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여태까지 잘 몰랐는데 민주당한텐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있다. 호남이라는 굴레가 그거다.

여기 글들을 읽어보면 민주당을 까는 특정세력의 주장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박과 주장이 2개로 정리된다.
A.영패주의에 입각한 치졸한 공격이다
B.민주당은 민주당 본연의 역할인 개혁정당으로서의 임무를 어떻게 충실히 수행할 건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반박과 주장은 사실 연결되어있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의 주장을
그저그런 영호남 메들리로 격하시키거나 영남한나라와 호남민주의 양당대결 구도로 왜곡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에 발끈해서 개싸움하는 게 이곳의 패턴인 거 같다.

이런 패턴은 일단 상대가 주장한 내용을 잘 읽지 않아서지만 원래 인터넷 토론이 그런 거니까 그건 넘어간다.


둘,

민주당 지지자들의 글에서 내가 느끼는 건 이렇다.
<영남, 호남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개혁정당으로서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실현가능한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다. 그런데 민주당의 호남색을 마치 만악의 근원인 거처럼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에게 분노가 치민다>

나는 실제로 박원순이나 안철수 뒤에 영남세력이 있는지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이해찬이 영남세력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문재인이나 유시민은 아크로가 말하는 영남세력인 거 같은데 이 둘이 지방호족처럼 행세할 수는 있어도 수권가능한 세력의 대표가 될 거 같지는 않다. 문재인이 지지율이 높지만 그 지지율은 호남과 수도권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어서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박원순이나 안철수, 문재인과 유시민, 이해찬과 무관하게
이곳 아크로에서 가끔 사단나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참으로 답답하다.


일단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오프세계나 인터넷에서의 조롱과 경멸섞인 홍어드립과
이곳의 영남 욕하기는 느낌이 다르다. 이곳의 영남 욕하기에서는 정말로 분노가 느껴진다. 누가 서울을 욕한다고 해도 난 아무 느낌이 없는데, 누가 전라도를 언급하기만 해도 이곳만이 아니라 많은 호남사람들은 저 언급이 욕인지 아닌지 눈치를 보는 거 같다. 이러다보니 전라도를 언급하는 사람도 뭔가 의식하게 되는 거 같고 그냥 전라도 자체가 여러가지로 언급하기 까다롭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까다로운 전라도가 민주당만 만나면 아주 자유롭고 쉽게 연결되어서 튀어나온다.
김대중이나 민주당은 내가 알기로는 자기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호남색을 드러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지역평등을 주장한 게 다라고 알고있다. 아니면 정부의 지역차별인사를 비판하거나.

민주당 지지자들도 웬만하면 민주당의 호남색을 꺼내려하지 않는 거 같다. 오히려 보편성에 입각한 개혁, 민주, 인권, 통일, 복지를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려고 애쓰지 민주당의 호남성을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먼저 주장했던 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데 민주당과 전라도를 연결시키는 모습은 거의 대부분 한나라당 옹호자나 반한나라,비민주를 자기의 정치적 정체성으로 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이 흐리멍텅할 땐 호남색이 그 이유라 하고 민주당이 잘할때도 호남색은 문제라는 거다.


내가 알기로 민주당 지지자들도 민주당의 호남색을 부정하지 않는다. 부정하지 않고 호남, 영남은 이차적인 문제라고 하는 게 다수의 의견같다. 일차적인 문제는 민주당이 개혁정당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란 의견인 거 같다.

그런데  민주당의 개혁성과 능력에 대한 논쟁보다는
영남, 호남의 구덩이에 민주당을 계속 밀어넣는 일부 세력, 사람들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거 같다.

민주당이 문제면 그 민주당을 고치면 되는데,
민주당은 구제불능이라고 주장하면서 제3당이 필요하다거나 외부세력이 현 민주당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꼭 걸고 넘어지는 게 민주당의 호남색이기 때문이다.



셋,

지금 민주당이 일을 못하는 건 맞는데
민주당이 해체되어야 할 정도로 뭘 못한 거 같진 않다.
생각해보면 지금 민주당은 노무현 시절 노무현에게 향했던 무능의 이미지를 뒤집어 썼다.
대신에 지금 민주당과 함께 노무현 시절 무능의 책임을 함께 져야할 사람들은 얼굴은 그대로인 채 이름만 바꿔서 민주당의 무능을 질타한다. 새 사람도 없고 그 때 그 사람들이다.

민주당 이미지가 이 모양인 거에 물론 민주당 책임도 있는데
오세훈을 끌어내린 게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 의회인데도
오세훈은 그저 셀프탄핵한 거고 민주당은 한 게 없다는 주장이 먹히는 걸 보면
민주당 이미지가 이 모양인 게 오롯이 민주당만의 책임은 아닌 거 같다.



넷,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아무리 지역 얘기를 안하고 정책과 당의 지향을 말해도
누가 전라도 하고 툭 말하면 모든 게 물거품되는 거 같다.

물론 여기서 오래 활동한 비호남(비호남이라고 다 이런 태도는 아니지만 뭉뚱그려서)유저들은 대충 이런 사정을 알고 실제 내심은 어쩐지 몰라도 겉으로는 민주당의 호남색이 혁파의 대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 거 같다.

그치만 이곳의 수천개의 글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제대로 된 민주당 지지자>의 글들의 대부분이
비민주당 지지자에 의해서
영호남 메들리나 영남한나라와 호남민주의 대결구도로 자동적으로 읽히는 걸 보면
민주당의 호남이란 굴레는 숙명이자 원죄인 거 같다.



다섯,

프레시안의 어떤 기사에서 박원순의 당선이 민주당에게도 축복이라 언급했다.
축복인 까닭은 박원순의 당선이 민주당의 약점 가운데 하나인 '호남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남지역주의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선 영남이 호남지역주의때문에 민주당을 찍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호남지역성은 영남의 한나라당의 지지를 순식간에 소극적, 방어적인 지역주의적 지지로
호남의 민주당 지지를 적극적, 공격적인 지역주의적 지지로 만드는 좋은 수단인 거 같다.

민주당과 '민주당과 호남'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대체로 저러한 거 같다.
이런 일반적인 인식은 당연히
<제대로 된 민주당 지지자>의 글들을 '호남 민주당'의 글로 읽히게 하는 거 같다.

조건 반사적으로 민주당 하면 호남이 호남 하면 민주당이 튀어나오면서
모든 논의는 영호남 메들리로 끝나게 된다.

어짜피 민주당에 관한 의견을 내놓아도
그 의견에 영호남에 대한 언급이 없어도
민주당에 관한 거면 영호남 메들리로 끝나게 된다.

호남색 짙고 반영남적 색채 강한 글이 올라오면
거봐라 지역주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