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하철 타고 오다 30대 여성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됐습니다. 박원순 학력에 대해 아무 생각 없었는데 티브이 토론보다가 화가 치밀었다고... 자기 잘난 척하는게 재수없다고...

씁쓸했죠. 눈치 채신 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박원순씨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빨리 민주당 입당하라고 이야기했던 근저엔 당선되길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제 제 최초로 이번 선거는 깔끔하게 기권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괴로웠습니다. 박원순 캠프에 들어가있는 지인도 몇 되고 열심히 선거운동 하는 지인은 더 많구요. 그 지인들 다수는 제가 좋아하고 심지어 존경까지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박원순씨가 좋은 시민운동가라고 생각합니다. 또 학력이나 병역, 기타 스캔들은 그냥 스캔들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응 태도에 많이 실망했지만 여전히 그 자체가 서울 시장을 뽑는 중요한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티브이 토론을 보고난 뒤 서울 시민으로서 박원순씨를 찍을 수는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티브이 토론보고 난 뒤 제가 조금 패닉 상태였다는거, 농담이 아닙니다. 도저히 서울시민으로서 이렇게 준비안된 사람을 시장으로 뽑는건 책임 방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나경원을 찍을 수는 없겠더군요. 도저히.

남아있는 후보는 배일도 한명. 노조 위원장을 발판으로 정치권에 진출한...도저히...

간단히 말해 제가 이번 선거를 포기하는 이유는 한명숙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와 똑같습니다. 이렇게 그냥 반엠비라고, 그래도 서쪽리그라고 표주면 앞으로도 그거 믿고 정책 개발이나 이런거 안하는 버릇만 들이지 않느냐, 정치인이 내 눈치 보며 열심히 일하게 해야지, 내 표는 기본이라며 게을러지게 놔둘 수는 없지 않느냐......

이번만큼 진보 진영이 후보 내지 않은게 원망스러운 적이 없네요.

아무튼 괴롭습니다. 저번에 곽노현씨 이야기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도 괴롭습니다. 전 포기하지만 박원순을 지지하든, 나경원을 지지하든 다른 분들의 의견은 존중합니다. 막고 싶진 않네요.



ps - 여기 박캠에서 모니터하면 한가지 충고합니다. 박캠 내부에선 '우리가 착해서 네거티브에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거 전형적인 자기 연민형 오산입니다. 그렇게 자기 연민에 빠져있다는건 당신들의 무의식에서 이미 패배를 예감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지금 박원순에게 돌아선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넘어가서가 아닙니다. 서울 시민들, 그렇게 바보가 아닙니다. 거기에 오늘 보니 '이제 당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 냈던데 그거 삽질입니다. 그 성명에서 사람들이 읽는건 당신들의 초조감입니다.

간단히 제가 묻겠습니다. 박원순 캠프에서 제시한 선거 프레임이 뭡니까? 간단히 말해 이번 선거 관련해서 박원순하면 떠오르길 기대했던게 뭡니까? 좋은 시민운동가? 안철수와 친하다? 야권의 대통합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여론조사 공표 기간도 끝나면 추세를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선거 운동 해본 사람이라면 여론조사 퍼센티지와 상관없이 박원순은 하락 추세, 나경원은 상승추세라는건 인정할 겁니다.

박원순씨가 이기려면 이제 도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그 모든걸 확 뒤집을 수 있는 뭔가를 제시하십시요. 그 뭔가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두번째 문젭니다. 일단 사람들 사이에 박원순 관련해서 화제가 될만한 뭔가를 확 던져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해야합니다. 안그러면  힌 한번 못써보고 그냥 질 확률이 90입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네거티브 뿐만 아니라 티브이 토론에서 보인 박원순씨의 능력이 퍼져갈 겁니다. 일단 그 추세부터 막아야 활로가 뚫리든 말든 합니다. 전쟁으로 치면 당신들은 지금 스캔들과 티브이 토론에서 보인 정책 무능력이란 악재로 포위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조금 지나면 포위망이 완성됩니다. 그 전에 뚫고 나와야 합니다. 아니 뚫으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외부에서 원군이 오든지 말든지 할 겁니다.

그게 뭘까요? 하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민주당 입당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정말 획기적이고 쌈빡한 공약을 제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오르는 화제, '박원순이 알고보니 의혹이 많더라.' '대응하는거 보니까 완전 자기 잘난척하는 꼰대더라.' '토론때 완전 횡설수설이었더라'부터 차단하고 판 자체를 흔드는 겁니다. 바둑 기사들은 필패 국면이면 황당한 수 던져서 상대의 혼란을 유도합니다.

안그러면...글쎄요. 어쨌든 우리가 착해서 당했다 식이면.... 어려울 겁니다. 당신들이나 억울하지, 사람들은 냉정하게 '당한게 바보지' 하거든요. 사람들이 너무 야속하다구요? 그렇게 힘들게 사는게 사람들입니다.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아직도 배가 부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