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운전 면허 시험을 본 사람이, 게다가 불합격한 사람이 운전 면허 시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웃기는 일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더 웃기는 일이지요.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유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제가 운전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시면 됩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학과 시험에 합격하면 2 시간 이상 학원에서 장내 기능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후 장내 기능 시험에 합격하면 6 시간 이상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도로 주행 연습을 해야 합니다. 8시간을 연습하면 도로 주행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장내 기능 시험에 합격하면 가면허를 발급해 줍니다. 그런데 이 장내 기능 시험이라는 것이 요식 행위에 불과합니다. 깜빡이나 와이퍼를 켤 줄 알고, 브레이크를 밟을 줄 알고, 직선으로 천천히 가다가 좌회전 한 번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사실상 운전을 전혀 못해도 장내 기능 시험에 합격합니다.

 

 

 

제가 1종 보통 면허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그것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보통 장내에서 단 2 시간을 연습한 후에 바로 도로로 나갑니다. 운전을 전혀 못 하는 상태에서 도로에서 차를 몰고 다니는 것입니다.

 

수강생이 탄 운전 학원 차는 도로의 시한 폭탄입니다. 수강생이 당황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옆에 강사가 타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대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당황한 수강생이 가속 페달(악셀)을 힘껏 밟아도 강사가 클러치를 밟으면 됩니다. 강사 자리에도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수강생이 핸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도 강사가 옆에서 잡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사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고속으로 운행하다가 수강생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강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럴 때 다른 차가 바로 뒤에서 따라온다면 추돌 사고가 일어납니다.

 

장내 기능 시험에서 돌발 상황 시 급브레이크를 밟는 연습을 하기 때문에 수강생이 당황할 때 급브레이크를 밟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장내 기능 시험에서 “돌발” 항목만은 제외해야 합니다. 그 항목은 도로 주행 연습 때 사고 위험만 높입니다.

 

둘째, 사람이 긴장을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몸에 힘이 들어간 사람이 핸들을 마구 돌릴 때 옆에 있던 강사가 핸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을 전혀 못하는 수강생을 데리고 도로에 나오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그 때문에 강사는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한편으로 강사가 중노동에 시달리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 강사가 극도로 예민해지면 운전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뻔합니다.

 

 

 

물론 현행 제도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장내에서 차근차근 배우고 도로에 나가는 것보다 무작정 도로에 나와서 부닥쳐 보면 훨씬 빠르게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절감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교통 사고 위험의 증가와 강사와 수강생의 스트레스 증가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얻는 이득입니다. 저는 위험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운전을 빨리 배우는 것보다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안전하고 편안하게 연습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운전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사람의 의견일 뿐입니다.

 

1. 가면허 제도를 없애는 대신 강사가 감독하는 상태에서 운전 수업 시간에 비공식 장내 기능 시험을 치릅니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강사가 운전 학원에서 발급하는 도로 주행 허가증에 서명을 합니다. 그러면 수강생은 도로에 차를 끌고 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항상 강사가 옆에 타고 있어야 합니다.

 

이 비공식 장내 기능 시험에는 “주행 중 깜빡이 작동”, “주행 중 변속기(기어) 작동”, “곡선 주행”, “언덕 주행”, “후진” 등의 항목을 포함시켜 어느 정도 운전 능력이 되는 사람만 합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시험은 강사가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거나 수강생이 요구하면 수업 시간에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2. 모의 도로 주행 시험을 봐서 합격한 사람만 정식 도로 주행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이 모의 시험은 정식 시험과 똑같이 합니다. 합격 기준도 정식 시험과 똑같습니다. 다만 강사와 수강생 둘이 비공식적으로 진행합니다. 이 시험도 수강생이 요구하거나 강사의 판단에 따라 수업 시간에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의 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운전 면허 시험 중에는 도로 주행 연습 때보다 사고 위험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보면 사람이 더 긴장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또한 시험을 볼 때에는 현저한 사고 위험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감독관이 개입할 수 없습니다. 주행 연습 중에는 약간만 위험해도 강사가 핸들을 잡아 주거나 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감독관이 웬만하면 옆에서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제가 제시한 대안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사와 수강생이 단 둘이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더 큽니다. 하지만 준비도 안 된 수강생이 무작정 도로에 나오는 현행 제도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3. 최소 연습 시간은 자동(오토)의 경우에는 8시간, 수동(스틱)의 경우에는 10시간 정도로 하면 될 것입니다. 학습 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그 정도 시간이면 면허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운전을 배웁니다. 그런 사람들은 적은 비용으로 운전 면허를 딸 수 있습니다.

 

만약 비공식 장내 기능 시험이나 모의 도로 주행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수강생은 합격할 때까지 다음 과정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배우는 속도가 느리면 정식 면허 시험에 응시할 때까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용으로 안전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덕하

2011-11-06

 

(이 글은 **운전학원 이동규 강사님께 드리는 저의 작은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