면서도 기자들 앞에서 "눈치가 많이 보이네요" ....)

그 이상 중요한 건 안철수에게 없을 겁니다.
이런 독선과 자기확신에선 아마 노무현 빰칠걸요. 
노무현은 말이라도 거칠었지, 저리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라니......이건 답도 없어요.....



자......그러면, 
과연 저 두 가지가 흔들리며 안철수에 대한 신뢰가 꺾여버리는 때가 과연 올 것이냐??

모르겠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쉽게 일어날 일 같지는 않네요.

박원순에 대한 무슨 얘기가 나와도, 모조리 음해요 공작이요 오해라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아서,
기성 정치인 나경원보다 박원순이 이미지 훼손에 심히 취약한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네가티브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는 마당인데, 안철수는 오죽하겠어요.......

주식 배분 건도, 저렇게 오묘하게 명백한 거짓말 만큼은 피해왔으니 (글쎄 다른 어딘가엔 있나?)
얼마든지 쉴드쳐줄 수 있죠. 암요......


헌데..... 재산 기부 발표가 나자, 생각만큼 반응이 뜨겁진 않은 거 같더군요.
제가 여론을 면밀히 파악한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었어요.
언급하는 사람들은 다들 칭송하긴 하는데 (안티 말고)
언급 자체가 예상보다 적은 느낌이예요.

모르죠. 이참에 "주식 다 줬다더니 3천억이나 있었어? 그런 큰 부자였어?" 하고 놀랐으나
차마 뭐랄 수가 없어서, 혹은 자기만 몰랐나 싶어서, 가만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도요.

그러나 그런 침묵이 실제로 많이 있다 해도, 기만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수준이니,
안철수 신화를 깨는 조그만 단초라도 될런지는 미지수죠.


아무튼 안철수, 희귀한 캐릭터임엔 분명합니다.
사람 기만하는 능력으로 봐도 말이죠.
대선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겠군요.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