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패배와 박원순의 당선, 안철수 돌풍으로 현재는 정당 바깥의 이른바 시민사회세력이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혁신과 통합'이 있다. 

지금 기세라면, 진보통합에 실패한 진보정당들과 참여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인 민주당까지 빨아들일 듯한 '혁신과 통합', 이 단체는 과연 어떤 단체이며, 어떤 사람들이 주도하는 어떤 성격의 단체일까? 간단히나마 한번 알아보자.

이 단체의 상임대표는 이해찬, 문재인, 김두관, 문성근, 남윤인순, 이용선이다. 

남윤인순과 이용선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인사라는 것말고는 아는 바가 없다. 어차피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았고 영향력도 약한 무명 인사들일 뿐이다.

이해찬, 문재인, 김두관, 문성근 등 나머지 네 명은 하나같이 참여정부 시절에 주요 직책을 맡았거나 노무현과 아주 가까웠던 친노인사들이다.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으면서 (잠시 민주당에 몸을 담은 사람도 있지만) 정당 바깥에서 지낸 사람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한마디로 노무현/ 참여정부/ 열린우리당의 주역들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하면 어떤 생각,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내게는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그걸 일일이 다시 나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아크로에서 이미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내가 노무현에게 가장 크게 실망한 점은 바로 민주당을, 민주개혁진영을 분열시키고 망쳤다는 사실이었다. 노무현과 친노들처럼 단기간에 이 진영을 그렇게 무력화시켜버릴 수 있는 집단이 어디에 또 있을까. 가히 김영삼의 3당 합당에 비견될 만한 짓을 했다. 그들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세력에게 정권을 고이 헌납한 일등공신도 바로 그들이었다.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지금 통합을 부르짖고 있다. 석고대죄하고 정계를 은퇴하거나 백의종군해도 모자랄 그들이 말이다. 폐족이라고 자처할 만큼 국민에게 철저히 버림받았다가 노무현의 죽음으로 기사회생한 그들이 이제 마치 물 만난 물고기마냥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 그들의 어리석고 무능한 실정과 배신으로 존폐의 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수습하여 적은 세력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한나라당에 맞서 이제까지 힘겹게 버텨온 민주당을, 다름아닌 그들이 비판하고 있다.  

무슨 자격으로...? 분열의 대명사였던 그들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민주당을 향해 통합을 부르짖을 수 있는지, 낯이 두껍지 못한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과는 DNA가 다른 인종인가 보다.

민주개혁진영이 대동단결해야 한다던 민주당이 싫다며 뛰쳐나갔던 그들이 아닌가.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가 대표라서, 열린우리당을 깼다며, 또는 노무현 탄핵에 가담한 정치인이 있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통합을 거부하고 당당히 뛰쳐나갔던 그들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들이야말로 통합을 거부하며 제 갈 길 갔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낯짝으로 "닥치고 통합!"을 부르짖을 수 있는지, 고결하고 대단하신 통합세력인 양 행세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네 명 중에 영남출신 두 명, 즉 문재인, 김두관은 더 문제다. 호남색이 싫다며 호남중진들을 배제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그들, 호남색 빼기에 골몰했던 그들, 그래서 호남과의 통합보다는 호남과의 분열을 원했던 그들은 아직도 변함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LH 이전 때 김두관이 전북에 대해 보여준 지독히 이기적인 행태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고, 부산동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한 문재인이 결국 호남탓을 한 것을 보라.  


그들은 또 "혁신"을 말한다. 혁신이라니... 열린우리당 시즌 2를 꿈꾸는 그들이 혁신을 말한다는 건 "통합" 못지않게 어이없는 일이다. 혁신이라니... 무슨 혁신을 말하는 건가.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에 비해 더 우경화되었고, 한나라당과의 사이에는 샛강이 흐른다고 할 정도로 거의 차이가 없는 보수 정당이었다. 노무현, 유시민의 입으로 인정했듯이 말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 당시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이었다. 그래서 지지자들에게 버림받은 게 아닌가. 

현 민주당은 강령과 정강정책이 사민주의에 접근할 정도로 상당히 진보적인 정당이며, 사회적 약자를 중시하는 정당이다. 현 민주당은 보수정당 열린우리당에 비해 상당히 많은 혁신을 했다는 말이다. 다른 면들에서도 그렇다. 열린우리당에 비해 후퇴한 점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혁신을 하자니, 무슨 혁신을 하자는 말인가? 당신들 자체가 혁신적인 인물도 세력도 결코 아닌데, 어떻게 당신들보다 더 진보적인 민주당에게 혁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뭘 혁신하자는 말인가...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 글이 길어져서, 나눠 써야겠다. 참고로, 혁신할 필요가 없고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이들에게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