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같은 정교한 구조는 지적 존재 즉 신이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창조론자에 맞서 진화론자는 자연 선택이 그런 정교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창조론자들이 자연 선택만으로는 눈과 같은 정교한 구조가 진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진화론에 대해 무식한지를 입증했을 뿐이다.

 

John Brockman이 편집한 『Intelligent Thought: Science versus the Intelligent Design Movement』에서는 자연 선택만으로는 생명의 정교한 구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 설계론자의 주장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창조론자가 절망할 것까지는 없다. 창조론자에게는 더 나은 전략이 있다. 정교한 생명의 진화가 자연 선택으로 몽땅 설명될 수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왜 우주는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왜 우주의 물리 법칙들과 우주 상수들은 마치 인간과 같은 복잡한 생명을 만들기로 작정한 것처럼 생겨먹었을까? 만약 우주 공간이 3차원이 아니라 2차원이나 4차원이라면, 만약 만유 인력이 거리의 제곱이 아니라 세제곱에 반비례한다면, 만약 원자가 중성자, 양성자, 전자 등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면, 만약 핵력이 있어서 중성자와 양성자를 묶어주지 않는다면, 만약 전자기력이 없어서 전자와 핵을 묶어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인간이 진화할 수 있었을까? 물리 법칙과 우주 상수가 그런 식으로 정해진 것이 우연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설계의 논증을 인간의 눈과 같은 것에 적용하는 전략은 자연 선택의 발견과 함께 무너졌다. 하지만 설계의 논증을 우주의 법칙과 상수에 적용하는 전략은 여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이것은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창조론자들이 바보 같이 생물학자들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물리학자들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훨씬 나은 전략이다. 생물학자들은 지적 설계론에 맞서 훌륭히 싸울 수 있으며 『Intelligent Thought』와 같은 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로도 훌륭히 싸우고 있다. 반면 “우주가 왜 이렇게 생겼는가?”라는 질문에 물리학자는 제대로 답할 수 없다. 이 때 창조론자가 신을 끌어들이면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신을 끌어들인 설명이 “신은 어떻게 생겼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했을 뿐이라는 반론에 대해 살펴보자. 이 반론은 제대로 된 반론인가?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18세기로 돌아가 보자. 아직 자연 선택 이론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 때 어떤 사람 A가 “시계의 정교함을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라고 묻자 옆에 있던 사람 B가 “인간이 설계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고 하자. 그러자 A가 “당신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 인간이 시계를 설계했다면 인간은 시계보다 더 복잡할 것입니다. 인간이 시계를 만들었다는 식의 설명은 인간의 기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서 생겼습니까?”라고 응수한다. 만약 B가 창조론자가 아니라면 “인간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저도 모릅니다”라고 머리를 긁적이며 답할 것이다.

 

인간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모른다고 해서 “인간이 시계를 만들었다”는 명제가 타격을 받는 것일까? 아니다. 물론 B가 인간의 기원까지 설명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시계를 만들었다”는 훌륭한 설명이다. 인간의 기원까지 설명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완벽한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야 훌륭한 설명인가?

 

만약 인간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이 시계를 만들었다”가 훌륭한 설명이라면, 단지 신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 만으로 “신이 우주를 만들었다” 또는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와 같은 설명이 엉터리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덤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겠다. 『만들어진 신』을 쓴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설계자는 설계된 것보다 더 복잡하다”는 명제를 당연시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나는 앞으로 인간이 인간보다 지능이 더 뛰어난 인공 지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믿음이 옳다면 설계자가 자신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수천 년 이후의 세상을 가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도 인간이 인간보다 지적으로 뛰어난 기계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201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