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온 중성미자(muon neutrino)가 빛보다 빠르다는 것을 보여준 실험 때문에 난리다. 이것이 실수나 오작동 때문인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참 기다려 봐야 물리학자들이 어느 정도 확실한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 같다.

 

 

 

뮤온 중성미자가 진짜로 빛보다 빠르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물리학과 철학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뉴턴 물리학에서는 절대적 시공간을 가정한다. 이것을 아인슈타인이 무너뜨렸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간다. 만약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은 거꾸로 간다. 하지만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결론이다.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과론은 무너지지 않는다.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보는 운명론은 옛날부터 유행했다. 여러 신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다룬다. 뉴턴의 물리학이 정립된 이후로 운명론은 절대적 결정론이라는 이름으로 과학과 철학에 침투했다. 절대적 결정론에 따르면 미래는 완벽하게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 현재의 상태를 완벽하게 알 수 있고, 근본적인 물리 법칙을 완벽하게 알 수 있고, 완벽한 계산 능력이 있다면 미래의 모든 사건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미래는 완벽하게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은 미래를 알 수 있다”.

 

양자 역학이 이런 절대적 결정론을 무너뜨렸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양자 역학의 강력함을 인정하면서도 통합 이론을 통해 양자 역학을 뛰어넘으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절대적 결정론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문학적 표현이 그의 믿음을 잘 드러낸다. 아인슈타인은 근본적인 수준에서는 우연이 없다고 본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근본적인 수준에서 전혀 우연이 없는 우주도 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우연이 있는 우주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 여행이 가능한 우주는 논리적으로도 가능한 것 같지 않다. 현재의 사건이 과거에 영향을 끼치면 그 바뀐 과거 때문에 현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히 분기하는 우주를 가정한다면 모를까, 만약 우주가 단 하나라면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것은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역학보다 더 충격적일 것 같다.

 

 

 

내가 당장 궁금한 점은 두 가지다.

 

첫째, 내가 보기에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우주는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내가 뭔가 심각하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과론과 시간 여행이 모순 없이 공존할 수 있을까?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져도 인과론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둘째, “빛의 속도보다 빠르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하지만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간이 거꾸로 갈 수 없다”라는 식으로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과론을 구출할 수 있었다.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 없이 밝혀진다고 해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인과론을 구출할 수는 없을까? 즉 “중성미자보다 빠르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하지만 중성미자의 속도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간이 거꾸로 갈 수 없다”라는 식으로 상대성 이론을 수정할 수는 없을까? 이런 식으로 이론을 수정한다면 빛이 조금 섭섭해 하겠지만 인과론을 구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빛에는 어떤 엄청난 특권이 있어서 그런 식으로 이론을 수정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일까? 따라서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이 밝혀지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덕하

201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