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FTA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개방과 자유무역을 지지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혹자는 WTO와 같은 다자간 협정에 FTA와 같은 양자간 협정이 반한다고 합니다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에서 다자간 협정에서 실질적인 공통된 합의가 도출되기 어렵다는 점이 이미 수차례 WTO각료회의에서 확인되었기에 저는 FTA가 자유무역과 개방에 있어 꽤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반드시 한미FTA의 형태를 가질 이유는 없다, 즉 시장개방과 자유화가 중요하지, 그 형태로서 FTA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상당히 개방된 경제인 우리나라가 한미FTA가 당장 이런 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현재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핵심 논거인 ISD논란과 이와 연동된 간접수용논란은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특히 간접수용과 같은 정부의 공공정책, 규제와 ISD를 연결해서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그렇습니다.

몇몇 분들은 ISD가 다국적 기업에 악용된 사례, 즉 국제경제현실에서 정부의 공공정책과 규제가 ISD에 의해서 다국적 기업에게 침해된 사례에 대한 전문가들의 문제제기가 많다고도 하시고, BIT와 FTA에서의 ISD가 다르다고 하시는 등 FTA는 모르겠지만 ISD는 안된다, 혹은 한미FTA의 ISD만은 안된다고 주장하십니다.

그러면서 여러개의 글, 자료(?)를 퍼오시면서 (한미FTA의) ISD가 얼마나 위험하고 불평등한 제도인지 말씀하시는데, 이렇게 말하면 기분나쁘실 수도 있지만, 그런 글이나 주장에는 국제경제현실과 보편룰에 대한 이해가 (고의로)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상당 부분 그러한 보편룰과 관련한 국제협상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해서 사실과 왜곡을 버무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집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솔직히 꽤 많은 글 속에 담긴 내용들이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많고, 너무 주변적인 내용들도 많아서 이해하기도 어렵고(저도 잘 모르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해서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한미FTA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정리를 여기서 합니다.


1. 한미FTA에 대한 극단적 주장은 사이비
한미FTA가 한국경제의 희망이라거나, 재앙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주장을 저는 사이비라고 봅니다. 시장통합이 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번영(경제위기 전의)을 누리게 되지도 않고, 미국의 안 좋은 점(공공보험, 빈부의 극심한 격차, 민간부문의 공공부문 압도)만 수용하게 될 것도 아닙니다. 총체적으로 한미FTA가 이러이러 할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보기에는 편하지만, 그것보다는 각 산업부문별로 어떠할 것이라는 겸손한 분석이 더욱 요구됩니다. 그런데 그런 분석은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다만 농어업이 파탄날 것이라는 분석은 많은데, 사실 농수산업은 FTA가 아니어도, WTO체제에서도, 즉 우리가 우리의 경제모델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는 것은 피할 수 없죠)

2.ISD와 BIT
그리고 BIT하에서의 ISD는 괜찮지만, 한미FTA에서의 그것은 매우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좀 이상한 주장입니다. 먼저, 수십개의 BIT하에서의 모든 ISD를 다 분석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도 의아하며, 한미FTA의 ISD가 매우 잘못된 독소조항이라는 주장의 근거 중 상당수는 자유무역, 개방경제, 국제경제체제의 보편룰, 기본룰을 (고의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댓글과 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썼지만, 여기서 몇가지 핵심만 쓰겠습니다.

먼저 "내국민대우"에 대한 기본적 이해입니다. WTO의 핵심인 GATT1994, GATS(서비스무역에관한일반협정), TRIPs(무역에관한지재권에관한협정)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내국민대우원칙입니다. 특히 한미FTA 자체, 혹은 강대국과의 FTA자체를 문제삼는 사람들은, 우리가 취약한 서비스분야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죠. 그런데 GATS의 내국민대우를 살펴보면,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WTO도 탈퇴해야 합니다.

요새 자주 한미FTA의 ISD가 매우 이상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 중 하나는, 한미FTA가 문제삼는 차별대우에는 형식적인 법적차별 이외에 사실상 또는 실질적 차별도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의 공공정책과 규제가 한미FTA에서 특별히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GATS에서 내국민대우의 대상이 되는 차별대우는 법적 차별 외에 사실상 차별도 포함합니다. 우리는  WTO회원국이므로 당연히 GATS에 가입했고, 또 그 적용을 받죠. 물론 GATT와 다르게 GATS는 내국민대우원칙을 회원국의 일반적 의무사항이 아니라, 양허표의 구체적 약속의 형태로 적용하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양허표에 명시된 분야에 대하여 예외를 요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들 있기는 합니다만, 한미FTA든 WTO의 GATS든 뭐든 일단 투자자에 대한 법적 차별이든 사실상 차별이든 "법적"인 문제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BIT에 관한 문제입니다. 일단 BIT(양자간투자협정)자체가 외국인투자보호와 규제를 위해서, 외국인투자자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대우하기 위해 각종의 법적 규제를 없애서 궁극적으로 협정체결 국가 사이의 자유로운 투자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FTA든 BIT든 시장통합, 개방경제,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것은 같습니다. (BIT는 유럽형모델과 영미형모델이 있는데, 전자는 외국인투자자의 자산보호에, 후자는 외국인투자에 대한 자유화와 모든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비차별원칙에 초점을 맞춘다지만, 뭐가 되었든 투자자보호를 통한 시장통합,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것은 동일하죠)

그런데 요새 자주 나오는 BIT와 FTA에 대한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BIT보다 FTA가 포괄적이어서 BIT는 모르겠지만 FTA는 안된다"죠

근데 이 주장이 의아한 것이, 도대체 어떤 BIT를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미 2003년에 체결한 한일투자협정이 BIT의 대표적인 것인데, 이것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한미FTA, 특히 한미FTA의 ISD가 문제라는 사람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미 체결된 한일BIT도 파기해야 합니다.

한미FTA의 ISD에서는 다른 BIT와는 다르게 "투자 성립 이전"부터 투자자에게 내국민대우를 부여하기 때문에 한미FTA는 위험하다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한일투자협정의 투자자유화의 대표적인 내용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죠. 즉 한일투자협정에서도 투자가 성립되기 이전단계(기업설립 전 단계)부터 내국민대우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투자보호에 있어서도, 국가의 공공정책에 따른 투자자 자산에 대한 국유화와 수용에 있어서, "국제법 기준"에 따른 보상의무가 부과되죠. 여기서는 물론 "간접수용"은 언급되지 않죠.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이 없더라도, 헌법 제23조 제2항에 따른 재산권 제한이 기본권(재산권)의 제한을 넘어 침해로까지 판단되면, 제3항의 정당보상의 형태는 아니어도 그것의 위헌성을 치유해야 합니다. 즉, 간접수용이든 뭐든 위헌적인 기본권 침해상태에 대한 배상,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어쨌든 한일투자협정의 대표적인 내용 중 몇개는 저렇습니다.

아 물론 ICSID에서 ISD가 운영되는 것도 포함됩니다. 혹자는 한미FTA와 BIT의 준거법 문제를 거론하며 한미FTA의 간접수용을 문제삼던데, 애초에 간접수용 자체가 문제가 엄청나게 커서, 국내 헌재에서도 위헌시비가 많다고 이미 여러번 말씀드렸기에 애초에 별로 의미있는 주장이 아니라고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즉, 한미FTA에서의 ISD가 한미FTA협정문을 준거법으로, BIT는 국내법을 준거법으로 하지만, 한미FTA협정문 상 문제될 정도의 "간접수용"은 국내법상으로도 이미 위헌적이라는 말입니다. 차이점요? 물론 있기는 합니다. 우리 정부의 공공정책이 우리 국민에게만 적용될 때에는, 우리 정부는 위헌시비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우리 국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합니다. 하지만 외국투자자에게는 그렇게 못하죠. 이것을 두고, 주권을 침해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또다시 내국민대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내국민대우와 무관하게, 우리 법제 상 그런 개념이 없든 있든, "아무런 보상없는 간접수용"은 그 대상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적용대상에게 상당한 재산권 등의 제산을 가하게 되기 때문에 위헌시비가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그러한 공공정책 수립과 집행과정에 상당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것은 주권침해가 아니라, 당연한 정부의 역할이죠. 우리가 선진국, 개념국이라면 정부가 공공정책의 이름으로 제멋대로 무계획적인 정책을 남발해서 사람들 권리를 침해하면 안되는 겁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씁니다. 차근차근 모든 논점을 다 정리해보고 싶지만, 솔직히 시간도 없어서 제대로 다 쓰려면 FTA전문가도 아니기 때메 각종 전문가들의 글에서 사실확인을 하고 정보를 얻어서 써야 하는데,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치인은 그러려니 하지만) 자꾸 좀 이상한 내용을 주장하기에, 특히 ISD와 BIT관련해서 그렇기에 직접 시간을 들여서 1차자료를 직접 보자니 너무 시간을 잡아먹어서 이렇게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