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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물가가 비싸 마음대로 책을 사기는 어려운 반면, 몇 세기 동안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수도였던 만큼 수많은 책방이 즐비하여 더욱 가슴을 타게 만드는 도시였다. 새 책방은 너무도 비싸 몇 번 들러본 후에는 아예 단념하고 말았다. 내가 다녔던 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구내서점 '이코노미스트'에는 사회과학 계통의 헌책이 가난한 학생의 호주머니를 털곤 하였다. 법조타운인 '링컨 인(Lincoln Inn)' 주변에는 헌 법률서적을 파는 서점 몇 개가 진을 치고 있었다. 영국 법조사와 법률가에 얽힌 오래된 우편엽서 등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챠링 크로스(Charing Cross) 일대는 주제별로 잘 진열해 책방들이 손님을 끌고 있었다. 좁은 지하실까지 책으로 뒤범벅되어 있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책의 미로를 헤매는 느낌이 들곤 하였다. 이 부근의 한 살인자 라는 책방은 괴기, 살인, 탐정소설만 파는 곳이었는데, 음산한 런던에 하나 정도는 있을 만한 곳이었다. 워터루 다리 밑의 노점상들은 뒤죽박죽의 책들이 널려 있으나 그만큼 값도 쌌다. 수레 위에 펼쳐진 책은 좋은 운을 타고났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머지는 땅에 널려진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신기한 책 한 권(그 책의 이름이 drift's guide라고 하였다)을 우연히 구하였다. 영국 전역의 헌책방과 이들의 '전공'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헌책방 소식을 담고 있는 그 책은 새것이어서 그것이 헌책이 될 때까지는 기다릴 수가 없어 거금 10파운드를 주고 눈물을 머금고 살 수 밖에 없었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서서히, 그러나 점잖음과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침몰해가는 거함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침몰 일보 직전까지 실내악 연주를 계속했던 타이나틱호 같은 운명을 연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책방 문화는 그 세계제국의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가 있었다. 그러나 영국의 책방도 그 나라의 운명과 함께 쇠퇴일로를 겪는 모양이었다. 위 가이드 북에는 "영국의 중고 및 골동책방의 숫자와 질이 심각한 쇠퇴현상을 보이고 있다. 1987년 1천여개의 헌책방이 현재(1991년) 803개로 줄었다. 이대로 있다가 '귀한 책방(Rare Bookshop)'이 '귀한 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책방이 귀한 것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라고 익살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LSE대학이나 인근의 SOAS(School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대학의 도서관도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었다. SOAS는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책들부터 최근 나오는 물가월보까지 한국의 책도 상당수 소장되어 있었다. 일제시기의 책들은 당시 영국 외교공관이나 외교관들의 소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들었다. 역사 공부하는 사람이 누군가 가서 한번 정리해보아야 할 도서관이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복사비가 워낙 비싸다는 점이다. 장당 10펜스(우리나라 돈으로 160원 가량)나 하여 도저히 안되어 나중에는 빌려나와 학생조합에서 복사를 하였다. 그래도 장당 4펜스였다. 런던대학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대학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IALS(Institute of Advanced Legal Studies)도 책을 제대로 갖추어 놓아 매우 편리하였다. 나보다 1년 먼저 교환교수로 LSE에 와 있던 안경환 교수님이 주로 이 도서관에 진을 치고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아일보에서 연재하고 있는 <법과 문학> 칼럼은 바로 그 도서관이 산실이었으리라.

영국에서 프랑스로 여행할 때마다 프랑스의 서점과 도서관도 둘어보았다. 철근을 하나도 사용하지 안고 지었다는 퐁피두 센터는 대중적인 도서관으로 유명하엿다. 전문적 연구를 하는 교수에서부터 여행계획을 짜는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작은 주제별로 신문을 스크랩해놓아 이용하기 편리하였다. 파리대학의 여러 도서관은 이와 달리 엄격한 출입통제를 하고 있는 데다가 폐가식이어서 복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던 유학생과 함께 들어가 그 친구의 이름으로 몇 권의 책을 빌리고 복사했던 기억이 난다.

1년 후 미국의 보스턴으로 옮겨가니 우선 물가가 싸서 좋았다. 영국의 반 밖에 되지 않아 무엇이든지 공짜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양도 많아 햄버거 하나 사먹고도 배를 불릴 수가 있었다. 미국의 풍요는 나에 대한 대우에서도 드러났다. 한 방에 여러 사람이 쓰기는 하였지만 객원연구원에 불과한 나에게도 책사잉 하나 배당되었다. 비밀번호를 하나 주더니 복사기에 그 번호를 누르면 마음대로 복사할 수 있고 공짜라고 하였다. 완전히 별세계에 온 것 같았다. 그날부터 바로 옆에 있는 법률도서관, 중앙도서과, 신학도서관 등을 다니며 하루에도 몇십 권씩 복사를 해댔다. 복사를 몇 시간만 계속하면 기관지가 고장날 정도로 몸에 해로운 중노동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낮에는 사람들이 오가니 아예 저녁에 출근하여 밤새 복사를 하고 오전 내내 잠을 자는 올빼미 생활을 했다. 1992년 보스톤의 겨울은 너무 추웠다. 눈태풍('블리자드')가 몰아쳐 아무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은 낮에도 복사기는 내 차지였다. 그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일기예보에 폭설이 내린다면 즐거워하곤 했다. 드디어 너무 많은 분량을 복사한다고 느꼈는지 법대 당국에서 1인당 월 2천 장까지만 공짜, 나머지는 장당 2센트는 내도록 조치하였다. 나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도 쌌다. 옌칭도서관에서는 일본 자료를 많이 복사할 수 있었다. <사찰요람>이라는 자료는 이미 옌칭 연구원으로 다녀간 정용욱 씨 등이 놓치지 않았을 것이고 나도 한 부 복사를 해 왔는데 나중에 보니 서울대학교 김모 교수가 최초로 발견한 것인 양 신문에 대서 특필되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초대 문정관을 지냈던 그레고리 헨더슨 씨의 자료인 헨더슨 콜렉션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여서 책임자에게 사정하여 꺼내보고 중요한 것들을 복사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국회프락치사건'에 대한 미발표 원고와 1949년도 범죄사건분석표 등의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하버드대학과 MIT 등 거대 대학이 들어서 있는 켐브리지는 또 다른 책방의 천국이라 할 만하였다. 'Bool Stores: Cambridge Guide'는 책방 지도였다. 'Revolution Books'라는 방은 그 이름이 주는 호기심에 들렀더니 과연 모택동과 그를 추종하는 페루의 'Shining Path'. 바에 관한 책들이 잔뜩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다. 책값이 좀 싸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오는데 기부를 좀 하라고 하여 바가지를 쓰고 말았다. 기부없이는 책방이 유지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침 문을 닫기 직전이었던 'Book Case'라는 책방을 안 이후로는 정말이지 싼 값에 책 사는 재미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주인에게는 좀 미안하였지만,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에 강연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강연료마저 몽땅 주변의 헌책방에 갖다바쳤다. 건성으로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들이었다. 뉴욕의 콜롬비아대학의 도서관과 그 정문과 후문의 헌책방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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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문제연구소 회보 27호 (1994, 12월)
- 박원순 운영위원.

아래 보니까 성희롱범 강용석의 말을 믿고 박원순의 하버드 경력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그럼 박원순은 17년뒤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글로 알리바이를 만들어 놨다는 건데 정말 치밀한 사람이군요.

그나저나 강용석 저 인간은 지도 제대로 기억 못하면서 쌩쑈를 하고 있군요.

"하버드 중앙도서관은 와이드너인데 역시 5층 이하였던것 같구요"

Diagram of the stacks in Widener Library

















지하 4층, 지상 6층 이군요. 둘다 틀린건데 그나마 박원순이야 20년이라도 됐지 강용석은 10년도 안된게 기억력도 별로면서 누굴 검증하겠다고 설치는건지...

그나저나 말러리안은 강용석이 나경원 당선되면 최고의 기여자가 될거라고, 전에 너무 부당하게 여론재판에 당했는데 이번기회에 재기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아크로에서도 박원순 까다가 구국의 영웅으로라도 올라설 기세군요. 성희롱범에서 엄청 출세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