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는 해적방송입니다. 정통을 표방하지 않고 기존 언론에서 쉽게 다루지 못하는 소재를 가감없이 다룹니다. 팩트확인을 한다지만 기존 언론의 그것과는 수준이 다릅니다. "데스크"도 없고 "언론인의 자기검열"도 없고, "사주"도 없고, "광고주"도 없기 때문입니다. 정통 시사주간지 주진우 기자가 기자의 양심을 걸고 팩트를 확인하고 발언한다지만 주진우 기자 개인에 대한 신뢰는 공적인 신뢰가 아닙니다. 치열한 기자의 직업정신에 대한 respect일뿐이죠. 아무리 조중동이 팩트를 왜곡하고 한겨레,경향이 진영논리에 매몰되었다고 하여도 일개 기자 1인보다는 훨씬 공적인 신뢰를 줍니다.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조중동을 "믿는다"는 차원의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나꼼수는 해적방송입니다. 애초에 정통을 표방하지도 원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기존 제도권 언론에 요구되는만큼의 공적 책임감을 나꼼수에 요구하는 것은 어색합니다. 자기들도 방송에서 "이거 다 소설이야"라는 말을 계속 합니다. 실제 그들은 물론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저런 말을 계속하면서 자기들 스스로 나꼼수의 성격을 나타내줍니다. "이명박 까는 방송이니까 듣고 즐겨라"


나꼼수 초반에는 정말 웃겼습니다. BBK사건에 대한 정봉주의 치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나꼼수는 그 설명이 팩트확인이 완료된 검증된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봉주의 주장일 뿐이고 공적 확인이 안된 주장이었죠.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명박을 조롱하겠다는 방송의 취지에는 전혀 어긋남이 없는 그런 방송이었습니다. 이명박이 대통령 당선 되면서 BBK의 진실이 무엇이든 BBK를 더이상 말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절대 권력자인 대통령이 연관된 금융사기사건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하고자 하는 해적방송에 치밀한 팩트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었죠.

주진우 기자가 합류한 8회부터 곽노현 사건 터지기 전까지도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갠적으로 주진우가 막 합류했던 8회부터 10회까지를 나꼼수의 하이라이트라고 봅니다. 이명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주류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점이 정말 재밌었습니다. 특히 도덕군자를 자처하는 교회 목사들에 대한 조롱이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곽노현 사건이 터지고, 오세훈 문제가 불거지면서 나꼼수의 해적방송의 성격이 변하기 시작하죠. 박경철, 문성근, 박영선, 박원순, 박지원, 이정희, 문재인이 게스트로 출연했고, 나꼼수 팀 전체가 야권 서울시장 선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나꼼수를 듣는 사람들의 수가 500만을 넘어서는 것은 확실하다는 말이 있을만큼 그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콘서트"형식의 쇼도 기획해서 전국을 돌며 "무언가"를 말하려 합니다.


이제 사실상 나꼼수는 "가카를 까는 해적방송"에서 "야권을 대표하는 목소리 창구"로 변했습니다.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나꼼수는 그렇게 변했습니다.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더이상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고들 하죠. 나꼼수팀이 나꼼수를 여전히 소소한 유희거리인 해적방송 정도로 생각하거나, 일부 골수 나꼼수 팬들이 나꼼수를 그런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제 의미없는 일입니다. 나꼼수가 무한도전, 놀러와같은 단순 예능방송이었으면 모를까, 500만 이상이 듣고, 야권 최고 실세 정치인들을 출연시켜서 1시간 넘게 이야기하고 야권 단일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음이 인정되는 이상 이미 나꼼수는 해적방송이 아닙니다.

나꼼수가 그럼 무슨방송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나꼼수 초중반처럼 "재밌게 가카 까는 조롱방송" 수준은 더이상 아님은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한겨레, 경향, mbc같은 언론도 아니고, 딴지일보, 오마이같은 인터넷 언론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딴지, 오마이는 비교대상도 아니고, 한겨레나 경향에 필적하거나 그를 넘어서는(전 넘어섰다고 봄) 대중적인 영향력을 나꼼수에게 있습니다. 이정도면 나꼼수는 "공적"인 방송이 된 것이죠. 나꼼수팀과 나꼼수팬들이 자기들끼리 웃고 즐기는 방송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자기들이 공적인 영역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공적인 영역에서 나꼼수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는 것도 당연한겁니다. 나꼼수팬들이 나꼼수는 원래 그런 방송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도 공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나꼼수팬들이나 나꼼수팀이 그런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재반박하는 것도 얼마든지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꼼수는 원래 그래, 듣기 싫음 꺼져"같은 재반박은 핀트가 안맞죠.

무리한 예를 들자면, 이명박이 인천공항을 자기 친척에게 열을 올리며 매각하는 것도 비판하면 안되죠. 법 어긴 사실도 없고 아예 법을 바꿔버리겠다는 마인드인데, 법 바꾸는 과정에서 위법사실만 없으면 되니까요. 원래 이명박은 그런 놈이니까 까지말라거나, 나랏일인데 뭔 말이 많냐며 입 닫으라거나, 처음부터 이명박 싫어했으면서 트집잡는다는 식의 반응은 이상하죠. 인천공항이 매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공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아무나 그것에 대한 비판이 가능한거죠. 나꼼수도 비슷합니다. 자기들 의도가 처음부터 어떠했든 이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죠. 나꼼수의 대중적 영향력이 상당하고, 그 영향력의 성질이 공적이라는게 중요하죠. 나꼼수 영향력이 이렇게 크지 않다면 사람들이 나꼼수를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나꼼수를 폐지하라거나 나꼼수는 사회악이라는 주장처럼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서 나꼼수팬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나꼼수 조롱하는 진중권에게 버럭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런 반발과 버럭이 공유하는 생각, "나꼼수는 원래 이래, 듣기 싫음 꺼져"는 이미 무의미한 주장입니다.

갠적으론 나꼼수도 딴지일보나 오마이뉴스가 걸었던 길을 갈 것이라고 봅니다. 어느순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소수 매니아만 남게되는 루트를 나꼼수도 밟아갈 겁니다. 그 소수 매니아 부류가 딴지일보, 오마이뉴스 등과 교집합되는 부분이 상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화낼 사람들도 있으니 이건 그냥 소설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