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생물들 사이에 위계를 세우고 살고 있습니다. 세우고 살지 않는게 불가능합니다. 저는 살고 싶은데 사회가 그렇게 못살게 강제하는게 아니라 당장 제 개인적 차원에서 불가능하죠. 그리고 물론 모든 분들이 이 점에서는 저와 같은 처지입니다. 하지만 위계를 세우고 살더라도 위계를 세우는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우려고 할 수는 있죠. 즉 위계의 원칙을 하나의 정당화되어야 하는 규범적원칙으로 보는겁니다. <인간은 인간이니까 인간한테는 인간이 무조건 제일 소중하고 다른 생물들 사이의 위계를 세우는것도 인간 맘대로야>라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에 근거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실제로 통용되는 생각을 그대로 원칙으로 비준해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앞에서 개들이 최상위포식자인 지구가 인간이 최상위포식자인 세계보다 평화롭지 않겠느냐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 얘기는 결국 인간들이 자신이 속한 종을 다른 종들보다 더 잘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을, 인간들을 생물종들의 위계에서 1등으로 볼 '합리적' 이유가없다는 생각을 함축합니다. 오직 무합리적인 이유, '우리가 인간이니까 우리한테는 인간이 제일 소중해'라는 이유는 있어도 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제가 인류만을 멸종시킬 수 있는 생물학무기를 개발해 사용하려 할때, 누군가?가 제게 들이대는, 그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되는 유일한 이유가 

'너도 인간이니까. 인간한테는 인간이 제일 소중하니까. 또, 실제로도 너는 하나의 전체로서의 인류에 대해서는 환멸을 느끼고 증오를 하더라도, 최소한 너의 연인, 너의 부모, 너의 아이들, 너의 이념에 부분적으로는 동감하는 인간들을 사랑하니까. 인간세계는 바로 네가 사랑하는 바로 그 인간들의 삶의 터전이니까'

라면 저는 설득안됩니다. 제가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도 있었던 마치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경향처럼 보이는 무조건적 자기종 중심주의를 저는 더이상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이유는 저한테 아무런 설득력도 가질 수 없습니다.

보통 이런식으로 스토리 라인이 짜여 있는 영화나 소설을 보면 영웅이 등장해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저같은 이들을 단죄하면서 해피앤딩으로 결말이 나죠.

1) 네 판단은 틀렸다. 잘 찾아보면 세상에는 흐믓하고 아름다운 구석들도 많다. 그리고 어른들이 세계를 망쳤다고 해도 이 순진하고 어여쁜 아이들한테 무슨 죄가 있느냐. 

2) 인류가 마땅히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한 너의 생각을, 만물의 '진정한' 영장으로서의인간이라는 너의 이념을 모든 사람이 공유할 필요는 없다. 너는 자유주의의 기본원칙을 어기고 있다.   

그렇지만, 실로, 저한테는 인간이 자신을 생물들의 위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세우는 것을 정당화는 객관적 근거가 필요해요. 물론  그런 거시적인 객관적 근거 없이도, 물에 빠진 제 아이와 아깽이 중에서 제 아이를 먼저 구하겠지만, 그 근거 없이는 물에 빠진 이웃집 아이와 아깽이 중 이웃집 아이를 먼저 구할 수 없고, 개고기를 즐기는 성폭행 전과자와 아깽이중 성폭행 전과자를 먼저 구할 수 없으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보다는 그 동물을 수렵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편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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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칼도가 천재 과학자의 소질을 먼지 한톨 만큼도 타고 나지 못한 것이 인류 패거리한테는 참으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