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제작소의 무급 인턴, 그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만한 사정도 이해가 되구요. 법 문제야 백광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잘못됐을 지 몰라도 저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그리 와닿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오히려 사소하지 않다고 느끼는건 그 문제를 둘러싼 박원순측의 해명입니다.  그냥 제 닉대로 조금 시니컬하게 핵심을 표현하면 '영리업체와 비영리 단체를 구분못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해명의 핵심입니다. 즉, 자신들은 잘못없고 제기하는 쪽이 뭘 모르고 있다는 거다죠.

그럴까요? 논리적으론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듣는 입장에서도 그럴까요?

글쎄요. 잘 보면 제기하는 사람들의 문제의식을 아주 모르는 것 같진 않습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아름다운 재단까지 그러면 되겠냐...
그런데 그것 뿐일까요?

제가 보기엔 복잡합니다. 가령 인턴이라 뽑고 자원봉사 수준의 대접을 했다면 그 곳의 정직원도 무급이냐, 박원순씨도 무급이냐. 아니 다 그만두고 박원순씨는 그 경력을 바탕으로 평범한 변호사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야권 단일 시장 후보를 얻어내지 않았냐. 이렇게 박원순씨는 보상받았다면 그들은 뭐냐? 그들도 박원순식의 보상을 노리고 그런거냐? 

사소한 문제엔 항상 복잡한 감정이 깔려있죠. 그런데 그 뒷 내용을 보면 자화자찬일색입니다. 착취의 왕국이니 소매치기니, 이 곳 경력있으면 취직도 잘된다느니... 자신들의 도덕적 자부심과 사회적 평판을 뽐낼 수야 있겠지만 이건 지금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한 말로 그런 해명은 '우리가 잘 나가니까 돈 안받고도 일하는 거야. 여기서 인턴 달면 취직 잘 된다니까!'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긴 이런 거였을 겁니다. "무급으로 일한 인턴들 생각하면 정말 가슴 아프다. 사실 아름다운 재단과 희망 제작소 모두 그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다. 그 분들과 비교하면 내가 한 기여는 그냥 판 만들어놓은 정도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시장 출마하는 내 어깨가 무겁다. 내가 시장 잘 못하면 그들에게 큰 죄 짓는 걸 거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의 심정도 백번 이해한다. 오해가 있다고 보지만 인턴이란 용어를 쓴 책임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그런 우려를 감안하여 아름다운 재단이나 희망 제작소 모두 그렇게 봉사하는 분들이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 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받들어 더욱 책임있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렇게 박원순의 해명은 법적 문제를 떠나 독불장군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뭐랄까? "나 쌍꺼풀 수술하면 예쁠 것 같지 않아?"하는 여자에게 "성형 수술은 외모 지상주의의 발로야."하고 답하는 꼴이랄까요? 맞는 말이면 뭐합니까?

사실 박원순 출마 직후 지인들로부터 전해 들은 우려도 이거였습니다. 지나치게 독선적이다....그런데 이제 '박원순 떨어져봐야 본전이요, 민주당 깨고 이기면 대박'인 낭인들에게 둘러싸여있으니...

이런 사소한 이미지가 결국 정치인의 생명을 좌우하죠. 당장 독불장군 옳은 사람이면 과연 이해관계 첨예하게 부딪힐 때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철거 시위하고 있는데 "여러분들 사실 받을 보상 다 받았잖아. 지금 조금 더 받겠다고 불법 시위하고 있잖아요. 내 말 틀렸습니까?" 이런 말 해보세요. 폭동 납니다.  조금 더 줄 보상금보다 폭동 비용이 몇십배 더 들 겁니다. 지금 슈퍼약 판매가지고 의협, 약협 싸움 중인데 거기다 대고 '여러분들 솔직히 돈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 내 말 틀렸습니까?'해보세요. 의사, 약사 동시 폐업이란 초유의 사태 터집니다.

그래도 이번주까진 박원순씨에게 운이 붙네요. 잡스 사망, 신지호 등등.

그 운이 어디까지 갈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렇지만...신지호가 전면에 나서 맹활약을 해주지 않는한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