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현대사회에서 아나키즘과 깊은 관련을 가지는 NGO운동과 시민권력과 대의민주주의의 관계를 간단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은 오래 전에 내가 읽은 글 중에서 아나키스트적 관점에서 NGO와 국가권력의 관계를 기술한 어떤 문서들 몇개에서 부분부분을 조금씩 표현만 바뀌어 짜집기한 느낌입니다만, 어쨌든  그냥 생각해 볼만한 글입니다. 박원순의 낙천 낙선운동을 포함한 의미까지 기술한 것이므로 의미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출처로 생각되는 원래의 글들은 아나키스트적 관점에서 NGO의 정치 단체화와 권력화를  비난하는 문서들입니다.
지금 박원순의 문제는 단순히 그와 관련된 몇가지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당히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것입니다. 직접민주주의든 간접민주주의든 민주정치제도에서의 실천상의 문제점과 함께 거론되어야할 시민단체문제이니까요. 그리고 현재 아니키스트운동은 NGO운동과 겹쳐지기에 아나키즘 계열에서 볼 때는 더욱더 중요성을 갖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글이 어떤 식으로 쓰여졌든 그런 것을 떠나서,  이 짧은 글이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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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의정치하에서 시민권력은 없다.
                                                                                                                                            출처 : 중앙일보,   2000년 3월 13일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 시민이 세상을 바꾼 사례야 역사 속에 어디 한 두 번이겠는가 마는, 혁명적 사회공학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아고라(agora)와 담화 방식이 변화한 오늘날, 세계화된 한국의 NGO들은 1987년 그날처럼 시청광장에 모여 내일 아침의 찬란한 혁명을 꿈꾸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의 역동성은 더욱 강화되고, 인터네트의 질기고 질긴 거미줄은 세상을 더욱 조밀하게 엮어 가고 있는 지금, 건강한 시민사회의 강화는 민주주의의 확대에 필수 조건이다. 시민사회의 역동성은 시민운동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때늦은 시민사회의 르네상스이긴 하지만, 총선연대를 비롯한 최근의 정치-NGO들은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대의정치하에서의 모든 정치운동은 필연적으로 권력화한다. 총선연대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인정하는 한, 대의정치가 진정한 사회조직 및 의사결정 방법이 아니며, 평등한 사회적 개인을 보증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정치-NGO가 제공하는 공천부적격자 명단과 낙천운동은 디디알의 화살표보다도 무의미하다.

도덕적인 시민들이 대리인을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했다고 해서 대리인과 시민의 권력관계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듯이, 대의정치하에서 '참여의 확대'는 악덕 대리인을 바꾸는 일(그러나 164명의 공천부적격자 중에 이미 많은 사람이 공천되었고, 보나마나 많은 사람이 당선될 것이다)일뿐, 대리인과 시민의 평등한 권력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리인, 대표가 있는 사회에서는 그가 후덕한 대리인이건 사악한 대리인이건 간에 어떤 의사결정도 권력에 의한 왜곡은 불가피하며, 거기에 저항하는 정치운동 역시 권력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선거철이 되면 나타나는 고질적인 현상은 급조정당, 철새정치인만이 아니다. 다양한 NGO들, 심지어는 커다란 환경적 이슈를 두고 서로 다투던 단체들마저도, '연대'라는 이름하에 하나같이 '정치-NGO'로 옷을 갈아 입거나, 급조된다. 가장 신뢰받는 환경운동 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을 보라! 이는 지난 날 한국의 NGO에 체질화되어 있는 민주화 투쟁에 대한 향수와 관성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녹색 외투를 걸쳤건, 회색이건, 붉은 색이건 간에 모두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20세기 식 사회운동의 매너로, '환경파괴, 생태계 위기는 인간과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며, 왜곡된 정치가 바로잡혀야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정치는 알파요 오메가이기 때문'이라고 '녹색의 정치화'를 근엄하게 변명할 것이다.

NGO는 '시민사회가 필요로 하는 특정한 임무(의제)'를 띤 한시적인 시민의 자발적인 대표기구이며, 그 힘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NGO가 정치권력화한다면 이른바 '이문열씨의 홍위병 의혹(중앙일보 2월8일자)'만 키울 뿐이다. 그것은 기성 정치권력의 임무교대를 위한 절차일 뿐, 제3권력이 아니다.

각급 NGO는 거리의 악사인 양 행동하라! 행인들에게 웃음을 나누어 줄 '의무'만 있을 뿐, 행인의 '감사'와 '자선'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왜냐하면 감사와 자선은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NGO의 성공은 탈정치화, 전문화, 분업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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