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이 박원순에게 '네거티브' 전략을 써서 보기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전략을 짰을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내 386들을 비판하는 경우를 좀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박영선의 전략의 당부를 떠나서, 민주당 내 386을 의도적으로 공격해서 그 세를 어떻게든 약화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두가지 이유에서 입니다.
먼저, 현실적으로 생물학적인 나이, 그리고 정치경험상 민주당 내의 386을 대체할 다른 정치인 집단이 없습니다. 생물학적인 나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60대, 70대는 은퇴하게 될 것이고, 30대, 40대는 아직 어립니다. 40대 중후반, 50대가 대부분인 386이 무조건 주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좀 음모론적이긴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 현재 민주당 내 386을 공격해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은, "민주당 내 386"과 약간 정치적 결을 달리하는 세력인 민주당 외각의 참여정부 출신들입니다. 행정관을 했든, 공기업 감사를 해서 억대 연봉을 받았든, 아무튼 그랬던 사람들이죠.

현재 정치권에 발을 담근 사람이 아니면서 유능하고 참신한 40대, 50대들 엄청 많겠죠. 그런데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정치에도 경험이 중요하죠. 타 분야에서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일단 정치권에 들어오면, 초짜, 신인이죠. 그들이 들어와도 입법하나 제대로 주도하겠습니까,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씁니까, 정치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무슨 갈등을 조정하겠습니까, 그냥 뉴비입니다. 전부 안철수도 아니고요.

결국 미우나 고우나 10년 넘게 정치한 386들이 정치해야합니다. 그런데 386들이라고 다 같은 편이 아니죠. 단순하게 친노, 비노, 반노, 정동영계, 김근태계, 손학규계, 정세균계 이런 차원을 넘어서서, 아예 질적으로 다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와중에서도 '수준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아무리 현재 민주당 내 386들이 학교 시절 공부보다는 학생운동에 헌신했고,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에도 선거에만 매달려서 정책역량, 국가운영능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치권에 발 담은 386중에서는 가장 능력있고 헌신적이고 책임감있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국회의원 뱃지 달아봤고, 자치단체장도 해보고 좀 이름 날려서 이름이 익숙한 사람들은 또 그와중에서도 나은 인물들이죠.

그런데 이들과 약간 결(질)을 달리하는 그 외 그룹들은요? 분탕질 하나 끝내주는 애들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민주당 내 386들이 자기 이름과 경력과 공약을 걸고 지역 밑바닥에서 구르면서 더러워 지기도 하고, 못난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 그럴 "능력"도 없던 자들이 XXX라인이다, YYY라인이다 이러면서 청와대, 각종 공기업 감사로 들어가서 개판치고 XX포럼 만들어서 분탕 친 그 애들이 다수죠.

지금 저들 상당수는 당연히 민주당, 민노당 이런데에서 공천받을 '수준'도 안되기 때문에 정치낭인으로 떠돌면서 화려했던 참여정부시절을 떠올고 있죠. 틈만나면, 송영길, 김부겸, 우상호, 임종석 등(저도 저들 다 좋아하는 것 아닙니다)이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 비판했다고 욕하면서 민주당 386들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떠들고 있죠. 특히 송영길이 엄청난 타겟인데, 송트남에 폭탄주로 먹칠이 되긴 했어도, 까놓고 말해서 송영길의 학생운동, 노동운동 경력과 그 이후 변호사 활동, 그리고 정치입문 이후 보여준 합리주의적 행보에 비견될 다른 정치인이 누가 있나요? (물론 개별 정책에서의 오류가 있을테고, 안좋은 평이 자주 나오는 걸로 봐서 뭔가 결점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힘들어할 때 안도와주고 깠다고 송영길 욕하는 것이나, 송영길은 친노인 척 하다가 비노인 척한다는 유아적 비판이 먹혀드는 것이 정말 이상하더군요. 정치인은 (거창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보고 자기 소신에 따라서 정치하는 것이지, 한번 친노했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켜야 하는 것인지, 하여간..)

암튼 아직까지도 생존해있는 민주당 내 386들은 일단 민주당에 들어와서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뭘 하든, 비노든 친노든, 계파가 어디든간에, 험한 정치판에서 존재가치를 증명한 사람들이죠. 이들은 어쩔 수 없는 민주당의 현재이자 미래 자산이고, 개혁정치세력의 자산입니다. 하늘에서 초인집단이 내려오지 않는 한, 저들을 대체할 집단, 세력은 없죠. 민주당 외각의 낭인들? 통합정당 만들어지면 개떼처럼 모여들텐데, 일시의 혼란은 있겠지만 자유경쟁질서의 위대함은 그들을 또다시 낭인으로 만들겠죠...그래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