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인기 사건을 놓고 대한민국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은 여기에 대한 반박으로 공동조사를 하자고 치고나왔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방부는 이것을 거부했다.

'저급한 대남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북한 국방위원회 검열단이 발표한 진상공개장 내용을 보면 아전인수격으로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호도하면서 자신의 도발을 은폐하고 있다”면서 “보다 명백하게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한미 공동으로) 과학조사전담팀을 구성해서 조사하고 있고, 조속한 시일 내에 최종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나는 북한 국방위 검열단이 발표한 진상공개장의 내용을 모른다. 만일 이 내용이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호도했다면 우리나라 국방부는 구체적으로 그 왜곡이 어떤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냥 왜곡 호도라면 사람들이 고개 끄덕여주기를 바라는가? 그냥 국민들이 죄다 무뇌아가 되면 좋겠다는 염불을 외는 편이 낫겠다.

남과 북 양측이 주장이 서로 대척점에 놓여 있을 경우 서로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상호 비판과 토론을 통해 진실을 검증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이 무대에서는 철저하게 서로의 논리력과 과학적인 증거를 갖고 승부를 겨루면 된다. 이 무대에서는 폭력과 사기 행위만 배제하고 어떤 주장이나 행위도 다 용납해야 한다.

원래 재판이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닌가? 이런 무대가 마련된다면, 그런 법정이 세워진다면 그 법정의 재판관은 대한민국 국민과 전세계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북한의 공동조사 제의를 거부할 이유가 뭔가?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범죄 피의자에게 조사를 시키는 경우는 없다"며 북한의 요구를 반박했다는데, 웃기는 얘기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공동으로 권위를 인정하는 상급기관인 법원이 없는데 무슨 피의자 운운인가? 북한이 스스로 피의자라는 것을 인정했는가?

이는 결국 대한민국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결론 외에는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깡패 논리에 다름 아니다. 설혹 피의자라 해도 반론권을 인정받아야 하고, 유죄를 확정하기 전에는 무죄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법률 상식은 여기에서도 유효하다. 지금 북한이 요구하는 것이 '나도 반론하게 해달라'는 이야기와 어떻게 다른가?

북한이 무인기를 날렸는지 여부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 주위에서도 그렇고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우리나라 국방부의 발표를 코메디 이하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들의 의문을 합리적인 근거와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속시원하게 해소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게 국민의 투표를 통해 정권을 잡아 우리의 세금을 받아쳐먹고 우리 자식들을 군인으로 징집해가며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것도 많은 정부라는 곳에서 해야 할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그냥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북한이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 등 우리나라 정부가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기본적인 상식선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의도가 너무 음험하게 드러난다. 당신들 같은 사람들 때문에 여전히 북한 같은 전근대적 체제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왜냐고? 당신들의 허접한 수준과 비교해보면 북한도 그렇게 완전히 막장 국가만은 아니라는 얘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누가 봐도 북한 소행임이 거의 확실한데 운운'

정청래 의원이 제기한 무인기 의혹에 대해서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한 말이란다. 이거 말이냐 막걸리냐?

누가 봐도? 우선 당장 정청래라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확실치 않고 의문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누가 봐도라니? 정청래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 반박하면서 저런 표현을 쓴다는 게 말이 되나?

그리고 인터넷에서 북한 무인기라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이 널렸던데(적어도 자기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만 놓고 보자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보다 그 반대편이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설득할 논거는 제시하지 않고 누가 봐도? 반론과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아예 설득의 대상에서 제외했다면 김민석은 대한민국 국방부 대변인이 아니라 그냥 뉴라이트 국방위원회 대변인이라고 타이틀을 바꾸는 게 낫겠다.

거의 확실한데는 또 뭐냐? 거의라는 단어와 확실이라는 단어가 양립할 수 있나? 동네 슈퍼 의자에 앉아 캔맥주 마시며 잡담 푸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대한민국 국방부 대변인씩이나 하는 친구의 공식 표현치고는 참 한심이 형편 무인지경이다.

저 친구가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라고 하던데, 참 대단하다. 기자 생활 하면서 기본적인 논리의 정합성을 갖추는 교육, 비문 교정 훈련도 안 받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