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100분토론을 봤다. 신지호라는 사람 말투가 너무 이상했고 최재천이 호통칠 때 움찔하면서 멍때리고 쫄아서 마약한 거 같단 생각을 했는데 실제 음주토론을 하셨단다. 흥미로운 분이시다.

건질 건 하나도 없는 토론이었다. 패널들도 별로였는데 사회자도 자꾸 시청자가 판단하실 거라며 억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서 짜증났다. 그래도 최재천의 사실관계요약정리, 체계적인 논박, 신뢰감있는 목소리는 괜찮았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최재천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박원순 부인 인테리어 회사와 현대 모비스, 자산관리공사와의 관계에 대한 최재천의 방어논리는 억지스러웠다. 법정에서 재판하는 것도 아닌데 입증책임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한나라당쪽에 특혜, 부정, 탈법의 구체적 증거를 대라는 건 억지스러웠다. 지금의 박원순의 지지율을 믿고서 배째라 식으로 오만하게 비쳐졌다.

현대 모비스라는 기업 자체가 현기차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큰 기업이다. 정씨 일가의 재산상속을 위해 이용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행법 상으로 명백한 부정, 탈법의 증거는 없을 거다. 하지만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미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롯데, 현대, CJ 따위의 대기업 사주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지적한 바 있다. 롯데 시네마에 팝콘, 나초 등을 공급, 영화 시작 전 광고 대행같이 원래는 대기업이 외부 중소기업을 통해 하던 일을 이제는 롯데 사주 일가가 직접 회사를 차려서 도맡아 하는 식이었다. PD수첩에서 정확하게 보도되진 않았지만 아마도 일을 수주할 때 공개입찰같은 형식은 갖추긴 했을 거다. 하지만 그랬다 해서 저런 일감 몰아주기가 정상적인 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고 PD수첩까지 나서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박원순 부인의 인테리어 회사가 세워지고 1년만에, (신지호 주장에 의하면) 직원 4명 뿐인 상태에서 현대 모비스로부터 일감을 따냈는데, 현대 모비스에서 그런 업무를 담당하는 전무가 인척이었다. 아마 부정, 탈법, 부패는 없었을 거다. 그러나 어딘가 씁쓸한 건 사실이다.

이걸 박원순 측에선 어떤 방식으로 방어해야 했을까? 난 모르겠다. 그치만 최재천처럼 불법의 증거를 대라는 식은 아닌 거 같다. 저게 떳떳했다면 박원순 부인의 인테리어 회사는 대단한 회사일 거다. 창업 1년만에 조그마한 인테리어 회사가 대기업, 정부기관의 일감을 순조롭게 따냈다면 그 업계에서 이슈가 되었을 거다. 그런데 그 회사가 그랬는지 난 잘 모르겠다.

\박원순 부인 회사를 방어하는 사람들은 현기차와 현대모비스, 삼성과 삼성SDS 같이 본기업과 일감 몰아받은 기업의 행태도 불법의 증거가 나오기 전 까지는 인정해야 할 거다. 근데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대기업의 경제 생태계 파괴 행위에 대해 누구보다 분노한 사람들이 박원순의 핵심 지지층 아닌가? 5% 후보를 50%후보로 만들어 준 안철수는 대기업의 횡포를 한국 사회 문제의 핵심으로 꼽는 사람 아닌가? 박원순이 대부분의 서울 시민을 대변하기 위한 개혁가라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따위의 횡포로 피해 본 중견기업, 소기업들과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변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지금 박원순 부인 회사와 현대 모비스, 정부기관의 관계는 문제 없다고 불법의 증거를 내놓으라는 박원순 측의 방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