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분토론을 봤다. 박원순 캠프가 아크로와 스카이넷을 모니터했나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초래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민주당 주도의 서울시 의회, 구청장'에 대한 박원순의 공격이 있었다. 근데 박원순이 정치인이 아니라 그런지 나경원의 하나마나한 답변 듣고 밍밍하게 걍 넘어가버렸다. 아무리 서울시민들 수준이 높아졌더라도 선거의 쟁점, 뉴스가치 있는 게 뭔지에 대해서 토론하러 나온 후보의 도드라진 강조가 필요하다. 아직도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게 저번 지방선거 때 토론방송에 김민석이 나와서 계속해서 복지, 무상급식을 꺼내던 모습이다. 시작부터 마무리 발언까지 복지, 무상급식이 빠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서울시장후보토론을 처음 본 거라 지금까지 박원순이 어케 토론을 해왔는진 모르겠지만, 토론을 아주 못하는 사람같진 않다. 근데 잘하지도 않는다. 나경원이나 이명박, 한나라당의 잘못된 점을 강하게 비판하지도 않고 자기가 시장이 되어서 가장 중점적으로 하려는 게 뭔지 강조하지도 않았다. 이명박하면 청계천과 버스체계, 오세훈하면 디자인 서울이 생각나는데 박원순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나경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박원순이 오늘은 자기가 그렇게 무능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니라는 걸 어필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평가할만하다.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같은데서 무슨무슨사업을 많이 하긴 한 거 같다. 근데 그런 스펙보다 더 관심이 간 건 박원순이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공약한 <사회투자기금>이었다.


그런데 토론에서  <사회투자기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고 기금의 관리운용주체와 쓰임새를 나경원이 물었는데 박원순이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박원순 공식 홈페이지에도 공약만 나와있을뿐이다. 나경원이 기금 마련을 위해서 조례를 제정할거냐 아니면 펀드를 만들거냐는 기초적인 질문을 했는데도 박원순이 조례로 할 수도 있고 펀드를 만들수도 있다고 했다. 해서 일단 기금에 관한 서울시 조례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서울특별시 법무행정서비스'에서 서울시 조례 중 기금을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검색해보니 20개가 넘는 기금관련 조례가 검색됐다. 그중에는 박원순이 하겠다는 <사회투자기금>과 비슷한 성격으로 보이는 서울특별시중소기업육성기금의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와 그 규칙(이하 중소기업기금조례와 그 규칙)이 제정되어 있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니까 박원순이 하려는 것과 차이가 거의 없어보였다. 이 조례와 규칙은 각각 2011년 7월과 2010년 7월에 개정된 것들이다. 재원마련방법, 관리운용주체, 대출융자대상기업과 사업, 회수방법, 위탁금융기관에 관한 사항 등 필요한 건 다 들어있다.

난 박원순이 <사회투자기금>을 공약하면서 과연 이 조례를 검토해봤는지 궁금하다. 이 조례는 2011년에 개정된 거기 때메 사문화된 걸로 보이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이나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지도 않는 걸로 보인다. 박원순의 공약의 구체성이 전혀 없어서 단언할 순 없지만, 박원순은 <사회투자기금>재원을 조성함에 있어 대기업의 투자도 고려하는 걸로 보인다. 현재의 중소기업기금조례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 투자'가 차별화된 점 같다. 그리고 조례와 다르게 서울시의 위탁을 받은 금융기관이 대출을 담당하는 거에 있어서 박원순은 부정적인 걸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하지가 않다. 말햇다시피 박원순의 구체적인 발언이 없고 글로 쓰여진 어떤 것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박원순이 제안한 <사회투자기금>은 그동안 박원순이 시민단체활동을 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기부받은 것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잠정결론 내릴 수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79&aid=0002289396
▷박원순> 아, 그건 뭐 너무나 당연하지요. 그래서 제가 사실은 여섯 가지를 실천하겠다고 이미 했지요. 그래서 예컨대 첫 번째가 전시성 토건 예산을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복지, 환경, 교육 등 시민의 삶을 보듬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겠습니다, 이런 것도 있고요. 세 번째는 일자리 문제에 관한 것인데, 특히 우리나라 취약계층이나 청년들의 실업이 너무나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하든 해결해보자, 그래서 창조적 벤처 기업의 창업이라든지 운영을 지원하는, 이런 전문적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고요. 특히 사회투자 기금이라는 걸 한번 만들어볼 생각이고요.

▶정관용> 사회투자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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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용> 어떤 겁니까? 누가 돈을 내는 겁니까?

▷박원순> 그것은 기본적으로는 기부에 의해서 할 수도 있고, 또는 저희들 같은 경우는 서울시가 투자하겠다는 것인데.

▶정관용> 시 예산도 내고?

▷박원순> 예. 그런데 아무튼 지금 이런 청년이나 취약계층이나 또는 굉장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시민들이 뭔가 기업을 일으켜보려고 하면, 사실 기존의 은행에서 돈을 받는다는 게 너무나 힘들거든요. 그래서 이제 이런 투자기금에서 투자를 받아서 뭔가 자립의 기초를 닦는 거지요. 제가 아름다운 재단에서 태평양 화장품에서 사실 50억을 기부 받아가지고요, 홀로 사는, 그러면서 아이를 키워야 되는, 이른바 싱글맘이라고 하는 이분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을 해서 지금 100개 이상의, 100개 가구 이상이 지금 자립을 했거든요.
 

"대기업 돈으로 시민운동"하느냐는 비판을 박원순 측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거 같다. 그리고 현재 중소기업 창업과 지원과 관련된 서울시의 현행 정책에 대한 검색이 안되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재원마련은 그렇다치더라도 기금의 운용주체와 대출기관에 대해서도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모랄 해저드로 돈 다 날릴 위험이 큰 기금의 마련방안과 운용주체, 대출기관에 대한 나경원의 질문에 "조례로 할 수도 있고 펀드 할 수도 있고, 조례가 뭐 어렵나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가볍게 넘긴 박원순의 모습도 신경쓰인다.

결론적으로 박원순의 10가지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인 일자리 관련 <사회투자기금>만 놓고 보면 박원순은 현행 서울시정에 대한 공부가 안되어 있고 제대로 된 대안 마련도 부족하다 평할 수 있다. 박원순의 핵심 지지층이 20-30대라고 한다. 20-30대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일자리 관련 공약이 이렇게 부실할줄은 몰랐다. 이렇게 대충대충 기금 만들다보면 분명 박원순 핵심 측근 하나가 기금 횡령해서 감옥가거나 모랄 해저드로 기금부실로 난리날텐데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다. 대기업 돈으로 충당하면 되는건가? 헌데 인터뷰를 보면 기부보다는 또 '서울시 투자'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거 같은데 토론에서는 펀드도 말하고있다. 이렇게 공약을 따져보는 사람은 극소수일거다. 그렇지만 박원순의 핵심 지지층이라는 20-30대에 속한 20대로서 '일자리'에 관한 공약을 하나 선택해서 살펴보니 이모양이다. 여러 공약을 모두 검토한 게 아니라 그냥 이거  하나 찾아본 건데 이모양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는데 박원순은 어떤 케이스일까. 나경원은 찾아보지도 않아서 균형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난 나경원 찍을 생각이 없어서 안찾아 본거다. 좀 걱정된다. 박원순이 정당 소속이라면 당장은 좀 부실해도 후에 책임질 주체가 있다. 근데 박원순은 무소속이다. 박원순이 망가지면 그냥 그 개인과 몇몇 측근들만 서울시와 함께 망가진다. 그냥 박원순이 물러나면 끝인 거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 박원순에게 표를 던져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