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말한다. 해석은 가지가지다. 제일 일반적인 번역은 '정치하는 사람은 올바라야 한다(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것 정도다. 틀린 번역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약간 맥락을 달리해서 저 발언을 바라본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정의의 영역(샌델이 말하는)을 다루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의미로 이해한다.

정치가 경제나 사회 등 예민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명분과 당위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것도 이것 때문이라고 본다. 정치는 결국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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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이 주도한 복지담론 보다 구체적으로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노선 갈등의 결과물이다. 즉, 이번 보궐선거의 양 당사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다.

나는 나경원의 지지자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복지정책과는 다른 입장이지만 적어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나경원은 선거의 한 당사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무상급식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원순은 어떤가? 또 안철수는? 복지 문제에 대해,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해왔는지 모르겠다. 추상적인 담론에서 그럴싸한 발언을 해왔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책적 발언이란 것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저 '잘해야 한다'는 식의 정책 발언은 발언이 아니고 좋게 봐줘야 립서비스, 적나라하게 말하면 사기질일 뿐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구도를 희화화하자면 민주당이 열심히 고생하고 싸워서 밥상을 차려놓으니 느닷없이 안철수와 박원순이 숟가락 들고 끼어들더니 밥상 차린 민주당은 밀쳐내버리고 거기에 한 술 더 떠 옆에서 식사 시중 들라고 하는 꼴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노무현이 잘 써먹은 "호남당이란 소리가 싫어서 분당했습니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결국 민주당이 무슨 짓을 해서 성과를 거두어도 "니들은 호남당이야" 한 마디면 민주당의 모든 정치적 재산은 노빠와 PK 정치인들의 징발 대상이 된다.

이게 정의인가? 이게 옳은 것인가?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박원순이 이명박과 친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권 등장 후에도 박원순은 이명박과 잘 지낸 것으로 안다. 그런 박원순이 느닷없이 한나라당과 각을 세우며 서울시장 보선에 나선 이유가 뭔가? 국정원의 자신에 대한 수사 때문 아닌가? 스스로도 그런 맥락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 아닌가? 이런 걸 일러 흔히 기회주의적 행동이라고 하지 않나?

안철수는 81학번이다. 해방 이후 세대 가운데 아마 가장 치열하고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격동적인 세월을 보낸 세대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세대일 것이다.

그런 세월을 함께 살아오면서 도대체 안철수가 우리 사회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 무슨 발언을 해왔는지 나는 잘 모른다. 내가 과문한 탓인가?

청춘 콘서트? 그게 공동체에 대한 발언인가? 아무리 대충대충 개념이 통용되는 시대라지만 그런 억지는 부리지 말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소셜의 승리일 수도 있고, 깨어있는 시민의 승리일 수도 있다. 노빠들의 승리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세태의 눈치를 잘 본 민주당 현 지도부의 승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정의의 승리, 정의의 구현은 아니다. 나는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선거 결과에 기뻐하는 그 심정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한나라당과 가카에게 준 타격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결과를 내 것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박원순이 서울시정을 잘 해내리라는 기대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됐을 때 나는 이명박이 보수의 저주, 기독교인의 저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슷한 개념으로 박원순은 '진보 진영의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 유례를 찾기 힘든 '무개념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본다.

박원순에게 당선 축하를 하지도 않겠다.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이번 서울시장 당선은 박원순에게 축하할 일이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재단이라는 소왕국에서 무소불위로 전횡하던 그 행태를 서울시정에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박원순은 앞으로 뼈저리게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행태가 바뀔 가능성도 거의 없다. 자신의 기존 습성을 바꾸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데다, 그렇게 하기에는 박원순이 그동안 나름대로 써온 성공 스토리가 그의 변신을 방해하는 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박원순이 지금까지 해온 행태를 보면 학습능력 자체도 후져빠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