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서울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내년부터 시립대의 등록금을 현행보다 반값으로 하고, 서울시(공무원) 비정규직 2,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합니다.

이 두 정책은 박원순 시장이 치밀한 검토와 신중한 판단 하에 나온 것이 아니라 어설픈 자기 철학과 대중 영합주의의 소산같습니다. 박원순이 참연연대,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같이 사회단체 활동을 하는 것과 서울시라는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사회단체는 그 목적이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이 모여 자기들만의 룰을 정하며, 그 룰은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고 그 결과도 그들에게만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서울시장의 결정이나 정책은 사회단체와 달리 그 대상도 특정 목적에 동의한 사람만이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가 되고 그 영향도 서울시와 서울시민 전체에 미치게 되지요.

사회단체는 자기 목적에 따라 활동함으로 공정성과 형평성, 그리고 효율을 굳이 의식하지 않지만, 서울시(장)의 정책과 사업은 공정성, 형평성, 그리고 효율을 우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박원순 시장이 첫 사업으로 하겠다는 시립대 반값 등록금과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문제가 없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1.  서울 시립대의 반값 등록금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을 거치면서 보편복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되었습니다. 저도 학교 급식은 선별 급식보다는 전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편 급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재원이 뒷받침 된다고 한다면 초,중학교 뿐아니라 고등학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급식과 같이 보편적으로 실시하여야 하는 것은 의료,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 공공부조나 기초생활자 지원과 같이 선별 복지를 행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성격상 보편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그 효과가 큰 것은 보편복지로 가야 하는 것이 맞겠지요

그러나 교육이 보편복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당장 전면적으로 보편복지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편복지로 전환하거나 확대해야 하는 것도 우선 순위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차원에서 시립대의 반값 등록금 시행이 타당한가를 살펴 보겠습니다.

현재 시립대의 등록금은 일반 사립대의 등록금의 반에 미치지 못하고, 국립대보다도 낮습니다. 일반 대학과 비교하면 이미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지금도 서울시가 시립대에 연간 680억원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은 시립대에 180억원 추가로 지원하여 등록금을 반의 반값으로 하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서울의 일반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들과 비교하여 형평성이 어긋납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시립대의 반의 반값 등록금보다 먼저 보편복지로 확대해야 할 다른 분야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초,중등학교는 무상교육이며, 서울시는 초등학교는 무상급식중이고, 중등학교도 무상급식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는 교육비도, 급식비도 모두 학생(학부모) 부담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국민들의 보편 교육이고 의무교육적 성격이 강하지만, 대학은 전문 교육이며 자기 선택적 과정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립대의 반의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면, 대학 등록금은 연간 100만원, 고등학교는 180만원이라는 역전 현상이 일어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교육을 보편복지 차원으로 확대하려면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선 순위에서도 맞고, 형평에도 맞지요.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학생들은 대학 반값 등록금의 혜택을 받을 기회조차 없습니다.

시립대의 반의 반값 등록금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 재정을 쓰는 것은 우선 순위에서도,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습니다.  서울시 재정이 허락한다면 고등학교의 급식비나 등록금 지원이 먼저여야 합니다.

 

저는 대학의 반값 등록금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이며, 사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이런 입장은 반값 등록금이 거론될 때부터 피력해 왔습니다. 유럽의 대학의 무상 교육을 들면서 반값 등록금을 찬성하는 측도 있지만, 이는 유럽과 우리 나라의 대학 교육 환경은 무시한 성급한 판단입니다. 대학 진학률이 우리 나라의 절반인 40% 이하이고, 대학을 심도있는 학문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유급과 탈락으로 대학을 졸업하기 힘든 것이 유럽의 대학입니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는 필요 이상의 대학이 난립하고 학생들도 전문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필요성보다는 단순히 최종 학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을 진학합니다. 불필요하고 비효율적 예산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이 대학이라 생각됩니다.효율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은 드는 곳이 우리 나라의 대학입니다.

이런 비효율적 구조를 바로 잡고 난 뒤에 대학의 무상교육(반값 등록금)이 논의되어야 하지, 순서가 바뀌게 되면 거꾸로 현재의 비효율 구조를 온존시키는 역효과만 나고 비용은 비용대로 더 많이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퇴출시키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대학들은 통폐합하고, 각 대학들의 비리와 비효율적 운영을 바로 잡아 그것으로 먼저 등록금을 인하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국가의 재정을 투입하여 반값 등록금(대학의 무상 교육)은 그 때 가서 논의되어야 하고, 그 때까지는 대학도 현재의 선별적 지원(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2.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박원순 시장은 2,800여명에 이르는 서울시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전환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어 아직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본다면 이것은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현재의 비정규직의 신분이 일단 애매합니다. 공무원은 분명 아닐 것이고, 서울시가 계약하고 고용한 임시직일 것입니다. 정상적인 공무원 시험을 치른 것도 아니고, 공통의 기준이나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닐 것입니다. 특채된 경우도 있을 것이고, 사적인 인맥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어 객관적인 평가과정이 생략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9급 공무원으로 정식 발령을 낸다는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 신분은 보장하지 않으나 계약직으로 하되 고용과 정년을 보장하고 복리후생을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한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경우라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 것입니다.

현재의 비정규직 계약을 해지하고, 그 자리에 정규직으로 다시 뽑는 공식적 시험을 치르고 채용한다면 모를까 현재의 비정규직을 그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서울시가 현재 고용하고 있는 2,800여명의 비정규직 계약직이 모두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지 세심하게 검토했는지 궁금합니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경우는 그 업무가 임시적으로 필요해 해당 업무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수 있을 때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현재 2,800여명의 비정규직 중에서 실제 정규직화가 필요한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일시적/임시적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정규직화가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 놓지 않고 덜컥 2,8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부터 해 놓으면,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들이 나중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심하게 반발할 것이 예상됩니다. 세심한 검토 없이 발표부터 해 놓으면 나중에 치르지 않아도 될 사회적 논란과 비용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위에서 살펴본대로 박원순 시장의 첫 작품들이 어설프고 구체적인 검토 없이 의욕만 앞서는 것 같아 많이 우려됩니다. 사회단체 활동할 때의 마인드로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려는데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같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빨리 공직자의 신분임을 자각하고 서울시를 공적 시스템 하에서 공정성, 형평성, 효율성을 감안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