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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전선도 명확하고, 논의의 쟁점도 비교적 그때와 비교해서 확실합니다.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 그리고 ISD문제죠. ISD에 대해서는 특히 한미FTA가 우리의 공공정책을 망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와 투자자국가소송에서 한국이 미국기업을, 혹은 한국기업이 미국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쟁점입니다.
그런데 좀 살펴보면 자유무역, 개방 등 뭐라고 부르든간에 그런 것이 확대되면 자연스레 투자자보호문제가 대두됩니다. 그래서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정비, 구체적으로는 투자자를 정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정비는 필수입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사전에 예방을 잘 해놓으면 좋겠지만, 결국 문제는 발생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소송제도를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죠. 그런데 투자자와 상대국 정부의 분쟁을 상대국 법원에서 해결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제3의 기관에서 중재하는 제도를 마련하게 됩니다. ADR이 점차 확대되는 소송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아무튼 분쟁의 양 당사자가 합의한 중재인과 규범(한미 FTA에서는 FTA협정문)을 두고 분쟁해결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안됩니다.
그리고 ISD와도 연관되면서 한미FTA의 핵심문제라고 지적하는 공공정책에 관한 것, 특히 요새는 '간접수용'이란 것이 문제가 되더군요.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이 우리 법제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당할 것이라고들 많이 말합니다. 그러면서 호주의 예를 들기도 하고, 최재천 전의원이 자주 써먹는 각종 예시를 들며, 특히 우리의 부동산 정책이 무용지물 될 것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최근 법조계가 레드오션이라는 말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우리나라 공공정책이 수용(당연히 직접수용)의 형태든,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 제한의 형태든간에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행정소송, 행정심판, 헌법소원 등 행정관련소송분야는 굉장한 블루오션이라고들 예전부터 해왔습니다. 이게 무슨말이냐면,지금 우리의 헌법, 행정관련 각종 법률만으로도 지금 시행되는 수많은 공공정책이 국민의 재산권(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을 얻어낼 수 있다는 소리죠.
굳이 FTA의 형태가 아니어도, 자유무역이 확대되어서 해외 투자자의 국내투자가 증가하게되면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법적 분쟁이 생기게 되는데, 이럴 때 그 해외투자자들과 우리 국민들에 대한 각종 법제도의 적용은 각종 국제법 상 원칙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조약으로 인해서 당연히 공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행정관련소송분야가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점차 현실화되어서 현재의 공공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지면 그에따라 해외투자자들의 그것도 많아지겠죠.
즉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겁니다. 지금 ISD와 간접수용이라는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특히 간접수용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차라리 ISD에 대한 문제제기는 힘의 불균형때문에 불리할 가능성이 많은 중재재판제도를 우리 쪽에 유리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이 미국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 산하 ICSID의 총재가 임명하는 중재인 1인에 대해 우리가 뭐 어떻게 입장 표현을 할 수 있게 한다든가(거의 불가능하지만)하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간접수용은 정말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간접수용으로 우리 공공정책이 무력화된다는 주장으로, 우리나라 행정이 미국 기업에 의해 잠식당한다는 식의 주장은 정말 억지입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지금의 우리 공공정책이 우리 국민들의 재산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 현실이 덮어지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이 우리 법제 하에 없기 때문에 그에 관한 판례가 있는 미국에게 우리가 당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과한 주장이죠. 미국의 '간접수용'이라는 개념 자체는 우리 법제 하에 없어도, 그것은 헌법 제23조 제2항의 재산권 제한에 해당됩니다. 재산권 제한은 한미FTA 협약뿐만 아니라, 우리 헌재의 재산권 제한 관련 입장에 의하더라도 "직접수용과 유사"한 정도의 과도한 재산권 제한은 기본권(재산권)침해입니다. 동법 동조 제 3항의 수용의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이 요구되지만, 제2항의 재산권 제한의 경우에는 국가의 정당한 기본권 제한이기 때문에 보상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한미FTA협약에는 간접수용의 경우에도 보상을 하라고 되어 있다는 이유로 지금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간접수용을 들고 나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인데, 이건 곡학아세입니다.
간접수용이나 재산권 제한으로 인해서 재산권이 과하게 제한됐다고 소가 제기되는 경우는, 많은 예시가 이미 됐지만, 공공정책 한답시고 특정 지역의 토지를 수용해놓고 10년 넘게 아무것도 안한다거나, 용도변경하지 못하게 해놓고 10년넘게 아무 사업도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죠. 이런 것은 FTA이전의 문제죠. 애초에 주먹구구 식으로 공공정책을 진행한 우리 행정청의 잘못입니다. 이런 경우 이미 "직접수용에 유사"한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이기 때문에 그런 공공정책이나 법제도는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존재하죠.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한미FTA에서 만약 간접수용으로 진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저런 식의 문제제기일 확률이 거의 99%입니다. 즉 한미FTA, 해외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에 대한 공공정책이라도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사안일 것이란 말입니다.
물론 법무부나 사법부에서 ISD로 인해서 사법주권이 일정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 그리고 간접수용과 같은 생소한 법제로 인해서 우리의 공공정책이 고려해야할 사항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타당합니다. 특히 공공정책에 있어서 우리 국민뿐만이 아니라 해외 자본가들의 눈치까지 봐야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미국에 의해 한국의 공공정책이 간섭받는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통상의 현실, 투자하고 투자받는 현실, 물건을 사고 파는 현실의 룰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 중남미 좌파벨트 정권에 속하지 않았고, 이제 막 개발에 나선 국가가 아닌, 세계 경제에 깊숙하게 편입된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통상국가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룰을 지켜야 하고 지키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 상대가 미국이라도 말이죠.
특히 간접수용과 같은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굳이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더라도, 애초에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공공정책이 이미 국민들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어왔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 "직접수용"을 지나치게 후하게 인정해서, 특히 기업의 토지개발을 위해서 일반 주민들의 토지수용이 지나치게 빈번하다는 지적도 많죠. 이건 한겨레21에서 특집기사까지 올해 실었죠. 그밖에 도시개발관련법 등의 제반 부동산 관련 법규에 대한 위헌시비(수용이 아니라, 재산권 제한이 과하다는)도 끊이지 않았고 합헌판결도 많지만 위헌판결난 것도 꽤 많습니다.
이처럼 지금 벌어지는 한미FTA논쟁은 이상한 논쟁인 동시에, 지엽말단적이고, 침소봉대가 심한 논쟁입니다. FTA찬성론자들은 그래서 지금 논쟁을 어이없어하는 것이죠. 지나친 상황을 상정한 케이스를 들이밀며 "이럴 경우에 어쩔거냐"는 식으로 몰아붙이거나, 눈과 귀를 닫고 매국노, 통상주권침해 운운하며 찬성론자들을 비난하기 때문이죠.
ISD나 간접수용을 매개로 FTA의 이면을 들쳐내서 대중들에게 자유무역, FTA,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내수시장확대와 복지확대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개방, 자유무역,
즉 차라리 한미FTA를 반대하려면, 지엽말단적인 ISD나 간접수용 같은 것에 매달리지 말고, 국가관, 가치관, 세계관의 충돌을 인정하고 좀 더 근본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생산적입니다.
PS)간접수용은 이런 것입니다. 국가가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도시개발계획을 세워서 광화문 지구의 토지용도변경을 금지합니다. 이 경우 국가는 토지소유자에게 보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가의 공공정책이기 때문이고, 보상할 근거가 없습니다. 토지 소유권의 변동도 없죠. 하지만 삼성이 상암동에 아파트 건설하기 위해서 땅이 필요한 경우, 땅을 '수용'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토지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토지를 수용해야합니다. 이 경우 토지소유권의 직접적인 변동이 있죠.
간접수용의 사례로 예시든 것은 실은 "간접수용"이라는 정확한 개념이 사용된 케이스는 아닌 것으로 압니다. 단지 "재산권 제한"이 "수용에 유사"한 정도로서 "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비슷한 도시계획케이스에서 몇차례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정 토지를 각종 규제로 묶어놓고 토지소유자가 아무 것도 못하게 해놓고 국가는 팔짱만 끼고 있는 것, 그리고 대기업에게 토지수용을 너무 쉽게 허용해서 수용을 남발하는 것, 이건 아주 문제입니다. 이런 것은 FTA이전의 문제죠.
저도 ISD와 간접수용에 대해 FTA 반대측의 논리가 영 석연치 않아 FTA 찬반의 입장을 유보한 상태로 이 두 문제를 공부하고 있고, 의문이 나는 것을 아크로에 올려 도움을 받고자 하고 있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070037085&code=920501
법무부 “한국엔 문제 안돼” 투자자소송 관련 해명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1072201385&code=940301
법무부 자료를 보면 ISD자체가 위험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중남미가 대비없이 체결했다가 미국에 털린 사례가 꽤 되고요
외교부나 법무부의 해명을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유보와 미래유보로 공공분야를 제외시켰고,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과는 차별된 우리나라 정부의 실력으로 보면 문제가 없다고 하네요
물론 입법이나 공공정책 설계시 제한이 있을수는 있고요
FTA관련 정부의 신뢰상실이야 노무현정부가 4대 선결조건을 미국에 조건없이 던져주고 졸속으로 밀어붙일때부터 없어진 것으로
지금에서야 회복할 수 없지요
오히려 정치력과 역량을 공공성 강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 지금 한미FTA반대하는 사람들의 여러 주장을 매개로 공공성 강화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본이 안된 음모론이나 극단론에 대해 좀 얘기한 것일 뿐이죠.
라이툼히님/ 몇 가지만 간단히...
1. ISD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은 국가관 가치관의 충돌에 비하면 지엽말단의 문제다
=> 예, 맞습니다. 그런데 이 지적은 의미가 없는게, ISD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진영 자신들이 (저를 포함해) 이게 지엽말단의 문제라는 걸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른바 반대론자들은 굉장히 '소심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겁니다. 반대론자라기 보단 '극히 소심한 신중파' 정도에 불과해요. "뭐, 알겠는데, ISD 그거라도 하나 빼면 안되겠냐..."라면서 읍소하고 있는 형국이죠.
2. 그리고 지금 최재천이나 정동영같은 '소심한' 반대론자들을 쇄국론자들로 몰아가시면 안됩니다. 우선 우리 경제는 이미 개방이 되어도 한참 되어 있는 나랍니다. "개방, 자유무역, 그리고 FTA는 현실이고 필수"라고 하셨는데 한국경제가 이미 개방, 자유무역화 된 나라에요. 지금 대원군 시절이 아닙니다.
3. 마지막으로, 지금 FTA라는 형태를 빌린 자유무역이 진정한 자유무역인지, 또는 자유무역의 탈을 쓴 사이비 자유무역인지에 관해 아직 결론이 나와있지 않습니다.
바꿔 말해, "자유무역은 좋은거다, 따라서 한미 FTA도 좋은거다"라는 논법은 근거가 부실합니다.
(참조 : http://theacro.com/zbxe/469103 )
ISD 조항삭제를 요구하는 진영은 결코 지엽말단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스스로 천명하지도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그분들이 제시하신 글들이나 링크를 읽어보면 ISD조항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시련이 닥칠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또 다른 측면에서 협상 도중이나 협상이 끝난 후에나 스스로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조항을 꼭 빼자고 하는 것은 무척 어리석은 짓입니다. '꼭', '...만이라도'라는 단서를 붙이는 순간 그 사항은 즉각 중요한 사항으로 변하게 되고, 그런 '지엽적인' 사항을 관철시키기위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니까요.
너무도 당연한, 투자자와 투자국 사이의 분쟁 발생 시,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문제해결방식 자체를 무시하는 논리로, ISD를 공격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툭하면 미국에 치우친 국제질서를 말하는데, 그런 식의 논리면 모든 무역, 모든 국제거래, 모든 외교관계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죠. 그래서 "쇄국하잔거냐"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항상 나오는 말인, "이미 다른 여러 국가와 BIT협정 등에서 ISD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하면서 최강국, 깡패국가 미국이 꼈으므로 한미FTA의 ISD는 안된다고 하니까, "이거 반미아니냐"는 소리도 나오는 것이죠.
최재천, 정동영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해는 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엽말단적인 것 가지고 싸우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그걸 지렛대 삼아서 다른 정치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아크로는 공론장이니까 다른 이야기도 한 것입니다.
아 그리고 님께서 3.에서 말씀하신 것, 그건 논쟁이 많은 사안입니다. 경쟁적 자유화라는 논리나 이미 현실적으로 양자간 자유무역 협정이 많기 때문에 다자간 무역 협정과 조화를 이루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보편적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국제질서는 원래 그렇죠.
1. 그러니까 미국과의 한미 FTA를 ISD없이 빼고 체결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일이란 말인가요?
2. """" 경쟁적 자유화라는 논리나 이미 현실적으로 양자간 자유무역 협정이 많기 때문에 다자간 무역 협정과 조화를 이루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보편적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 (논쟁이 많은 사안이지만, 그러나 이와 동시에 ****등이 보편적인 주장이라...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되지만, 하여간) 이거 국제경제학 분야 연구자들간에 보편적인 주장이라는게... 그냥 님 어림짐작인가요, 아니면 확실한 건가요?
협상을 어떻게 어떻게 해서 ISD를 뺀다해도, 결국 투자자와 투자국간의 분쟁 발생 시, 그것을 해결할 절차는 필요한데, 어떻게 할까요? 그냥 미국법원을 믿으면 될까요? 미국이 임명한 세계은행 산하기관의 중재인도 못믿는데, 미국법원을 믿을 수 있나요?
2. 경쟁적 자유화라는 논리로 양자간 협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경쟁적 자유화라는 패러다임도 다자주의(WTO)가 경제학적으로 최선의 제도라고 인정합니다. 다만 대부분 국가들이 다자간 협정에 과감히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국내의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이죠. 그래서 다자간 협정인 WTO에 수많은 유예, 유보조항이 있죠. 그래서 일단 '무역자유화'를 지향하는 전제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그나마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상대국'과의 협상이죠.즉 상호주의에 입각한 무역과 투자 자유화가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현재 WTO는 그 의사결정방식이 컨센선스(전원합의)이고 회원국이 140개가 넘기 때문에 양자간 협정이 훨씬 현실적으로 무역자유화에 효율적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경쟁적 자유화의 입장에서 양자간 협정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다자간 협정인 WTO체제로부터 통제, 규제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상호보완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양자간 협정이 '자유무역'에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대표적인 하버드의 쿠퍼라는 교수도, NAFTA는 "그 대상범위가 광범위하고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상분야보다도 다양하여 무연전환효과가 무역창출효과를 상회하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한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 등,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고 합니다.
2. 제가 링크 건 페이지에 나오는 그 미의회 보고 자료에서는 FTA방식을 '안하느니만 못한 사이비 자유무역'으로 보는 논자를 대표격으로 두 명 거론하고, 그 첫째가 바그와티라는 컬럼비아대 교수에요. 이 보고서 내용만으로 보면 FTA를 둘러싼 이 논쟁, 다시 말해 FTA를 통해 자유무역으로 기대되는 효과가 정말 있는지에 관해 아직 '합의'가 나온게 아니라는 말이거든요. 그렇다면,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얘기를 들어 한미FTA를 지지하는 근거로 삼는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거죠.
만약 바그와티 교수의 설이 거의 무시당한다면야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거지요.
이런 이유로 저로서는 '자유무역은 바람직하므로, 한미 FTA도 바람직하다'라는 논리를 현재 시점에선 받아들일 수 없어요.
만약 님이 말하는대로 그 주장이 현재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또는 거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볼만한 증거가 있다면, 그때가서 생각을 다시 해야죠. 그런데 아직은 그런 증거를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ISD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과 간접수용을 문제삼는 주장이 각각 별개로도 주장되고 있고, 그 논리가 궁색합니다. 최재천 변호사의 지적은 일리가 있기는 하죠. 하지만, 이 역시 지엽말단적입니다. 어짜피 간접수용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는 본문 글에 썼기 때문에 또 반복하기는 힘들겠네요ㅜ
2. 바그와티 교수의 주장이 대표적인 양자간 협정 반대주장 맞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이 경쟁적 자유화를 촉진하는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Spaghetti Bowl"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죠. FTA는 기본적으로 필연적으로 지역주의의 확산이기 때문에 다자주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역시 보편적입니다.
보편적이라는 단어를 잘못 썼네요. 찬,반 주장의 내용이 각각 보편적이라는 말입니다. FTA로 인해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얼마나인지, 혹은 그로 인해 엉망이 된 정도가 얼마나인지 제대로 밝혀?낸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사실 그걸 어떻게 밝히나요? 오로지 FTA로 인한 효과를 어떻게 구분하겠습니까. 그래서 정치경제현실상 WTO를 통한 무역투자자유화가 어려우니 FTA로 자유화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는 말이었습니다.
2. 이미 FTA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은 개방되고 통합되고 있죠. 그래서 저도 한미FTA에 미온적입니다. 특히 참여정부의 뜬금없는 FTA시도는 충격적이었죠. 다만, 한'미' FTA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와중에, 물만난 고기처럼 극단적인 반개방, 반무역론자 혹은 음모론적인 세계화 반대론자들이 판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현실, 국제 경제질서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누리는 풍요를 일정부분 양보할 자신이 있다면 그런 극단의 주장이나 음모론에 동조하는 것도 괜찮죠.
제 생각이 누구를 옹호하게 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불량진보든 우량진보든 틀렸거나 왜곡된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특히 국제경제질서 하에서의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기본을 망각한 주장과 지나치게 부차적이고 누구도 확언하지 못하는 간접수용과 같은 논란은 잘못된 것이죠. 한미 FTA 찬성론자들의 주장에는 그래도 음모론이나 극단론은 없습니다. 사실의 왜곡도, 일반적인 '주류'학계나 보수주의자들이 하는 수준에 불과하죠. 하지만 극단적이고 음모론적인 FTA 반대론자들은 아예 통상의 기초질서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쇄국하려는거야?"란 반응이 터져나오는 것입니다. 그럼 이만.
1. 라이툼히님 입장은 알겠습니다.
2. 이야기가 여기까지 나가면, 결국에는 (제가 하는 말로) 그 프레임 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밖에 없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더구나 댓글로 거기까지 나아간다면 이건 끝이 없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글을 올려서 김대호 소장이 쓴 글을 평하는 자리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죠. 다만 제 입장 일부만 지금 간단하게 밝히면, '영미식 자본주의의 이식'과 '한국의 세계화' 이 둘은 일치하는게 아니라고 보며, 영미식 자본주의 이식에 올인하는 건 그다지 전망이 밝아보이는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따라잡기 대상으로 삼고 참고해 배울만한 국가는 그 밖에도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라는 거죠.
길벗님 / "저는 한-미 FTA와 한-EU FTA를 비교해 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점만을 쟁점으로 삼았으면 합니다."라고 하신게 길벗님입니다.
프레임 싸움은 저도 싫어하진 않습니다. 굳이 스켑티컬 레프트의 김대호 소장 글까지 퍼온린 사람도 바로 저였구요.
그럼에도 님이 원하시는대로 '일부러' 맞춰서 화제를 제한시켜왔는데,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시면 좀 난감하지요.
이거는 왠지 사람 바보 된 느낌....인데요.
좀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크로에서 (또는 제가 든 사례 중에서) 팩트 간과하거나 무시한게 있었나요? 님이 지금 하는 말과는 오히려 반대가 실상에 가까울걸요. 사실 님이 괜찮다고 가져온 글 가운데 막상 들여다보니 변변찮은 글은 없었잖습니까?
호주 사례라면 님이 링크한 문화일보 기사겠죠. 님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길벗님이 소개한 문화일보의 그 기사 내용 제가 이미 알고 있던 겁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담뱃갑의 포장을 광고 문구가 없고 대신 담배로 인한 건강 파괴의 이미지만을 담도록(“plain packaging”) 하는 규제를 추진했다는 사실, 님이 거론하기 전에 제가 '먼저' 밝힌 사실입니다.
좀 제대로 알고 얘기를 하세요.
당연히 호주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그 점에 토를 달지 않았던 거죠.
KT&G가 그 정부 조치에 따라 담배장사 하면 될 일입니다.
그래서 장사가 안되면 철수해야 할 일이고.
그리고 제가 보건대 그 사례가 부적당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합법적인 공공적 건강증진 정책에다 비차별적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트러블이 생겼거든요.
그런 일은 피해야죠.
물론 님 판단은 그와 다를 수 있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좋아요. 그런데 님과 다른 사람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을 두고, 다른 사람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낸다든지 왜곡한다든지, 숨긴다든지라고 부당한 비난을 하시면 안되죠. 이건 판단이 엇갈리는 문제일 뿐인데.
그리고 일반인들이 그 사건을 곡해해서 잘못 알고 있다면 바로 잡아야죠.
그래서 제가 크레테님 그 글에 칭찬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 님이 든 링크나 글 보면서 제가 "길벗님은 입맛에 맞는 자료만, 그것도 팩트가 엉성한 허술만 자료만 편취해서 가져오는 것 같은 '의심'이 드네요" 이런 말을 저는 할 줄 몰라서 안 한 줄 아세요?
다른 사람들은 님이 가져오는 자료들을 보면서 그런 '의심'이 안드는 줄 아십니까?

억...자야하는데, 큰일났군요.
제가 "닥치고 글로벌스탠다드"를 말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있는 국제경제질서의 보편적 룰은 워싱턴 컨센서스와 같은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닙니다. 그저 투자자와 투자국 사이의 분쟁에 대한 해결제도에 관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BIT든 FTA든, 그리고 WTO든 ISD든 SSD(?)든 당연히 "자본"의 이해만 일단 반영됩니다. 그 이유는, 자본의 이동, 자본의 투자, 자본에 대한 문제발생을 상정한 제도들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국제경제질서가 자본의 질서니까요. 만약 노동이 자본처럼 자유롭게 이동가능하다면, 그리고 자본처럼 노동도 국적에 관계없이, 오로지 숫자와 화폐단위로만 표기되어서 언제, 어디로 가든 일정하게 평가된 객관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죠. 세계경제질서로 거창하게 갈 것 없이, 투자는 자본이 하는 것이고 부와 번영을 누리려면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죠. 우리가 투자하는 입장이 되든, 투자받는 입장이 되든 마찬가지죠. 이런 생각도 "닥치고 글로벌"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외투자를 많든 적든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그것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에게 하듯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합니다. 이것도 보편룰이죠. 이게 안 지켜지만 엉망진창이 됩니다. 만약 새로운 공공정책 마련에 있어,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벌어지면, 대체적으로 대기업, 보수는 공공정책 반대의 편에 서겠죠. 여기에 외국기업도 추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마치 공공정책 결정권이 훼손당한다는 것처럼 부풀리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외투자를 받아들인다면, 그 투자자의 지위, 자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투자는 거래죠. 우리도 해외 어딘가에 투자를 합니다. 이 경우 우리나라 투자자의 자산에 문제가 생긴 경우, 그 나라 법원보다는 제3의 기관이 중재하는 것이 낫겠죠. 물론 자본에는 국적이 없고, 다 민중을 착취한다는 입장에서는 그게 그것이겠지만요.
컨버젼스 시대입니다. 새로운 시대이기 때문에 이런 시대에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 것인지 정치의 영역이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지 제대로 정립된 것이 없죠. 하지만 돈이 되는 투자, 거래의 영역에서는 빠르게 나름의 규범이 정립되는 중입니다. 이런 흐름에 우리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부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 또 현실이고요. 님 말씀대로 자본의 입장이 최대한 무시?되어야 하는 분야에도 자본의 손길이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서 그렇다고 투자를 받으면서, 또 투자에 관한 국제규범을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ps)그리고 전 한국 사회의 스탠다드가 영패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영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기억은 없네요. 심지어 맨날 까던 유시민도 영패라고 규정한 적도 없고, 영남이라는 단어를 쓴 기억도 별로 없네요. 영남에도 저개발된 곳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서울에도 그런 곳이 있다고 한 기억은 있습니다. 다만 유시민이나 그와 비슷한 부류의 정치세력이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지역문제를 악용하는 것을 까기는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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