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과정을 보니 이번 단일화도 제3후보가 민주당을 '아슬아슬'하게 '극적'으로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는 컨셉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유시민이 김진표를, 김해에서 국참후보가 민주당후보를(이름을 모르겠...) 이겼던 때처럼 말이죠.

이전 단일화 직후의 여론조사에서 유시민과 국참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죠. 이것이 의미하는 건 양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달랐다는 것이겠죠. 뭐 그렇지만 본선에서는 결국 한나라당에게 졌지만요. 단일후보가 단일화 상대방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박영선-박원순의 경우를 보면 여론조사에서 이미 양박이 나경원을 앞서고 있습니다. 양박 간의 지지율도 최근 조사에서는 양자대결(vs나경원)에서 3~4%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죠. 즉 양박의 지지층이 거의 겹친다는 의미겠죠? 그렇다면 양박 간의 단일화 효과 자체는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박의 지지층이 거의 겹치기 때문에 이전 단일화처럼 이탈하는 지지층은 적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여론조사 상으로는 매우 싱거울 것입니다. 그래서 이전과 다르게 넷 상에서도 이번 선거결과를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낙관하는 분위기이고, 은근히 나경원을 '개무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여론조사상 박원순(아마 박원순으로 단일화 되겠죠? 단일화의 사실상의 목적은 비민주당 후보로의 단일화니까...)이 나경원에게 진 경우가 없고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야당+10%를 해서 여론조사를 읽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번 서울선거가 예전만큼 어렵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또 김해에서 국참후보가 시종일관 여론조사에서 우세하다가 막판에 역전당한 것을 생각하면 '야당+10%=진짜 야당 %'라는 공식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번 선거가 전국선거가 아니라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선이라는 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별로 선거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야권 지지자들이 '박원순'이라는 아이콘을 중심으로 뭉칠 것인지가 아리까리 합니다. 분당 선거에서 '제1야당 민주당 대표 대선후보유력 손학규 살리기와 정권심판', 강원도 선거에서 '이광재 살리기+추잡한 한나라당 후보 엄기영 박살' 이런 분위기가 지금 서울선거에서 감지되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통계자료로 나온 여론조사 수치대로라면 박원순이 쉽게 이길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여론조사 추세가 박원순은 정체, 나경원은 상승이지만 며칠 후 야권 단일화를 모멘텀으로 박원순의 지지율이 (약간이라도)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반대로 나경원 입장에서는 뒤지고 있는 지지율을 반전시킬 계기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추세가 박원순 정체, 나경원 상승이라도 박원순이 상당히 앞서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뭔가가 불안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재보선이기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선거열기가 별로입니다. 그리고 분명 이번 선거는 '무상급식'을 반대한 오세훈의 삽질에 의한 선거, 더 넓게 보면 복지 반대세력인 현 정권의 삽질에 대한 서울시민의 심판에 의한 선거로서, 상당히 정권심판의 성격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그런 의미는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일단 주민투표에서 오세훈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였기 때문에 사실, 주민투표 전에 이미 그 선거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기도 했고, 그렇게 맥이 빠지는 주민투표였는데 막상 투표율을 보니 25%이상의 결과가 나와서 한나라당, 민주당 등 모두 놀랐고, 그와중에 안철수 돌풍이 몰아쳐버렸습니다. 선거 직후 정권심판, 서울시정에 대한 심판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졌고, 오로지 야권 토론회에서 말로만 존재할 뿐이죠.

오히려 박원순은 안철수를 지지한 반한나라-비민주, 혹은 소위 말하는 '중도층'을 의식해서인지 의도적으로 '정권심판'이나 '반한나라', '복지'를 말하기를 꺼려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그런 모습을 취하고 있죠. 

즉 이번 서울시장선거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담은 선거인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주민투표 때에는 "오세훈 날려야겠다 절대 투표 안한다" 혹은 "주민투표? 그게 뭐임?" 이런 분위기였죠. 헌데 이번 선거는 투표해서 이겨야 하는 선거인데, 반드시 투표해야겠다, 반드시 한나라당을 떨어뜨려야겠다, 내가 투표 안하면 안된다, 바빠도 꼭 나만이라도 투표해야한다, XX를 위해서 반드시 야권에 투표해야겠다...뭐 이런 의미를 담은 선거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론조사상으로,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부터 쭈욱 흘러가는 대세 상 당연히 박원순이 당선될 것 같은데도, 뭔가가 불안불안합니다. 사실 반 한나라당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선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앞선 자의 여유'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대로 이번 선거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고, 과연 박원순으로 모든 야권 지지자가 뭉칠 것인지(실제 선거에서) 잘 모르겠고, 재보궐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의 의미가 아리송한 이번에 있어서 과연 어떤 메시지로 유권자를 투표장에 끌어들이지도 모르겠어서 불안불안합니다. 원래 오만하게 굴면 나자빠지는 것이 세상사인데 말이죠...

아 그리고 참고로, 박원순이 보여주겠다는 새로운 모습의 정치, 선거가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펀드로 돈 모으는 것은 이미 유시민이 했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선거운동(이런 것 한다고는 했는지 모르겠으나)은 10년도 넘게 된 것이고, 서울시정을 행정중심이 아니라 공공의 참여가 바탕이 된 거버넌스로 하겠다는데 정확히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용산참사로 상징되는 재개발 문제,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재정조정문제, 그리고 오세훈이 막장질 해놓은 서울시 재정 건전성 문제(SH공사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이런 것을 거버넌스 어쩌고로 풀겠다는데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아리송합니다. 뭐 그래도 전 무조건 야권 단일후보를 일단은 지지합니다만...


ps)뉴데일리에서 요새 "참여연대가 대기업 때리면, 대기업이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고 하더군요. 전 그런데 '우리편 이겨라' 논리에서 이걸 무작정 옹호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이 다른 단체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 목적도 다르지만,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그밖에 시민사회단체를 별개로 구별해서 보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재단이 기부 받아서 좋은 일 하는 단체지만, 아름다운 재단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참여연대, 그밖에 시민사회단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죠. 시민사회단체의 풀이 매우 작기 때문에 거기서 거기입니다. 강용석처럼 "참여연대가 기업을 비판했고, 그걸 빌미삼아 박원순이 기업 삥뜯어서 아름다운 재단이 돈 벌었다(???)"식의 주장은 개소리지만 그와 별개로, 박영선이 말한 것처럼, 그리고 박원순 지지율의 가장 큰 공을 세운 안철수의 생각대로, 현재 우리 사회의 최대 문제인 '불공정한 기업 생태계', 즉 재벌문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재벌의 거대한 힘에 맞서서 민주적 권력, 즉 사람들 머릿수를 모아서 공정경쟁 등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대기업에게 후원금을 받아서는 좀 그렇죠. 뭐 박원순이 정치인일 때는 안 받은 것이고 일반인일 때 받은 것이니까 괜찮다고 무조건 박원순 편에서 선의로 응원하는 것까지 말릴 생각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