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팀 공지: 이덕하님의 [여성차별 때문에 여자의 지위와 임금이 낮은 것인가?]에 대해 리링님께서 댓글로 반론을 주셨습니다. 내용이 일관되고 정리가 잘되어 있어서 사회자팀 직권으로 메인게시판으로 자리를 옮겨왔습니다. 리링님께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이덕하님의 글과 그 밑의 답글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비록 교양 서적 몇권 읽은 수준입니다만, 진화심리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구요. 다만 남여 임금차별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만 보는 건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고된 일에 대해서 논리를 전개하셨는데, 이 부문은 확실히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석유시추공이나 (위험도가 높은) 전기 기술자처럼 힘든 일에는 대체로 남성들이 많이 지원을 하고 또 임금도 상대적으로 높죠. 하지만 시대적인 흐름을 보았을 때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은 갈수록 그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죠. 현대 직업군에서 "육체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직종"은 기계화되고 자동화되는 흐름앞에서 계속 그 비중이 줄어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아직까지는 그 비중이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말이죠) 이덕하님의 논리는 전체적인(서비스 업종이 전체 직업에서 얼마나 차지할까요?) 직업군에 확대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직업"은 - 그냥 머릿속으로 직업을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공장에서 해머로 무언가를 내리치는 노동자보다는 '사무실에서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사무직이나 관리직을 '은연중에' 뜻하는 경우가 많죠. 세상이 그만큼 바뀌었으니까요. 물론 사무직도 전체 직종에 비하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육체적인 직업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진화심리학적" 논리는 대부분의 직종의 여성차별에 적용하기에는 좀 무리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사무직종이라도 물론 남성이 쬐끔 더 육체적인 일을 더 할수도 있겠지만, 사무직에서 나타나는 여성과의 임금 차별은 그 덕분은 아닌 것 같은데요^^
 
(출처는 기억이 안 납니다만) 한 페미니스트가 일갈한 것처럼 -남성과 여성 모두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도록 진화되지 않았다. 그러니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은 평등해야 한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에서 나타나는 남녀임금차별은 진화심리학적인 차원이 아닌 일종의 '사회적 권력'차원에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덕하님이 전체적인 직업군에서 남여성차별을 설명하기 위해 논리를 전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진화심리학에서 단골메뉴인(비꼬는 거 아닙니다^^) '남녀의 성적 진화의 차이에 따른 논리'는 현대의 변해가는 직업들을 보는데 있어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비꼬는 거 아닙니다^^만 동일한 직업군에서 나타나는 성적 차별(임금과 지위)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없다고 하시면..으음.. 전 사실 거의 대부분의 직업군에 있다고 봅니다만. 물론 제 편견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두번째로 언급하신 '공대 선호에 있어서 나타나는 성적 차이'와 그와 연관된 직업군에 관한 논거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죠. 물 건너 '과학선진국'인 미국이나 혹은 유럽 국가는 남여 평등에 있어서도 많은 진전을 보입니다만, 공대를 선호하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적은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남성인 제가 여성 육상선수보다 잘 뛸 수 없듯이 여성중에도 보통 남성들보다 확연하게 공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그리고 소질을 보이는 여성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비중은 남성보다는 작아도 무시할수는 없는 수준이죠.  이덕하님의 논리대로 '보다 분석적이고 수학적인 분야에 대한 선호'는 나아가 '고임금 직업군'의 남성 우위로 나아가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남여평등운동이 전개되기 전에는 그러한 직업군에 여성은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현대의 양상 (제가 알기론 선진국에서도 공대나 이과 대학에서의 여성 비율은 20%나 30%대 정도이고 10%대나 그 이하도 물론 많다고 합니다. 이게 학사비율인지 석사비율인지는 모르지만요) 까지 오게 된 것은 이덕하님이 말씀하신 '50:50을 주장하는 70년대의 'gender feminism'의 거센 운동덕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요. 사실 이 '공대 선호' 얘기는 진화에 따른 남여 성향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페미니즘 운동의 성공 사례로 보아야 하죠. 그전에는 감히 도전할 수 없었던 남성의 분야에서 여성들이 (비록 그 비중은 작지만) 도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임금차별에 대한 부분적인 이해로 본다면 이덕하님의 논리는 타당하지만 그 예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페미니즘에 대해 거의 아는 바 없습니다만, 요즘엔 70년대 식의 "50:50"을 주장하는 과격한 페미니즘은 사실상 그 입지가 좁아졌죠. 요즘 여성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같은 분야의 엔지니어이고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남성 엔지니어의 평균 임금이 여성 엔지니어의 평균 임금보다 높냐' 라는 거겠죠 (이게 equity feminism인가요?-저도 잘은 모르겠네요.^^). 뭐 엔지니어도 좋고 프로그래머도 좋고, 이런 고소득 직종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물론 여성의 출산 휴가라든지, 근속연수라든지 통제해야 할 변수는 많습니다만)- 여러가지를 통계적으로 제외했는데도 남성 엔지니어와 여성 엔지니어의 임금 차별이 있다고 본다면 이것 역시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풀 수 있는 문제일까요?

(참고로 전 이런 이공계 직종에서 남여소득 차별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릅니다. 누가 좀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여러 가지 논거를 전개하셨는데

'남성이 여성보다 (아마도 평균적으로) 머리가 더 좋아서 임금도 더 받고 지위가 높은 걸지도 모른다'라고 하셨죠.

그런데 약간 관점을 돌려서 보면,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직원은 (역시 평균적으로) 청소부들보다 머리가 더 좋고 임금도 더 받을 겁니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자들은 (또한 평균적으로) 금융쪽 사람들보다 머리가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임금은 더 낮게 나오는데, 이건 진화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한가요? 제 얕은 지식으로는 '진화심리학적'인 논거가 펼쳐지질 않는데요.^^  이건 좀 무리가 아니지 않나요? 물론 이덕하님께서 논거에 알맞는 예를 여러 개 들수 있으시겠지만, 저 역시 그와 동일한 논리로 반대 혹은 맞지 않는 예를 많이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머리가 더 좋아서 교육을 더 잘 받거나 많이 받고 그에 따라서 임금을 더 많이 받는다라는 논거도 가능하겠습니다만, 직업군중에서 가장 긴 교육기간을 필요로 하는 '의사'(역시 고소득직종이지만) 보다 임금을 더 받는다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그럼 의사들보다 머리가 더 좋아서인가요?

-- 혹 제 가정이 틀려서 의사들이 금융기관 종사자들보다 임금을 더 받는다고 하더라도 역시 논리는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장하신게 여성이 남성보다 일을 덜하려 들고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식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셨는데 이 역시 좀 저한테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네요. 물론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자신의 아이에게 보다 더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분명 수긍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이를 일하는 경향이나 경쟁에 결부시키는 건 좀 무리가 아니지 싶은데요. 이덕하님의 논리대로라면 '여성은 아이를 돌보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 경향이 있다" -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일을 덜 하게 된다" - "그러므로 임금이나 지위가 더 낮게 되는 경향이 있다"라는 건데 우선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라고 주장을 하는 페미니스트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또 그 페미니스트가 무슨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일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시간당 임금이 더 적다 그렇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라고 주장할까요? 전 아니라고 보는데요. 페미니스트들이 끊임없이 임금차별에 불만을 나타내는 이유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일하는 시간이 적어서 임금이 작기 때문이 아니라 동일한 업무를 같은 근무시간에 처리함에도 임금차별이 있기 때문인걸로 알거든요. 실제로 현실도 그렇지 않습니까? (아닌가요? 일하는 시간도 같고 업무도 같으면 남여간에 동일한 임금을 받는 사회인가요? 저기 북유럽의 나라들처럼 사회에서 보장하는 육아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진 복지국가에서도 동일한 업무하에서의 남여 임금차별은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같은 나라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겠지만요)  그리고 육아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남여임금차별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점진적으로 해소되어 갈 것 같다는 제 생각은 터무니 없는 건가요? (실례는 누가 좀 찾아봐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제 지극히 좁은 사견입니다. 이덕하님의 진화심리학적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도 있고 현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일정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합니다. 다만 제목인 '여성 차별때문에 여자의 지위와 임금이 낮은 것인가'와 맞는 주장을 펼치시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동일한 직종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데 있어서 임금차별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갈 것인지요.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이덕하님의 논리는 남성이 여러 면에서 여성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더 받는다"라는 논지로 이해되거든요. "여성이 남성보다 덜 받는 이유"가 아니라요. 제가 이덕하님과 사회를 보는 관점이 좀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제가 지금까지 본 현실을 비추어 본다면 -특히 한국의 예를 든다면- 여성은 여러 면에서 남성에 비해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20.30년전에 비하면 보다 나아졌지만요. 이덕하님의 관점대로라면, 여성의 소득이 몇십년전에 비해서 남성을 따라잡고 있는 추세는(이건 제가 알기로는 맞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여성이 갈수록 남성화되어가기 때문입니까?

물론 위에서 이덕하님은 남여 불평등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하셨지만요. 하지만 전체적인 글 맥락에서 보자면 불평등을 부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대비 차원에서 변명조로 썼다고밖에 해석이 안 되네요. 전체적인 논지는 모두 진화심리학적인 설명이구요. (윽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진화심리학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지네요. 사실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회에서 보여지는 모습이나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관점에서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꽤나 많으니까요. 단지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이 소재를 잘못 찾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파트타임잡'은 확실히 여성이 많으며 (이덕하님이 말씀하신 '여성의 육아 선호성향'은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죠.) 그로 인해서 여성의 평균 소득은 '보다 정규직이 많은' 남성에 비해서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고소득직종인 '프로그래머'가 대부분 남성이고 육아를 대리담당하는 저소득직종인 '유치원선생님'은 여성이 대부분이구요. 단지 인간 사회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명쾌한 논리를 전개하는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은 설명에서 그쳐야 하는데 이덕하님의 논지에서는 '당연함'과 '당위성'이 보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과학적인 관점'은 사실을 설명하지 당위성을 주장하지는 않는다는게 이덕하님의 기본 전제인것은 글을 보고서 잘 알 수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글에서 그러한 '위험성'이 보이는 건 제 무지나 선입견 탓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나 다른 사람들이 의문을 가져야 하는 건 '아이를 돌보는 직업"이 구조적으로 "'기계를 다루거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사람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이유에 관해서입니다. 저 역시 왜 그런지는 잘 설명이 안 됩니다만, 프로그래머가 수요가 높기 때문에 임금이 높고 '아이를 돌보는 직업'이 수요가 낮아서 임금이 낮은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좋은 답변이 있다면 그게 남여차별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