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존재감은 사실 김대중으로부터 나오는 거였잖습니까?
김대중 있고 민주당이지 김대중이 민주당의 힘을 이용한 건 아니죠.
김영삼이 꼬부라지니까, 아니 꼬부라지기 전에 이미 삼당합당하면서 그 당(이름이 기억 안 나네요. ㅋㅋㅋ 민주당이었나 뭐였나...)도 같이 꼬부라진 것처럼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 당을 이끈 후 그 뒤를 이을 뛰어난 인물(김영삼은 뛰어난 인물 맞았습니다. 적어도 IMF 맞기 전까진.)이 뒤를 이어주지 못 하면 그 아래로 모두 지리멸렬하는 거죠.

이게 지금의 한나라당과 보수/우파 쪽이랑 틀립니다. 그 쪽이야 백그라운드가 워낙 든든하거든요.

인물로 따지면 그나마 노무현이 김대중 이후엔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했을 겁니다. 인물 자체보단 그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위력이 대단했죠. 예를 들면 우리 아크로의 일부 횐님들은 치를 떨 노사모 같은 집단.

이번에 박영선이 박원순에게 지고 결국은 민주당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고 절망하는 분들 많을 텐데, 저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김대중같은 엄청난 인물이 다시 나오기도 힘든 마당에 언젠가는 한 번 겪어야 할 일이고, 박원순처럼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정치판으로 들어 오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환경의 변화는 한나라당보단 민주당에게 절대 유리하다고 봅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사고의 전환이, 조금 유식하게 말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거죠.

이미 사고는 쳤고, 이거 수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잘 적응하는 쪽이 향후 정치판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김대중이라는, 저도 마음 깊이 존경하는, 정말 대하소설과 같은 역사를 가지고 홀로 우뚝 선 거대한 인물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갖춘 우리 주위의 인물을 찾아 나설 때라고 봅니다.

제 생각처럼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 '민주당의 집권'이 아닌 '한나라당의 실권'이라는 데 동의하는 분이라면 이번 일이 그렇게 뼈아픈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민주당으로 가능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향후의 흐름에 민주당이 배제될 리는 절대 없습니다. 야권 세력 모두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저는 여전히 굳건한 지지를 보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원순이 꼭 입당을 하지 않더라도 연합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민주당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나라당의 '불임정당'이니 뭐니 꼴같잖은 소리는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 버려도 됩니다. 어차피 한나라당은 저물어 가는 해입니다.
게다가 보수/우파라는 세력도 이제는 사분오열되어 제 목소리 내느라 난리도 아니죠. 다 우리 가카의 덕분입니다. 원래 자연의 섭리라는 게 어느 한 쪽으로 극을 달리면 그 반대의 극을 향한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돌출되는 법인데, 가카께서 감사하게도 잘 해주셨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흐름에 잘 적응하기 바랍니다.
박원순에 대한 지지, 그 이전에는 안철수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 새로운 욕구 분출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그 흐름을 잘 타서 대부분의 사람이 지겨워하는 이 정치판을 쇄신하는 데 가장 앞서 나가는 정치집단이 되어 줬으면 합니다.

현재까지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정당이 민주당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일 정도로는 마음이 무겁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