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이 글 밑에 달려고 한 댓글인데, 찬성론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따로 게시글로 세워봅니다.


김광수 연구소에서 뭐라고 합니까? 정부가 ISD조항이 삽입되어 있다고 한 것은, 지금 한미FTA와 함께 도입될 그 ISD조항이 아니고, 그것과 유사한 성격의 투자자이익보호를 위한 중재조항이 있다는 것인데, 그 성격의 차이를 설명하기를..

기존의 것은, 

-1)국가가 배상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그러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과정에서 기업의 이익이 부득불 침해되었을 시에, 그것은 기업이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되는 거다..) 

-2)배상책임을 회피하더라도 상대국으로 부터 관세보복을 받지 않게 된다..(=그러므로 국가는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복지정책이나 기타 사업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협정문에서 도입될 ISD는 1)과 2)를 무너뜨리는 내용을 삽입한 훨씬 더 강력한 투자자보호조치의 ISD조항이라는 거잖아요.

ISD가 뭡니까?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985

국가간 소송제도, 영어단어 그대로 옮기면 투자자-국가 제소권 아닙니까? 그러니 기존의 중재제도도 ISD라고 부르는 거고, 한미FTA로 도입하게 될 그것도 마찬가지로 ISD라고 부르는 거겠죠. 근데 그 제도의 항목에 1)과 2) 대신 국가의 배상책임을 광범위하게 규정한 새로운 1)'와 국가배상문제를 제3의 기관의 기속력있는 판결에 맡기고 이행하지 않을 시 상대국의 무역보복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2)'를 내세운 ISD라는 것이고..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그냥 읽어보면 알 수 있는 얘기인데..

또 기존의 투자협정BIT에도 ISD가 포함되어 있는데, 왜 이런 류의 소송이 없었냐는 길벗님의 질문에는, 위에도 적었듯이 기존의 ISD는 제 3의 기관에 의한 기속력 있는 판결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가 기속력없는 형태의 중재에 그쳤다고 하잖아요. 곧 제 3의 기관의 판결에 맡기는 형식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소송사례 자체가 없는 것이었겠죠..


그리고 ISD중재제도, 그것을 기존의 것보다 강화하여 제 3의 기관에 의한 판결에 맡기고, 그것에 기속력 까지 부여하는 것,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이긴 하죠, 저도 그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정도로 안전장치가 두터워야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니까..

근데요, 지금 그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렇게 원론적인 말에 따랐더니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들을 겪게 됐고, 그래서 ISD조항을 빼버렸다는 나라들의 사례를 바오밥님이나, 한그루님, 커피한잔님, SOC님 등등이..무수하게 많이 올려주셨잖아요? 물론 거기에는 과장과 비약이 있는 사례들 까지 섞여 있었겠지만..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이 조항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충격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그런 차원에서 김광수 연구소에서도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잖아요..

우선 ISD조항에 의해 그 판결을 내리는 기관이 대체 뭐하는 곳이며, 무슨 기준으로 그런 판결을 내리는가?

한국과 미국이 축구경기를 하는데 심판이 미국인이고, 미국인인 것을 넘어 미국에 대한 광적인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경기에 편파적으로 심판을 볼 수 밖에 없듯이..

이 ISD조항에 의거한 판결도 그렇다는 거잖아요. 가장 큰 문제가 한국과 미국이 공히 동의하는 판결의 지침이나 기준이 되는 법전이 없다는 것, 세상에 판결의 기준이 없이 거기 재판에 참관하는 판사 마음대로 판결을 한다는데, 이것을 공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를 모르겠고..

더 문제는 이 재판을 맡게되는 판사들 출신이라잖아요. IMF, IBRD 등등.. FTA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자유무역을 주도하고, 그래서 진보진영에서 비판하는 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기관의 일원이거나, 일원이었거나 아무튼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 재판을 진행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기업이 패소하는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그러니 앞으로 우리 정부가 무상급식이나 중소기업보호를 위해 대기업/다국적기업의 활동을 규제했다고 쳤을 때, 그것이 제소의 사례가 되면 기업이 이길 수 밖에 없는 판결 밖에 안나온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국가의 모든 복지정책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전면적으로 후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래칫조항으로 인해 영원히 이 협정에 구속된다라는 것인데..

이게 공정합니까? 이게 끔찍하지도 않나요? 저 만화에도 나오잖아요. SSM문제..의료민영화 문제..등등 저거 그냥 선동하는 내용이 아니라, 읽어보니까 이 제도가 도입되었을 시의 거의 필연적인 귀결로 밖에 생각이 안들던데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어떻게 아닐 수 있는지 부터 설명을 좀 해주세요..진짜 열린 마음으로 경청을 해볼테니까요..

저는, 점점 FTA자체가 비극이 될 수 있겠구나는 생각만 강하게 드는데, 그 얘기는 일단 접고 ISD도입만을 생각해 봐도..이 조항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향후 복지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서민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이유가 뭔지가 궁금합니다. 야권강세 바람을 타고 반한나라당의 정국구도를 이어가 향후 대권창출까지 하면 뭐합니까? 정부정책 자체가 FTA협정문에 묶여서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없게 된다면, 향후 진보진영이 주도한 정책적 처방의 최대치가 과거 참여정부의 그것이었다고 역사가 기록하게 될지도 모르는 판인데..

저도 좀 그럴듯한 찬성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개방을 해서 득을 보는 게 있다는 것은 알고 그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ISD가 한국에게 불리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미국 공히 사회적 약자계층에게는 재앙이 될 것 같아서 반대하는 것이고, 이말은 기업가들이나 자본가들에게는 돈벌 수 있는 무한한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이니 어느정도 트리클 다운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까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식의 찬성논리말고..

그것보다는 진보진영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들, 고착화된 양극화 문제이나 88만원 세대 문제 같이 현시점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이 피로감을 지울 수 있는 진보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가기 위한 동력으로 이 한미FTA가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인지에 대한 찬성론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귀한 얘기 좀 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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