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인가 쯤에 한창이던 한미FTA논쟁이 2011년에 그대로 재연되고 있습니다. 이미 5년 전에 나왔던 내용의 반복이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전선은 명확합니다.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상징하는 것이 한미FTA였기 때문에, 2006년에는 논의의 전선이 불분명했죠. 대연정과 더불어 참여정부, 노무현,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을 붕괴시키는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한미FTA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전선도 명확하고, 논의의 쟁점도 비교적 그때와 비교해서 확실합니다.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 그리고 ISD문제죠. ISD에 대해서는 특히 한미FTA가 우리의 공공정책을 망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와 투자자국가소송에서 한국이 미국기업을, 혹은 한국기업이 미국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쟁점입니다.

그런데 좀 살펴보면 자유무역, 개방 등 뭐라고 부르든간에 그런 것이 확대되면 자연스레 투자자보호문제가 대두됩니다. 그래서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정비, 구체적으로는 투자자를 정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정비는 필수입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사전에 예방을 잘 해놓으면 좋겠지만, 결국 문제는 발생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소송제도를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죠. 그런데 투자자와 상대국 정부의 분쟁을 상대국 법원에서 해결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제3의 기관에서 중재하는 제도를 마련하게 됩니다. ADR이 점차 확대되는 소송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아무튼 분쟁의 양 당사자가 합의한 중재인과 규범(한미 FTA에서는 FTA협정문)을 두고 분쟁해결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안됩니다.

그리고 ISD와도 연관되면서 한미FTA의 핵심문제라고 지적하는 공공정책에 관한 것, 특히 요새는 '간접수용'이란 것이 문제가 되더군요.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이 우리 법제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당할 것이라고들 많이 말합니다. 그러면서 호주의 예를 들기도 하고, 최재천 전의원이 자주 써먹는 각종 예시를 들며, 특히 우리의 부동산 정책이 무용지물 될 것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최근 법조계가 레드오션이라는 말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우리나라 공공정책이 수용(당연히 직접수용)의 형태든,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 제한의 형태든간에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행정소송, 행정심판, 헌법소원 등 행정관련소송분야는 굉장한 블루오션이라고들 예전부터 해왔습니다. 이게 무슨말이냐면,지금 우리의 헌법, 행정관련 각종 법률만으로도 지금 시행되는 수많은 공공정책이 국민의 재산권(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을 얻어낼 수 있다는 소리죠.

굳이 FTA의 형태가 아니어도, 자유무역이 확대되어서 해외 투자자의 국내투자가 증가하게되면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법적 분쟁이 생기게 되는데, 이럴 때 그 해외투자자들과 우리 국민들에 대한 각종 법제도의 적용은 각종 국제법 상 원칙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조약으로 인해서 당연히 공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행정관련소송분야가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점차 현실화되어서 현재의 공공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지면 그에따라 해외투자자들의 그것도 많아지겠죠.


즉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겁니다. 지금 ISD와 간접수용이라는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특히 간접수용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차라리 ISD에 대한 문제제기는 힘의 불균형때문에 불리할 가능성이 많은 중재재판제도를 우리 쪽에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이 미국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 산하 ICSID의 총재가 임명하는 중재인 1인에 대해 우리가 뭐 어떻게 입장 표현을 할 수 있게 한다든가(거의 불가능하지만)하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간접수용은 정말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간접수용으로 우리 공공정책이 무력화된다는 주장으로, 우리나라 행정이 미국 기업에 의해 잠식당한다는 식의 주장은 정말 억지입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지금의 우리 공공정책이 우리 국민들의 재산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 현실이 덮어지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이 우리 법제 하에 없기 때문에 그에 관한 판례가 있는 미국에게 우리가 당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과한 주장이죠. 미국의 '간접수용'이라는 개념 자체는 우리 법제 하에 없어도, 그것은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 제한에 해당됩니다. 재산권 제한은 한미FTA 협약뿐만 아니라, 우리 헌재의 재산권 제한 관련 입장에 의하더라도 "직접수용과 유사"한 정도의 과도한 재산권 제한은 기본권(재산권)침해입니다. 동법 동조 제 3항의 수용의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이 요구되지만, 제2항의 재산권 제한의 경우에는 국가의 정당한 기본권 제한이기 때문에 보상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한미FTA협약에는 간접수용의 경우에도 보상을 하라고 되어 있다는 이유로 지금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간접수용을 들고 나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인데, 이건 곡학아세입니다.
 
간접수용이나 재산권 제한으로 인해서 재산권이 과하게 제한됐다고 소가 제기되는 경우는, 많은 예시가 이미 됐지만, 공공정책 한답시고 특정 지역의 토지를 수용해놓고 10년 넘게 아무것도 안한다거나, 용도변경하지 못하게 해놓고 10년넘게 아무 사업도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죠. 이런 것은 FTA이전의 문제죠. 애초에 주먹구구 식으로 공공정책을 진행한 우리 행정청의 잘못입니다. 이런 경우 이미 "직접수용에 유사"한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이기 때문에 그런 공공정책이나 법제도는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존재하죠.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한미FTA에서 만약 간접수용으로 진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저런 식의 문제제기일 확률이 거의 99%입니다. 즉 한미FTA, 해외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에 대한 공공정책이라도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사안일 것이란 말입니다.


물론 법무부나 사법부에서 ISD로 인해서 사법주권이 일정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간접수용과 같은 생소한 법제로 인해서 우리의 공공정책이 고려해야할 사항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타당합니다. 특히 공공정책에 있어서 우리 국민뿐만이 아니라 해외 자본가들의 눈치까지 봐야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미국에 의해 한국의 공공정책이 간섭받는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통상의 현실, 투자하고 투자받는 현실, 물건을 사고 파는 현실의 룰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 중남미 좌파벨트 정권에 속하지 않았고, 이제 막 개발에 나선 국가가 아닌, 세계 경제에 깊숙하게 편입된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통상국가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룰을 지켜야 하고 지키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 상대가 미국이라도 말이죠.

특히 간접수용과 같은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굳이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더라도, 애초에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공공정책이 이미 국민들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어왔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 "직접수용"을 지나치게 후하게 인정해서, 특히 기업의 토지개발을 위해서 일반 주민들의 토지수용이 지나치게 빈번하다는 지적도 많죠. 이건 한겨레21에서 특집기사까지 올해 실었죠. 그밖에 도시개발관련법 등의 제반 부동산 관련 법규에 대한 위헌시비(수용이 아니라, 재산권 제한이 과하다는)도 끊이지 않았고 합헌판결도 많지만 위헌판결난 것도 꽤 많습니다.


이처럼 지금 벌어지는 한미FTA논쟁은 이상한 논쟁인 동시에, 지엽말단적이고, 침소봉대가 심한 논쟁입니다. FTA찬성론자들은 그래서 지금 논쟁을 어이없어하는 것이죠. 지나친 상황을 상정한 케이스를 들이밀며 "이럴 경우에 어쩔거냐"는 식으로 몰아붙이거나, 눈과 귀를 닫고 매국노, 통상주권침해 운운하며 찬성론자들을 비난하기 때문이죠.


ISD나 간접수용을 매개로 FTA의 이면을 들쳐내서 대중들에게 자유무역, FTA,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내수시장확대와 복지확대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개방, 자유무역, 그리고 FTA는 현실이고 필수입니다. 책상 앞에서야 FTA를 통해서 자꾸 세계경제에 편입되면, 내수시장확대정책이 뒤로 밀릴 수 있으므로 아예 FTA를 안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도 FTA를 체결하는 국가들이 많은 판에, 무역 의존도가 심한 우리가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결국 당장 우리는 손해봅니다. 게다가 내수시장확대와 개방확대가 반드시 배치된다고 할 수도 없고요.

즉 차라리 한미FTA를 반대하려면, 지엽말단적인 ISD나 간접수용 같은 것에 매달리지 말고, 국가관, 가치관, 세계관의 충돌을 인정하고 좀 더 근본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생산적입니다.


PS)간접수용은 이런 것입니다. 국가가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도시개발계획을 세워서 광화문 지구의 토지용도변경을 금지합니다. 이 경우 국가는 토지소유자에게 보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가의 공공정책이기 때문이고, 보상할 근거가 없습니다. 토지 소유권의 변동도 없죠. 하지만 삼성이 상암동에 아파트 건설하기 위해서 땅이 필요한 경우, 땅을 '수용'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토지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토지를 수용해야합니다. 이 경우 토지소유권의 직접적인 변동이 있죠.

간접수용의 사례로 예시든 것은 실은 "간접수용"이라는 정확한 개념이 사용된 케이스는 아닌 것으로 압니다. 단지 "재산권 제한"이 "수용에 유사"한 정도로서 "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비슷한 도시계획케이스에서 몇차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정 토지를 각종 규제로 묶어놓고 토지소유자가 아무 것도 못하게 해놓고 국가는 팔짱만 끼고 있는 것, 그리고 대기업에게 토지수용을 너무 쉽게 허용해서 수용을 남발하는 것, 이건 아주 문제입니다. 이런 것은 FTA이전의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