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개발주의 시스템이 존속할수 있었던 것은 재분배의 심각한 결여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선순환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구조가 imf로 인해 깨어지고 말았다.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각자도생의 개인주의, 혹은 가족주의가 요구되었다. 김대중 정부 후반기에 시작해 노무현 정부에서 절정을 이루었던 자기개발과 재테크 열풍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에 기대한것은 기왕에 붕괴된 성장주의의 복원보다는, 국부(national wealth)를 공유할수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황당하게도 좌파 버전의 신자유주의(?)에 경도되면서 국민들의 기대는 산산조각나버리고, 순환 구조의 파괴는 고착화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성공', 그리고 "성장"은, 국가 개발주의의 복원을 의미했다. 유권자는 국가 개발주의의 나름대로의 순환 구조인 소위 "트리클 다운"구조를 차선으로 선택한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시장만능주의에 재벌관치주의를 접목시키는 더 황당한 정책을 벌였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에서 "부작위"로 고통받았다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어리석은 "작위"로 고통을 받았다고 할수 있다.

이렇게 기존 시스템이 붕괴하고 가진자 위주의 구조가 고착화 되면서 국민들은 절망감과 분노에 빠졌고, 매 선거때마다 당시 집권 세력을 극렬히 비토하기에 이른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모두 임기 중반기를 넘어서며 극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지금 서울시장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장렬한 어퍼컷인 셈이다.

민주당이 복지 아젠다를 내세운 것은 이런 시대상황에 비교적 걸맞은 대응이다. 정치 경제 대안의 적실성과 정밀성을 따지기에 앞서, 비전 자체를 채우고 구축하는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칠게나마 새로운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될수도 있다.

그렇기에 정책 논쟁이 결여된 "야권 통합"에의 집착은 진보 개혁 진영의 역량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하는 암종이다. 또한 나꼼수식의 선정적 폭로주의 역시 진보 진영의 발목을 잡는 암초다. 나꼼수가 재밌는 해적방송이 아니라 진보 개혁 진영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지금의 상황은 극히 비정상이다. 언젠가 진보 개혁 진영의 어리석음에 대한 막대한 댓가를 치룰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그 단초라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