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마춰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그건 대중의 표층 욕망을 충족시켜주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착각 이면엔 대중이 멍청하다는 우월감이 깔려있죠.

그런데 정말 대중이 멍청할까요?

예. 실제로 멍청합니다. 정치 지망생들보다 평균적으로 정보력이나 논리력, 지식이나 정치 의식은 물론 학력부터 재산까지 낮을 겁니다. 개개인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는 경우도 허다하죠.

그런데 그런 개개인이 모인 대중이 정말로 멍청할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다양한 부류, 계층이 모여 형성된 대중은 놀랄 만치 영악하고 또 이기적입니다.

가령 이번 경선에서 박원순을 지지한 사람들을 분류해 봅시다.

1. 역선택.
2. 반한나라당 반민주당. 양당 체제 엿먹이고 싶다.
3.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어쨌든 민주당은 엿먹어야 돼!
4.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재편이 필요하다. (1,2,3에 비해 민주당에 우호적)
5. 민주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선택했다. (이런저런 소동을 통해 민주당이 성장할 것이란 믿음. 손학규의 영입 노력에 영향 받음)
6. 박원순이 좋다.


여기서 6의 비중은 크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초반 지지율이 5프로였죠. 다만 4,5는 말할 것도 없고 2,3의 비중은 꽤 되겠죠?

이 대목에서 대중 우습게 아는 인간들의 착각이 시작됩니다. 어쨌든 4,5는 철저한 반한나라당이니 떨어져 나가봐야 얼마 안될 것이고 2,3을 묶어야 한다. 그러니 2,3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자...

그럴 듯 해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은 경선을 통해 이미 상당부분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했습니다. 박원순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고 배도 부르니 슬슬 지지 철회하기 시작합니다.

대중들이 그렇게 의리가 없냐구요? 당연히 의리 없습니다. 아니 의리를 지킬 이유가 없습니다. 임금이든 누구든 지도자에게 쓸데없이 의리 지켰다가 자기 목숨만 날라간다는 역사적 경험이 각인된 존재입니다. 황산벌이 잘 비꼬았듯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지만 그나마 이름이라도 남기는건 지도층, 대중은 괜히 개죽음 하는 겁니다.

이 '의리 없음'은 정치 아마춰나 낭인들 이야기고 대중들 표현으론 영악한 겁니다. 영악하게 박원순 계속 지지해서 더 나올 게 뭐가 있나, 주판 두들기는 거죠.

1은 말할 것도 없고 2,3에게 남은 건? 그 안에도 다양한 부류가 존재합니다만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옅을 수록 박원순 계속 지지는 이제 쓸데없는 짓이 되는 겁니다.

반면 4,5는? 더 지지할 이유가 남아 있죠.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물론 대선까지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들도 전제가 있습니다. 야권 재편이든 정권 교체든 민주당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유시민 식으로 대놓고 민주당 없애겠다고 설치면 이길 선거가 없더라는게 이들이 그동안 겪은 경험입니다.

그래서 전 박원순이 정말로 서울 시장 선거 이기고 싶다면 가급적 빨리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위의 핵심 관계자 계산, 뻔합니다. 2,3 잡겠다는 거죠. 그런데 2,3이 뭐 더 먹을게 있다고 박원순 지지합니까? 많이들 떨어져 나갑니다. 박원순이 민주당 배제하면 그나마 계속 지지할 4,5도 우르르 떨어져 나갈 겁니다. 이게 바로 여론조사에선 항상 선전했던 문국현, 유시민 부류가 결국 본선에서 대중에게 배신당한 비밀입니다. 민주당 나빠욧!외에 아무 것도 제시할 수 없는 정치적 무능함 때문에 더이상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할 수 없게 된 대중들이 떠나는 건데 그들은 대중만 탓합니다. 정치 정말 쉽게 하죠. 정치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으면 못할 사람 누가 있습니까?

그런데 왜 박원순은 초기에 민주당 입당을 검토하다 슬슬 안하는 길로 갈까요? 그 내부의 이해관계 때문이죠. 제가 아크로에 썼던 정치 낭임들, 이들의 이해관계를 봅시다. 박원순 당선이 이들의 이익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박원순이 당선돼도 자기 몫이 없으면 괜히 헛힘 쓰는 거죠. 가령, 민주당이 선거운동 주도하고 조직위에서도 주도권을 쥔 결과 선거에서 이겼다 칩시다. 그러면 이들에게 떨어질 국물 없죠. 즉, 이들이 바라는건 민주당 공을 배제한채 박원순이 이기는 것, 그 결과 탄핵이나 분당에 버금가게 민주당이 붕괴하는 겁니다. 그래야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할 수 있거든요!

전 스카이넷이나 아크로 분들 상당수와 다르게 개인 박원수에 대해선 호감이 있습니다만...어찌 어려워 보입니다. 지인들 통해 들은 정보론 이미 낭인들로 버글버글 하다는군요.

ps - 진보 대통합하겠다며 이리저리 민폐 끼친 뒤에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국참당은 이번 경선에서 민노당 최규엽 후보 지지선언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