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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3 08:19:21
이 영화는 뜻밖에도 한국에 아직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에 공중파를 탄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용감했고 뭔가가 잘못^^ 되었던 거죠. 성우들의 핍진한 목소리 연기도 유난히 극상이었던듯 한데, 영화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은 이 영화 볼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제 자신은 감정이 풍부하다고 생각해 왔고, 바로 그 풍부함 때문에 왠만해서는 감동하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는데 말이죠. 3-4년전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어디서 당시 방영된 것을 녹화해 보관하고 있지 않나 수소문해 본적이 있는데 그러다가 결국 찾아낸 것은 훌륭한 자막까지 나와 있는 원본이었습니다. 여러 군데 퍼져 있지는 않겠지만 구하는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에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 중 하나는 숙청 임무를 맡은 쿠데타군측의 장교가 좌익성향으로 분류된 장교들을 한명한명 불러 들여 전향의사를 타진하는 장면입니다. 굴하지 않는 장교들에게는 그 자리에서 끌려나가 총살되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죠. 광주민주화항쟁때 끝까지 총을 놓지 않았던 이들을 떠올릴 때와 마찬가지로, 아마도 허구가 아니었을 이 장면을 떠올릴 때도 저는 살이 떨립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신념을 지킬 수 있었을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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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Raining.On.Santiago.1975.DivX.AC3 (2장)
7중대, 헤레라 중위
우리 남자 대 남자로서 이야기 해 보세
우린 자네의 성향을 알고 있지
내 생각으론 말이야
그건 젊은 혈기에 불과하다네
헤레라, 오늘날 군은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이야
영광스러운 목표의 성취과정에서
자네가 자랑스럽게 복무하는 군이 말일세
헤레라, 자네가 선택할 문제네
당신이 말하는 그 운명이
합법적인 아옌데정부의 축출을 포함한다면
저한테 기대하지 마십시오
군이 지금까지 저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의 이름으로
제가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유지해온 명예의 이름으로
이런 종류의 어떤 명령에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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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제가 영화를 어딘가에 올리면서 붙인 간략한 소개
민주적으로 구성된 칠레 아엔데 좌파 정부가 미국과 수구반동군부의 협잡에 의해 붕괴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은 고전 명작입니다. 아옌데와 그의 지지자들의 영웅적이고 비극적인 투쟁이 드라마틱하게 펼처집니다. 특히 바로 밖에서 거부자에 대한 총살이 행해지고 있는데도 군사정권에 협력하기를 거부하는 한 장교의 모습은 정말이지.. 혼자만 감상하지 마시고 널리널리 퍼트려 주세요.
* 9월 11일은 또한 제가 좋아하는 아도르노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여러 모로 뜻깊은 날..
2009.09.13 10:19:26
그 영화에 대한 꽤 인상적인 리뷰. ( 이분 요즘 뭐하시는지.... )
http://djuna.cine21.com/bbs/view.php?id=review&no=1126
http://djuna.cine21.com/bbs/view.php?id=review&no=1126
2009.09.13 17:46:10
자기들이 받은 상처의 십분지 일 만큼이라도 자기들이 준 상처에 대해서도 생각해주면
세상이 조금은 더 밝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911이후의 미국사회, 주류 언론은 물론 촘스키를 제외한 대다수 지식인들의 태도에 저는 좀 놀랐습니다
미국이 저지른 온갖 잘못에도 불구하고(중.남미는 물론 필리핀에서도..) 그런 잘못들에 대한 신랄하고
정직한 역사교육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로 대변되는 미국 주류언론들의 보도 균형에 대해
아마 제가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듯합니다.
911이후 상당기간 동안의 미국 사회 분위기는 저의 그런 신뢰를 송두리째 날려 버렸습니다.
오바마에게 희망을 걸어 봅니다만...
세상이 조금은 더 밝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911이후의 미국사회, 주류 언론은 물론 촘스키를 제외한 대다수 지식인들의 태도에 저는 좀 놀랐습니다
미국이 저지른 온갖 잘못에도 불구하고(중.남미는 물론 필리핀에서도..) 그런 잘못들에 대한 신랄하고
정직한 역사교육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로 대변되는 미국 주류언론들의 보도 균형에 대해
아마 제가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듯합니다.
911이후 상당기간 동안의 미국 사회 분위기는 저의 그런 신뢰를 송두리째 날려 버렸습니다.
오바마에게 희망을 걸어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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