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비자 연대(http://cafe.naver.com/bunsoyun)에서 원문, 노승영의 번역본, 이덕하의 번역본을 볼 수 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카페에 가입한 사람만 볼 수 있다.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 1 --- 이덕하 옮김>

http://cafe.naver.com/bunsoyun/24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 1(이덕하 + 노승영)>

http://cafe.naver.com/bunsoyun/25

 

원문은 번역문을 게시하고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 게시할 예정임

 

 

 

Rawles(3): The Survival Mind-set for Living in Uncertain Times

노승영(1):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마음가짐

이덕하(1): 불확실한 시대에 사는 데 필요한 생존 정신(mind-set)

l  원문에는 “survival”과 “living”이 따로 나온다. “living”은 그냥 산다는 뜻이지만 “survival”은 위기가 닥쳤을 때 죽지 않고 생존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노승영 씨는 “살아가기”로 번역했다. 나는 원저자가 이유가 있어서 비슷한 말은 반복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는”와 “생존”으로 번역했다.

 

 

 

Rawles(3): You’ve awoken late on a winter morning because your alarm clock didn’t go off.

노승영(1): 겨울의 어느 아침, 자명종이 울리지 않아 늦잠을 잤다.

이덕하(1): 알람 시계가 울리지 않아 겨울날 아침에 늦게 깼다.

l  번역하면서 나는 자명종”과 “알람 시계” 사이에서 망설였다. 결국 “알람 시계”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자명종” 하면 흔히 기계식 시계를 떠올리는 반면 “알람 시계” 하면 전자식 시계를 떠올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전기가 나가서 시계가 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므로 전자식 시계다. 물론 사전적 의미만 따지면 “자명종”도 올바른 번역이다. 그리고 “알람 시계”가 음차와 한국어가 결합된 기형적인 말이라고 피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웬만하면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알람 시계”가 뉘앙스를 더 잘 살리는 것 같다.

 

 

 

Rawles(3): The house is chilly, and even though you have a natural-gas furnace, the digital thermostat is not working, so there is no electricity for the heater fan to push the air through the ducts.

노승영(1): 집이 싸늘하다. 가스 난방이지만 디지털 온도 조절기가 꺼져 있어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덕하(1): 집안이 쌀쌀한데 도시 가스 보일러가 있어도 디지털 자동 온도 조절기가 작동하지 않으며, 전기가 없어서 송풍기를 돌려 수증기를 도관으로 밀어 넣을 수가 없다.

l  원문은 한 문장인데 노승영 씨는 두 문장으로 나누었다. 나는 안정효 씨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문장을 둘로 나누어서 번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수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문장이 아주 크게 꼬이지 않을 때에는 되도록 나누지 않는다. 왜냐하면 간결체와 만연체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l  노승영 씨는 “so there is no electricity for the heater fan to push the air through the ducts”를 아예 번역하지 않았다. 전기가 나가서 thermostatfan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왜 fan 이야기를 빼 먹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Rawles(3): Then you realize that with nighttime lows in the single digits and daytime highs in the twenties, if the power isn’t restored by the time you get home from work, it will be very cold in the house.

노승영(1):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에 머물러 있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갈 때까지 전력이 복구되지 않으면 무척 추운 밤을 보내야 한다.

이덕하(1): 그 때 요즘에는 밤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낮 최고 기온도 영하권이기 때문에 만약 직장에서 집에 돌아올 무렵까지도 전력이 복구되지 않으면 집안이 아주 춥겠다는 생각이 든다.

l  노승영 씨의 번역이 나의 번역보다 훨씬 읽기 편하다. 하지만 그 편함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생각해 보자.

l  원문은 한 문장인데 노승영 씨는 둘로 쪼갰다. 원문의 문체가 희생된 것이다.

l  노승영 씨는 “with nighttime lows in the single digits”를 번역하지 않았다. 그냥 영하권이 아니라 화씨로 한 자리 수, 즉 섭씨도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아주 추운 날씨라는 뜻이다.

l  나는 “lows(최저 기온)”“highs(최고 기온)”의 의미까지로 번역했다.

l  나는 “realize”까지 살려서 번역했다.

l  나도 이것저것 다 생략하고, 문장도 쪼개서 번역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읽기 쉬운 번역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번역에는 가독성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Rawles(3): You surmise that freezing rain must have knocked down some power lines.

노승영(1): 우박 때문에 전선이 끊어진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덕하(1): 여러분은 얼음비(freezing rain) 때문에 송전선이 끊겼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l  Freezing rain is the name given to rain that falls when surface temperatures are below freezing. (http://en.wikipedia.org/wiki/Freezing_rain)

l  어떻게 “freezing rain”을 “우박”으로 번역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박은 비가 아니다. 게다가 여기에서는 송전선이 끊긴 원인에 대한 추측을 다루고 있다.

l  “눈이 많이 와서 교통 체증이 엄청나게 심했다”를 “비가 많이 와서 교통 체증이 엄청나게 심했다”로 바꾸어서 번역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도 할 말이 없다. 어차피 비도 H2O이고 눈도 H2O이고 우박도 H2O이기 때문에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람도 영장류고 침팬지도 영장류니까 침팬지를 사람으로 번역해도 되는 것일까?

 

 

 

Rawles(4): For breakfast, you have cold cereal and juice instead of scrambled eggs and hot coffee.

노승영(1): 아침은 계란 프라이와 뜨거운 커피 대신 차가운 시리얼과 주스로 때운다.

이덕하(1): 아침으로 스크램블 에그와 뜨거운 커피 대신에 차가운 주스에 시리얼을 타서 먹는다.

l  Scrambled eggs is a dish made from beaten whites and yolks of eggs (usually chicken). Beaten eggs are put into a hot pot or pan (usually greased) and stirred frequently, forming curds as they coagulate. (http://en.wikipedia.org/wiki/Scrambled_egg)

l  “scrambled eggs”는 “계란 프라이”와는 상당히 다른 음식이다. 미국의 독특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계란 프라이”보다 “스크램블 에그”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번안이 아니라 번역이기 때문이다.

 

 

 

Rawles(4): You hear what must be a truck backfiring far in the distance. At least somebody got theirs started.

노승영(1): 트럭이 부르릉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누군가 시동 거는 데 성공했나보군.

이덕하(1): 트럭의 역화(backfiring) 소리 같은 것이 멀리서 들린다. 그 차는 시동이라도 걸렸다.

l  http://en.wikipedia.org/wiki/Back-fire

l  역화(backfiring) 소리 같은 것보다부르릉거리는 소리”가 훨씬 읽기 편하다. 하지만 번역이 읽기만 편하면 장땡인가?

l  과연 미국의 성인 중 backfiring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몇 %나 될까? 미국 사람들도 자동차에 잘 모른다면 이 문장을 읽고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중얼거리지 않을까? 보통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저자는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할 수 있다. 그러면 권위가 올라갈 수 있다(또는 현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책의 분위기다. 그런데 노승영 씨는 그냥 “부르릉거리는”이라는 누구나 아는 번역어를 선택했다.

l  “역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차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정전 때문에 일상 생활에 사사건건 문제가 생기는 장면이다. 그런데 “부르릉거리는”을 본 독자는 그 트럭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노승영 씨는 이런 정보가 하찮기 때문에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 생각은 다르다.

 

 

 

이덕하

201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