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님 댓글 읽고 정리 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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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反정치주의

로자 파크스 일화를 인용한 안철수의 편지 전문을 읽고 뭔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 안철수는 문과 출신이었던가 이과 출신이었던가?

로자 파크스의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사소한 사실 -로자 파크스의 불복종으로 미국이 바뀐 건 아니고 당시엔 몽고메리 카운티에서만 그런 조례가 있었을 뿐이다.  즉 로자 파크스의 불복종으로 변혁된 범위는 미국이 아니라 넓게 잡아도 미국 남부일 뿐이다-  외에도...

로자 파크스에서 선거와 화합의 키워드를 이끌어 낸 것은 로자 파크스 일화와 맞지 않다. 로자 파크스는 선거와도 관련이 없고 로자 파크스는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이었지 화합이 아니다. 안철수는 자신의 주장과 어울리지 않는 로자 파크스 일화를 걷어내버리는 편이 깔끔했다.  

안철수가 편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다음 부분인데...

『이번 시장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만은
이념과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안철수의 정치에 대한 관점은 '조중동'와 수구들의 프레임 그대로를 차용한 '反정치주의'다. 정치라는 것이 대결, 대립을 떠나서 화합을 곧바로 이끌어 낸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이 순진한 생각은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주입하고자 하는 정치에 대한 프레임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막말로 과연 박원순이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화합이 가능한가?  전통적민주당지지자들과 화합이 가능한가?  박원순이 당선된다면 논공행상을 할 때 부터 잡음이 일어날 것 같은데?

정치는 환타지가 아니다. 정치는 투쟁이다.  화합, 즉 학적개념으로 말하자면 '동화적통합'이라는 것도 투쟁의 산물이다.  이 투쟁의 산물로서의 '동화적 통합'은 사실 폼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정치주의'의 역사다.

안철수의 편지 전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최다추천을 받은 댓글이 "상식적인 정치를 펼쳐주세요"라는 댓글인데, 상식적인 사람이 상식적인 정치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상식적인 사람에게 상식적인 정치를 해달라'고 막연한 주문을 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없다. 현실 정치는 투쟁과 비판과 감시여야 한다. 

그 어떤 백마탄 초인이 있어 떻하니 내려오더라도 그를 방조하지 않고 주시하면서 그가 어떤 정책을 내고 있는지 그가 그 정책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비판하고 감시하는 게 시민의 임무다.

짜증나는 것은 박원순과 안철수를 감시하려고 해도 정책이 없고 폼나는 백마타고 내려온 것이 전부라는 것. 로자파크스를 노래하며 백마타고 내려오면 멋있기는 하지. 하지만 인생을 멋만으로 사나?


청중민주주의, 데우스엑스마키나에 대한 나경원의 딜레마

한편, 안철수가 박원순을 지원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 나경원이 "째째하다"고 하면서 비판했다고 한다. 아마도 안철수가 박원순을 지원하면서 박원순에 대한 지지율이 1%정도는 올랐을 것 같다. 1%면 엄청난 표이니 그에 따른 불안감이 컸을 것이다.  

나경원이 안철수의 지원을 두고 박원순을 비판한 것은 그대로 나경원 자기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박근혜도 나경원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박원순을 지원하는 것은 안되고 박근혜는 나경원을 지원하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가?

안철수가 박원순을 지원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서 나경원이 제대로 비판을 하려면 안철수와 박원순의 '反정치주의'를 비판했어야 한다.

즉, 안철수가 박원순을 지원하려 나서겠다고 했으면 안철수는 정치인으로 확실히 커밍아웃하는 게 옳다. 박원순 후보자의 정책 부재와 능력의 부재를 이렇게 안철수가 떻하니 내려와서 해결하려는 시도는 3류정치연극의 데우스엑스마키나라고나 할까,  확실히 안철수와 박원순은 정치문화를 후퇴시킨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나경원이  박원순과 안철수의 反정치주의에 근거해서 안철수의 지원을 비판하지 못한 것은 反정치주의가 바로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견지하고 있는 대국민(對國民)프레임이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경원이 '反정치주의'의 개념을 알고 있었는지는 나도 확신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영향력으로 말하자면 박원순을 지원하고 나선 '안철수 효과'보다는 보수 및 수구 진영의 불안감으로 인한 '자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동아일보(김순덕 논설위원)는  "무식한 대학생들, 트윗질 하며 청춘 낭비"한다면서  20대 유권자들을 모욕하면서 박원순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박원순 후보는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反MB정서를 고취시켜가며 박원순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조갑제씨도 덩달아 "안철수는 국민으로서의 기본이 결여"됐다고 하면서 안철수와 박원순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 김홍도 목사, "박원순은 사탄-마귀"
▶ 조갑제 “안철수, 국민으로서 기본 결여”
▶ 무너지는 그리스에 펄럭이는 赤旗…한국에는 붉은 머리띠가 있다

병신력이 임계치를 넘으면 '지능적 안티'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조갑제나 김홍도 목사,  동아일보. 이들의 병신력 포텐이 폭발한 것일까? 
 아니면 갑자기 안철수와 박원순 지지자로 돌아선 것일까?  

박원순과 안철수가 말하는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것은 사실 '깨어있는 청중'으로 치환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청중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치열하게 비판하고 감시하고 직접 투쟁하는 주연배우여야 한다.    

시민들이 주연배우로서 행동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 반(反)정치주의
▶ 시민후보론에 대한 회의
▶ 청중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