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선거결과를 부정적,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들이 많은 듯합니다. 저 역시 그런 견해들에 내포된 우려와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이번 선거도 어두운 면 못지않게 밝은 면이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약한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견해가 많은 듯한데, 역시 민주당의 강점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지피지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이번 선거의 가장 긍정적인 면은 40대 이하의 젊은층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반대와 반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입니다. 지난 분당을 선거에서도 드러난 세대간 대결, 세대간 양극화가 극명하게 표출된 선거였습니다. 세대간 양극화는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어 왔는데, 특히 이번 결과는 한나라당을 패닉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견고한 지지층이었던 (6.25를 경험한) 노년층의 옛물결이 점차 물러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전후 세대의 물결이 대체해가고 있는 상황인데, 한나라당으로서는 암울한 현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민주당에게는 기회의 문이 점점 더 활짝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20-40대는 상대적으로 더 개혁적이며 안정보다는 변화를 갈망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잠재적인) 텃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40대가 보수와 개혁 중 중간지대였고, 따라서 20-30대만으로 승부를 해야 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40대가 과거에 비해 점점 더 개혁적인 성향의 세대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은 민주당에게 대단한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20-40대의 지지만 견고히 확보할 수 있다면, 앞으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민주당은 이 세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2. 
이 세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들이 원하는 것들, 그들의 소망과 욕망, 필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반영해야 합니다. 

차칸노르님이 강조하시는 소셜미디어와 공감은 물론 중요하지만, 설령 그걸 잘 못하더라도, 지지층의 필요와 소망, 욕망을 정확히 파악하여 반영하고, 단순명쾌한 캐치프레이즈 등으로 적극 홍보를 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 기아 타이거즈 구단은 선동열과 이순철을 영입했는데, 이 행위는 그 자체로 타이거즈 팬들을 감동시켰습니다. 팬들은 구단이 자신들의 소망을 잘 파악하여 행동에 옮겼다고 평가하면서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어찌 그리 우리 마음을 잘 알았느냐고 하면서 구단이 유능하다고 평가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 겁니다. 

백 가지를 다 잘하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 중요하고 핵심적인 소원과 필요를 찾아서 충족시키면 됩니다. 최소한,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리면 됩니다.


3. 
그러면 이 세대는 무엇을 가장 원하는 걸까요. 이번에 YTN이 출구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 소득 재분배> 사회정의] 였습니다. 달리 말하면, [일자리(성장)> 복지> 정의]입니다.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이 주제를 계속 강조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을 발표하고, 널리 지속적으로 알리면 됩니다. 

최근 무상급식 논쟁이 벌어져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하게 되었듯 복지정책을 개발하고 논쟁을 일으킨 것은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면무상급식에 대한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재정건전성을 중시하고 재정적자를 우려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형편에 맞게 점차 늘려가겠다고 해야 합니다. "전면"이라는 용어를 "점진적"이라는 용어로 대체해야 하는 겁니다. 시민들의 머릿속에 그렇게 각인되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진보정당이 급진적 복지를 주장하여 복지에 대한 저항을 깨나가고, 그렇게 열리는 틈을 이용하여 민주당이 점진적인 복지를 주장하고 실천하는 역할 분담입니다. 
  
아무튼, 이처럼 복지라는 주제를 부각시킨 건 잘한 일이지만, 현 상황에서 복지는 첫째 목표가 아니라 보완적인 둘째 목표여야 한다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 목표는 위에서 보듯이 '일자리'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경제"입니다. 경제가 첫째고, 경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김대중 이후로 경제 분야에 약했습니다. 대선에서도 김대중은 경제로 승부를 걸었지만, 노무현과 정동영은 경제 분야에 약했고 회피하다시피 했습니다. 지난 대선의 경우, 이명박도 경제에 약했는데, 정동영은 아예 맞붙어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에 올인하다시피 해야 하고 경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경제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제분야에서까지 한나라당에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면 당연히 민주당은 승리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4. 
"정의"의 경우, 검찰개혁, 사학개혁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정의"입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보편복지 정책에 이어 다음 과제로 경제정의를 채택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가 고착화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널리 알려야 합니다. 지지자들의 공감을 얻으면 그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과감히 주장해야 합니다.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말해주듯, 1%가 99%를 지배하는 현실, 1%의 끝없는 탐욕을 고발해야 합니다.

안철수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결을 지양하고 화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정반대로 해야 합니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부자, 나누지 않는 부자, 대한민국을 지배하려 하는 부자를 공격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에게도 "부자 정당"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계속 공격하면서 유권자들의 뇌리에 "한나라당=부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등식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대립각을 세워야 99%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최근 한진중공업 사건은 그 좋은 사례입니다. 대중이 나서서 공격하고 압박할 때, 비로소 가진 자는 빈자와 고통을 분담하려 하고 나누려 할 것입니다. 위기를 느끼고 위협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한 그들이 자진해서 나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단, 그럴 때에도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사 같은 면모만 보인다면 대중은 불안해 합니다. 개혁을 원하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5.
이 세대가 원해온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갈망이 그것입니다.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주기적으로 신상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합니다. 아이폰처럼 대중을 열광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면 최선입니다. 아이폰을 내놓을 수 없다면 갤럭시라도, 갤럭시가 안되면 베가폰, 옵티머스폰이라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수차례 당명을 바꾸면서까지 새로운 인물들을 수혈한 김대중 시절 이후에는 대중이 원하는 신상품을 거의 내놓지 못했습니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심지어 5공 인사, 민정당 인사들, 무능한 탄돌이들만 주로 내놓았을 뿐이고, 이후 민주당 시절에도 신상품을 내놓으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내놓지도 못했습니다. 

신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듯이, 참신하고 유능한 새로운 인물들을 계속해서 내놓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 박원순의 화려한 등장은 그런 노력을 게을리한 민주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신상품을 출시하여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고 끊임없이 애쓰는데, 민주당은 그간 어떻게 해왔습니까. 기업들에게 배우기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점수는 낙제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더 가면 민주당은 정말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고전하고 있는 엘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랍니다. 

쓰다 보니, 글이 원래 쓰려던 의도와 달라졌군요. 제목과는 달리 민주당의 기회와 과제에 관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 다른 얘기들도 더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