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K-KIA 준플레이오프 얘기가 나온김에 LG얘기도 좀 했었죠. 어떤 분께서 <옐로우카드>얘기하셔서 그걸 봤는데 골수엘빠로서 빡침과 동시에 체념하게 되었습니다. 풀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옐로우카드>를 참고하시고요.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LG의 성적부진의 이유는 감독의 역량 부족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선수단, 감독, 코칭스태프, 프런트, 단장, 사장, 구단 고위층 모든 게 총체적으로 문제다, 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할 곳은 프런드다"입니다.

삼성, 현기차와 함께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LG그룹의 계열사가 개막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루머가 이번 KBS공중파의 보도를 통해 공식확인된 셈이죠. LG전자의 막장경영도 화제가 됐는데 명불허전 LG답다는 비아냥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옐로우카드>는 스포츠방송이기 때문에 LG 프런트의 소통불능, 복지부동, 무사안일을 꼬집으며 분발을 촉구하는 선에서 방송을 마쳤지만 사실 LG구단의 개막장 구단운영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프런트가 구단에서 어떤 존재냐면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서 양쪽의 소통을 보조함과 동시에 구단 경영진과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 사이의 소통도 보조하며, LG구단과 언론, 팬들과의 접촉도 보조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감독과 코치들에게 선수단에 부족한 점을 알려주기도 하고, 감독과 코치가 구단에 요구하는 점을 듣고 구단 수뇌부에 요청을 전달하기도 하며, 선수단의 의견을 구단과 감독에게 전달하기도 하며, LG구단의 대소사를 언론과 팬들에게 알리는 등 '야구'이외에 구단의 외적인 각종 일을 담당합니다.

대기업 오너의 펫(pet)기업의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프로야구단의 특성상 프런트의 저런 역할은 더 강조됩니다. 야구란 스포츠엔 무지하지만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구단에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대기업 오너에게 구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룹 수뇌부의 코칭스태프, 선수단에 대한 압력을 적당히 조정해주는 막중한 역할을 프런트가 담당해야하죠.

헌데 LG구단 프런트는 저런 역할을 전혀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런트 내의 부서 간 소통도 전혀 안되는 건 둘째치고 프런트가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 능력있는 감독보단 자기 입맛에 맞는 감독과 코치들을 선임하려고 애쓰고, 그걸 위해서 야구를 잘 모르는 구단 수뇌부들에게 붙어서 간신짓한다고 합니다. 구단의 성적을 올려서 고용안정을 꾀하는 게 아니라 LG그룹이 망하지 않는 한 LG야구단이 사라지지 않으니까 LG야구단의 고위층 편에서서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건데 18이게 말이나 됩니까? 구단 수뇌부, 프런트가 저렇게 붙어먹어서 꼭두각시 감독 세워 놓는 걸 선수들은 다 알테니까 감독은 뭐가 되며, 코치들은 또 저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하겠습니까. 정말 이런 막장구단은 해체해야 하는데...


프런트가 코치-선수단, 선수단-구단, 코치-구단, 구단-그룹수뇌부(오너) 사이에서 위에 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구단에 대한 애정, 충성심, 이해도가 능력 못지않게 프런트에게 요구됩니다. 헌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현재 LG구단 프런트 사람들은 거의 외부인사들로 채워져있다고 합니다. 우승을 목표로 그렇게 됐다는 걸 고려하면 90년대 후반부터 그렇게 된 거 같은데요.

그런데 팬, 언론, 타 구단이 다 아는 저런 문제점들을 정작 구단 내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위층은 잘 모르는 거 같더군요. 구조 자체가 '야구단을 잘 모르는 고위층, 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프런트'기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한마디로 지금 LG는 구조적인 문제에 빠져있단 거고, 때문에 이 막장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단 겁니다. 수뇌부가 지금 나온 언론보도와 떠도는 소문에 근거에서 현재의 프런트를 몽땅 물갈이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급격한 구단체질개선을 주도할 충성스러우면서 능력있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죠. 구느님에서 구레기가 되어버린 구씨가 직접 나서서 저걸 주도할 수도 없고 나선다고 당장에 좋은 사람들로 프런트가 채워질 수도 없죠.


제가 이번 LG프런트사태를 보고 느낀 게 몇개 있습니다.
1. 망가진 조직을 재건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새 조직을 만드는 게 차라리 더 쉽다.
2. 조직이 망가뜨리는 문제점을 파악하는 거 자체가 쉽지 않다. 과학이 아니라 사람 일이기 때메 뭐가 문제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어렵다. 조직 내 문제를 일으킨 주체와 문제를 해결할 주체를 구분하는 것은 더 쉽지 않다. 내부의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문제인 상황이면 이를 어찌할고?
3. 어케어케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어도 그걸 개선하는 것도 어렵다. 이론적으론 문제로 지적된 걸 도려내면 되지만 인생은 실전. 사람이 문제인데 그 문제를 총대메고 해결할 충성스러우면서 능력있는 해결사를 구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4. 이러나 저러나 사람이 문제이고 사람이 해결책인데 해결사가 될 사람, 조직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능력있는 해결사를 키우는 것도 조직이다.
5. 작게는 가족부터 크게는 회사, 국가도 조직이다. 정당도 조직인데 우리나라 제1야당은 망가져가고 있다.
6. 방송 말미에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LG구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부인사로 충원된 프런트가 문제다"라고. 선거승리, 정권심판이라는 목표를 위해 특정 정당에 대한 이해, 애정,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특정 정당과 함께 일을 하는데 그들은 그 정당을 살릴까 죽일까? 그 정당을 좋은 쪽으로 견인할 수 있을까? 정치, 정당정치, 지금 벌어진 선거의 의미.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부족해 보이는)  특정 정치세력의 주도권을 잡은 사람들은 정치의 위기,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해결사일까 정치와 사회의 위기를 초래한 문제들 중 하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