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어렵다고 봤다. 박영선이 됐어도 어렵고 박원순이 되면 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티브이 토론보니 내 예측이 엉뚱하게 맞고 있더라.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보자. 아래 한그루님은 숨은 10프로를 말씀하신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선거에서 여러번 등장했으니까. 그런데 그 10프로가 과연 여론조사에서 본심을 숨겼을까?

글쎄다. 내 생각엔 아닐 거다. 요즘 세상에 누가 뭐가 두렵다고 숨기겠나. 

내 생각엔 이렇다. 여론조사는 여론조사다. 그런데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건 그 지지자들의 절박함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20프로 나온 A 지지군의 60프로가 투표에 참여하고 30프로 나온 B집단의 40프로가 투표에 참여하면 결과는 박빙이 된다. 정확히 숨은 10프로!

이런 적 몇번 있다. 김대중때 있었던 총선에선 한나라당의 숨은 10프로가 등장하여 깜짝 놀랄 결과를 만들었다. 그때 기억 나나? 총선 이틀 전엔가 남북 정상회담 발표됐다. 그 순간 한나라당의 당원이나 국회의원들, 그리고 지지자들 심정이 어땠을까? '우리 이제 죽었다.' 였을거다.

거꾸로 숨은 표가 나왔다는 지자체 선거 강원도를 떠올려보자. 엄기영 온갖 삽질했다. 막판엔 당선돼도 임기 보장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때 반엄기영 측 지지자들 심정이 어땠을까? 이래도 진다면 절망이다,였을 거다. 반면 엄기영 지지자들은? 정말 투표소 가기 싫었을거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이기고 있다니 내가 빠져도 되겠지. 찝찝한 김에 하루 놀러가자...이랬겠지. 

이 상황은 김해에서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재현된다. 후보 자신은 물론 한나라당 당원들은 '이봉수에게도 진다면 우린 앞으로 이 동네에서 발 못붙인다.'였을 거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이봉수를 지지한 사람들은 점점 투표소 가기 싫은 상황들이 연출됐다. 여론조사에서 이봉수 지지한다고 말하는데 돈드나? 그냥 습관상 해주면 된다. 그렇지만 투표소 가는건 이야기가 다르다. 

처음부터 이 선거가 어렵다고 본 것도 이런 이유였다. 구청, 시의회 다 민주당이 가져갔다. 거기에 무상급식 투표도 졌다. 자, 한나라당 당원이나 조직이 이 선거를 맞이한 심정이 어땠겠나? 공포였을거다. 물론 공포는 양면이 있다. 어느 임계점 이상 공포가 엄습하면 자포자기가 된다. 그렇지만 그 공포를 이겨낼 희망이 보이면 그때부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존 본능이 솟구치며 물불 안가리게 된다.

반면 이쪽은 그렇지 않았다. 전에 이야기했듯, 그리고 아래 빨개님이 너무 잘 정리해주셨듯 반민주당 성향 지지자들은 부른 배 두들기며 돌아섰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원순을 지지하는게 민주당을 위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한마디로 절박함이 없는거다.

자,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왜 먹혔을까? 박원순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게 정답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가보자. 의혹 검증 공방을 본 유권자들이 느낀 게 뭐였을까? 나경원에겐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다. 반면 박원순에겐 벌써 승리한냥 딴짓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대변인은 박원순이 이기면 제3정치세력화로 나가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참으로 지겹게 반복해서 안그래도 헷갈리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다. . 

후보의 의지를 본 한나라당 조직은 이제 공포에서 벗어나 희망을 빛을 향해 질주한다.  후보의 딴짓을 본 박원순 조직은 후보따라 딴짓하기 시작한다.  민주노동당은 상임 자리 안준다고 탈퇴했다 다시 돌아오고 선거 승리를 위한 일사불란한 조직을 어떻게 만드는가보다 서로 얼굴 내밀기에 바쁘다.

결정타는 다 알듯이 티브이 토론이다. 나경원은 의지를 명백히 입증했다. 아니 한나라당 전체가 입증했다. 나경원이 도곡동 사저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고 한 말 기억하는가? 그 순간 난 참여정부 당시를 떠올렸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후보가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말 안해도 알거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선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지지자 누구도 '그건 널 키워준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란 말을 올리지 않는다. 뭘 뜻하는지 알겠는가. 무슨 일이 있어도 승리하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치밀하기까지 하다. 정확하게 '여론조사 역전' 딱 한번 언급하고는(공포를 벗어나야 하니까) 바로 박빙이나 추격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박원순은 한가하게 땅콩 주택이니, 성미산 공동체니를 올렸다. 내용 자체가 토론주제와 맞지도 않지만....더 중요하게는 시청자에게 준 신호다. 난 선거 승리를 위해 빤스까지 벗고 뛸 각오가 되있다가 아니라 '그냥 그 동안 나 하던대로 편하게 할께요'란 참으로 여유롭고 한가한 박원순. 그 사소한 신호에서 시청자들은 많은 것들을 캐치한다. 시정에 대해 별로 공부안하는 박원순, 공부할 생각도 없는 박원순, 그러니 날 위해 뭘 하겠다는 노력할 가능성이 제로인 박원순,  심지어 선거를 이기겠다는 의지도 약한 박원순, 아직 시민들은 떡을 줄지 결정도 안했는데 이후를 상상하며 샴펜이나 터트리고 자빠진 캠프....

간단히 다섯 글자로 박원순의 이미지를 가르쳐 주겠다. '거만한 꼰대'

나경원은 그 약점을 정확히 파고 들었다. 말 끊으며 "자꾸만 제 질문에 답변을 안하셔서..." "시민단체와 서울시정은 다릅니다." "아직 정치에 생소하셔서 그런데..." 뭘 이야기하는 것 같은가? 나경원이 던진 메시지는 이거다. 지금 모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 사람은 벌써 배가 불러서 공부할 생각이 없어요!!! 

모르긴 몰라도 나경원이 박원순 몰아부치는 거 보며 속으로 통쾌했을 사람들 많았을거다.

그래도 3차 토론때는 나아졌더라. 성미산 공동체니, 땅콩 주택이니 하는건 빠졌다. 재건축 가지고도 더 우기지 않더라. 그런데 내가 보기엔 여전히 배가 부르다. 3차 토론에서 박원순이 한 가장 큰 실수는 뭐였을까?

내 생각엔 그 놈의 스탠포드 타령이다. 토론 초기에 박원순은 분명히 '난 학벌 따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단국대가 자랑스럽습니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 도심 산업 육성을 놓고는 계속 스탠포드, 스탠포드다. 뭘 느꼈나? 난 '스탠포드 안가본 사람은 서러워 살겠나' 했다. 

스탠포드가 아니라 미국의 이름없는 지방대를 예로 드는게 좋았을 거다. 더 나아가 미국의 대학이 아니라 한국의 마이너 대학을 들었으면 더 좋았을거다. 이렇게 그는 학벌 논란에서 배운게 하나도 없다. 그냥 네거티브는 나빠란 즉자적 대응만 할 뿐이다. 자, 민주당 지지자들에 이어 이번엔 박원순처럼 학벌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나경원이 박원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박캠은 숨은 10프로 타령이다. 그들은 도대체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