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양보한 것이 패착이 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뒤축이 떨어져 나간 구두 사건, 희망제작소가 삼성으로부터 7억을, 현대로부터도 고액을 기부받은 사실, 본인의 포스코 등 기업 사외이사 재직 등의 검증은 어차피 치러야 할 과정이고 거기에서 받는 타격은 일정 부분은 예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부분보다는 박원순이 서울시장으로서 원만한 시정수행능력이 있는지가 더 걱정스럽습니다. 
박원순은 한강르네쌍스 사업의 계속여부와 관련한 발언으로 홍역을 치룬 탓인지, 이번에는 거꾸로 한강의 수중보를 없애 생태계를 복원하여 한강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한 모양입니다. 박원순이 수중보를 꼭 없애겠다는 확실한 발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조선일보는 이것을 빌미로 박원순이 한강 수중보 없앴을 때의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만약 박원순이 한강수중보를 없애겠다고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발언했다가는 그것으로 끝날 것입니다. 이런 공약은 독배를 드는 것이고 자충수를 두는 것이죠. 박원순은 모든 사안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지 않고 관념적으로 갖고 있는 막연한 진보, 친환경의 이상에 매몰되어 대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환경단체와 생태습지 현장에 가서 한강 보의 처리 문제에 대해 대답하는 과정에서 보의 철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조선일보에 꼬투리를 잡혔습니다.
 
한강에는 잠실대교 밑에 잠실 수중보, 행주대교 아래에 신곡 수중보가 있습니다. 이 보들은 높이가 약 2.4m 정도 되는 낮은 보들입니다. 이 보들 때문에 한강은 연중 물이 찰랑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유람선도 다닐 수 있으며, 윈드서핑, 오리보트, 모터보트 등 수상 스포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실 수중보는 서울시민 수도물의 취수를 할 수 있게 합니다. 한강의 대부분의 다리는 수중보가 있는 상태에서 설계되고 시공되었고, 한강 양변의 시설들도 수중보에 의한 수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지요. 오세훈이 만든 세빛둥둥섬, 천변분수대 등도 모두 이 수중보가 있는 상태의 한강 환경에 맞춰 건설되었습니다. 주변의 둔치나 자전거도로 등도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만약 보를 없애면 이런 기존 시설물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현재 운용하는 사업들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도 신곡수중보에 의해 수위가 유지되는 현재의 상태를 전제로 설계되고 건설되어 다음 달에 완공을 앞두고 있지요. 경인운하의 김포갑문은 신곡수중보가 없어지면 가동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경인운하에 주운용 물을 한강이 공급하기 힘들어 경인운하의 운용도 제약을 받을 것입니다.
신곡수중보를 없애면 서해의 바닷물이 밀물 때에는 한강으로 거슬러 올라오게 되고, 잠실수중보에 의해 수도물을 취수하던 것에 대한 대책을 위해 팔당댐으로 아예 취수원을 올리거나, 잠실 수중보 위에 또 다른 보 비슷한 시설물을 만들어 취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경부운하, 경인운하, 4대강 사업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해 왔지만, 현재의 한강 보 철거도 멍청한 짓으로 생각하여 절대 반대합니다.
보를 철거하여 한강 하류의 습지를 조성, 생태계를 복원하여 친환경 한강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보의 설치가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그에 맞춰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어 습지 등의 복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된다고 한들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이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현재의 한강의 수질도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를 철거한다고 해서 얼마나 수질이 좋아질지도 모르겠고, 건기에 팔당으로부터 공급되는 물의 량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 한강의 수질이 걱정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4대강의 보는 물의 흐름을 막아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어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팔당댐에서 이미 물길이 막힌 상태라 낮은 수중보가 있는 것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런 환경문제는 저도 단언할 수 없지만, 문제는 보를 없앴을 때의 부작용과 그에 따르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그런 비용을 치를 만큼 보의 철거가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에 도움이되는지에 대해 극히 회의적입니다. 

오세훈의 한강르네쌍스사업도 황당했지만, 박원순의 수중보 철거도 황당하기 마찬가지입니다.
수중보의 철거에 따르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따져보지도 않고 철거를 입에 올리는 박원순을 보면 서울시장으로서의 자질이 크게 의심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예전에 썼던 경부운하, 경인운하, 4대강에 대한 글을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