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오늘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이 사례를 들어 ISD가 독소조항이라면서 한미FTA 반대 논거로 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바텐팔의 제소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우리나라 기업이 독일에 원전을 짓고 운전하다가 아무 보상 없이 폐쇄되는 운명을 맞는다면 독일 정부의 조치에 순응하고 쓸쓸히 철수해야 할까요?
자세한 내용을 더 알 수 없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독일 정부가 바텐팔에 적정한 보상도 없이 원전을 폐쇄했다면 당연히 제소감입니다. ISD 조항에 따라 ICSID에 제소를 하지 않더라도 독일 법원이나 스웨덴 법원에 소송을 해야 하겠지요. 이런 경우 ICSID와 같은 국제분쟁소송심판기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각국의 법원에 소송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나을까요?
만약 독일과 스웨덴간의 투자협정에서 ISD 규정이 없어 ICSID에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소를 할 수가 없다면 독일에 투자하려는 외국기업이 있을까요?
버텐팔의 제소가 ISD의 폐해로 보아야 할까요? 아마 이 판단을 하려면 버텐팔의 제소를 ICSID가 어떻게 판결을 내리는지까지 보아야 하겠지만, 이것을 ISD의 폐해 사례로 꼽는 것은 성급하다고 생각됩니다.
관련 기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52694&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오마이뉴스 기사 논조가 참 골때리는군요. 이건 완전히 선동이죠.
이 사건의 주된 논점은 '진보적인 원전 폐쇄 정책마저 ISD때문에 브레이크 걸릴 수 있다"가 절대 아니거든요.
버텐팔사에 대한 손해보상금을 '당연히 감수해야할 원전 폐쇄 비용'으로 인정할건가 말건가라는,
단순한 회계상의 문제입니다.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닌지등은 이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거죠.
독일의 원전 정책에 따라서 독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 투자했던 벡텔사가 독일 정부의 정책 변경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면,
그 손해 보상 금액까지 '정책 변경 비용'으로 포함시켜야 마땅한거죠.
이런 사안에 진보 대 보수의 프레임을 씌워서 본질을 흐리다니 얼척 없습니다.
만약 버텐팔의 손해가 변덕을 부린 독일 국민들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벡텔사가 재수가 없었기 때문인거고
그래서 버텐팔이 다 감수해야한다는 논리라면, 앞으로 독일은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야죠.
그런 나라의 정부를 믿고 투자할 멍청한 기업도 없겠지만요.
버텐팔사에게 독일 국민들을 원전 피해로부터 구해내야할 인류사적 사명이라도 있다는건지...
남아공의 예를 든 것도 그래요.
인종차별정책의 폐기때문에 어떤 기업이 손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보상해야죠.
그 기업이 입은 손해는 해당 기업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흑인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그 나라 국민들이 마땅히 짊어져야할 비용인거죠.
"지금 흑백차별철폐라는 위대한 진보를 하겠다는데 그깟 니네 회사 손해보는게 중요해? 너 지금 흑백차별철폐 반대하는거냐?"
이게 말이 되나요?
오마이뉴스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봅니다.
조금 심각하네요.
물론 진보정책으로 변경하는 비용이 예기치않게 늘어날 수 있고, 그래서 비용문제 때문에 진보가 지체될 수도 있죠.
그래도 할건하면서 해야지 그냥 날로 먹겠다면 이미 그건 진보가 아니고 얌체에 불과한거죠.
만약 현재 진행되고 있는 ISD 논쟁의 성격이 이런거라면, 반대측은 처절한 패배를 맛봐야 할겁니다.
이건 뭐 아주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보냈다는 소리잖아요.
진영논리에 빠져 타깃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춰 진실을 왜곡하거나 자기 편에 유리한 사실들만 부각하고 불리한 것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곽노현-박원순-한명숙-FTA 등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보는 관점이 일관성과 형평성을 상실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선이며 정의이고 우리가 옳다는 것에 모든 사실들이 복무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고, 과정과 수단의 합리성과 정당성은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기와 반대되는 글이면 삭제를 예사로 하고 반론도 못하게 아예 IP를 차단하는 자칭 진보 사이트, 논리는 없고 근거도 없으면서 떼거지로 달려들어 욕설과 조롱만 하는 자칭 진보 네티즌들, 자기들 입맛이나 목적에 맞춰 기사를 써대는 자칭 진보언론들, 요즈음 우리 나라 진보진영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FTA 논쟁을 보면서 이렇게 비약하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지금의 진보진영을 보는 제 심정은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끌고 가면 당장은 진영이 이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풍을 맞게 될 것입니다.
아크로 같은 사이트도 없습니다. 어떤 논제도, 어떤 주장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저도 많은 분들과 부닺히며 싸우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가는 곳이 여깁니다.
싸우다가도 다른 논제에서는 의기투합하고, 그러면서 서로 배우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아 틈만 나면 여기를 기웃거립니다. ^^
남아공에 투자한 기업은 인간의 진보에 반하는 사회구조에 편승한 책임이 있다? 원전이라는 위험한 설비를 효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인하는 사회구조는 '인간의 진보에 반하지 않는 사회구조' 라는 말씀인건지?
이 건은 그 기업이 악질인지 아닌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에요. 해당 국가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을거냐 말거냐의 문제라는 말씀.
이미 원칙이 흔들렸는데,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천명하면 된다니요. 정책이 바뀌었으면, 정책 변경비용은 당연히 감수를 해야지 배째도 된다니요. 그리고 독일의 원전 정책이 나중에 또 선거에서 국민들이 변덕을 부려서 원위치 안된다는 보장 있습니까? 그 때 역시도 배째라 하겠죠. 이 건은 국가 정책에 담겨 있는 철학적 보편성의 문제입니다. 한군데서 문제가 되면 나머지 분야에서도 문제가 되는거에요. 정부 정책의 보편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는데, 나머지 분야의 투자자들이 계속 독일 정부를 믿어줄 거라는 근거를 대세요.
가령 독일 수상이 '원전은 변덕을 부려서 죄송하고, 하지만 버텐팔사는 그만 징징대시고, 나머지 분야에서는 절대 그럴 일 없을테니 안심하고 투자하세요 여러분~' 이러는데도 투자자들이 계속 믿어줄거다 이런 말씀인가요? 님같으면 님의 소중한 돈을 독일에 믿고 투자하시겠어요?
그리고 님께서는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한 입장을 밝히시길 바래요. 그래야 같이 토론하는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을거 아닙니까. 님께서 그런거 다 필요없다고 여기신다면 존중을 해드리겠습니다. 일관성은 있는거니까요. 하지만 외국에서 투자는 받아야겠지만, ISD는 반대다라면 존중해드릴 수 없겠지요.
가령 예를 들어 누군가 '나는 페미니스트이지만, 일부일처제를 반대한다' 고 하면 존중할 수 있겠어요? 저는 페미니스트도 의견으로서 존중하고, 일부다처제를 주장하는 사람도 의견으로서 존중합니다. 그러나 '일부다처제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는 절대 존중해드릴 수가 없는거겠죠. 보수든 진보든 논리의 일관성이 떨어지면 주장에 대한 신뢰 역시 추락하게 되는겁니다.
뱀발) 그리고 이번 독일 원전건은 오히려 ISD가 왜 필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맞습니다. 만약 님이 버텐팔의 사장이라면 독일 법정을 믿겠어요 아니면 제3의 중재자를 믿겠어요? 제가 사장이라면 ISD도 없는 나라가 저렇게 변덕을 부리면서 배째라 한다면 다시는 그 나라에 투자하지 않을겁니다. 물론 지켜보는 일반 투자자들도 마찬가지겠죠.
아마도 벡텔사는 독일 정부의 보상액수에 불만이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벡텔이 다른 isd 제소의 예에서처럼 천문학적인 보상을 요구했겠지요
문제는 저런 경우 독일 법원에서도 민사로 가능하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ISD 를 만들어 해결하도록 미국이 만들었겠느냐이지요
1) 7억 유로를 투자한 회사가 10억 유로를 손해배상 청구할 예정이라니, 이 일만 놓고 보면 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볼리비아에 백만불 투자해놓고 2,500만불을 손해배상 청구한 벡텔에 비하면 양반 중에 상양반이죠.
문제는, 이 건에 대한 어느 블로거의 간단평처럼, 우리에게 주어지는 낯선 환경, 즉 (대개는 탐욕적인) 초국적 자본의 힘은 점점 커지고, 그 앞에서 정부는 점점 난쟁이가 되어가며, 따라서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환경입니다.( http://foog.com/11386/)
"정부지출의 일종의 부외금융(off-balace financing)에 해당하는 민영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익시설의 민영화는 어느 정도 정부채권의 변종형태에 해당하지만, 비극은 이렇게 정부가 그 채권의 지불을 중단할 때 발생한다. 그리고 비극은 그 보상이 에너지헌장조약이나 FTA처럼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각종조항이 존재할 경우 한층 배가된다.
결국 이 사태에서 – 또는 다른 사례에서 – 어느 일방을 도덕적으로 매도하기는 쉬우나 그 사태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초국적으로 움직이는 자본의 존재, 그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는 각종 조약, 행정권역이 제한된 국민국가의 존재, 사법적 판단의 초국적 상태 등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이전과는 매우 다른 낯선 풍경 말이다."
2) 벡텔과의 분쟁으로 소동을 치른 볼리비아 등이 ICSID에서 탈퇴했는데, 다음과 같은 탈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2. 밀실에서 진행되어, 거역할 수 없는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결정을 내리는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110개 케이스 중에 2개만이 일반에 공개되었다.
3. 개발도상국에 너무 비싼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변호사들은 시간당 800달러를 벌 수 있다. 변호사 수수료, 여행비, 전문가를 포함하여 한 국가에 소요되는 작은 경비만 하더라도 3백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
4. 다국적기업들이 투자에 대한 손실뿐 아니라 미래의 예상손실까지도 포함한 수백만 달러를 청구하는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36%의 케이스가 초국적 기업에 유리하게, 34%가 다국적기업들에게 유리하게, 30%만이 다양한 이유로 무효화되었다. 매우 드물게 국가가 승소했는데, 그들은 초국적기업들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했다.
5. 세계은행이 ICSID 프로세스에서 판사와 배심원을 겸하기 때문이다. CIF(Climate Investment Funds)를 통해 세계은행은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많은 민영화 사업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민영화된 La Paz/El Alto의 상수회사 Aguas del Illimani의 경우 CIF를 통한 세계은행의 지분이 회사주식의 8%였다. 이 재판소는 세 명의 중재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국가와 초국적기업에서 각각 한 명), 세 번째 중재인은 종종 세계은행 총재가 지명한다.
6. ICSID협정은 볼리비아 안에서의 모든 기업은 “자국의 회사로 간주하고 공화국의 국적성, 법률, 권위에 종속해야 한다”는 볼리비아의 헌법을 위반하여 체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은 볼리비아의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며, 예외적 특권을 주장하거나 외교적 채널에 호소할 수 없다”로 반복된다.
“우리는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탈퇴하겠다. 왜냐하면 개혁은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불평등한 제도로부터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다.”
(관련 글 전문) http://foog.com/11386/
3) 위 원전 건에서 독일에 소송을 하려는 바텐팔은 스웨덴 회사인데, 소송액이 적은 이유는 혹시 유럽계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볼리비아 정부에 대해 미래 기대수익까지 감안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벡텔은 미국계라서 그런 건지도... 바텐팔이 미래 기대수익까지 감안했다면 배상 청구액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치솟았겠지요.
바다 건너 들려오는 미국의 소송이나 판결 관련 소식들은 가끔 제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더군요. 양복 바지 한 벌을 잃어버린 한국계 세탁소 주인에게 5,400만불(650억원가량)을 손해배상 청구하는 판사가 있는가 하면, 아동포르노 동영상을 400여개 소지했다는 이유로 초범인 사람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기도 하고... 나름의 논리야 있겠지만, 도깨비 같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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