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욕망에너지 --- 진화의 원동력

 

"당신은 지금 욕망을 경험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을 읽고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욕망의 발견, 13p]

 

인간은 왜 감정과 욕망을 가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답변은 감정과 욕망을 갖게 된 조상이 감정과 욕망을 갖고 있지 않았던 조상들보다 생존과 번식에 보다 더 유리했기 때문에 인간이 감정과 욕망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할 것이다.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좋은 것이고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나쁜 것이다. 기분 좋은 것은 더 얻으려고 욕망하게 되고, 기분 나쁜 것은 피하려고 욕망하게 된다. [욕망의 발견 164p]

 

생명체는 감각기관, 신경기관, 운동기관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외부환경과 외부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적절한 수준의 반응행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적절한 수준의 반응행위는 성공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고, 적절한 수준의 반응행위는 적절한 수준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감정과 욕망은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며, 어떤 일을 실패로 만드는 주범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감정과 욕망에 휩싸이면 정확한 판단과 적절한 행동이 어려워져서 개체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욕망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John Tooby and Leda Cosmides <진화심리학의 개념적 기초, 이덕하 옮김>에서 감정이 하위 프로그램들의 활성화를 조율하는 상위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기제 조율의 문제에 대한 해답인 감정들

만약 도사리고 있는 사자를 보았기 때문에 육식 동물 회피를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고, 그와 동시에 자기 수용적(proprioceptive) 신호들이 잠 프로그램들을 활성화한다면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었을 때에는 일부 프로그램들을 압도하는 상위(superordinate) 프로그램들(예컨대, 육식 동물 회피 서브루틴들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에는 잠 프로그램들을 비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이 마음에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게다가, 각 구성 요소가 몇 개의 대안적 상태들 중 하나를 취하는 식으로 인지 구조의 서로 다른 여러 구성 요소들이 동시에 활성화함으로써 많은 적응적 문제들을 가장 잘 풀 수 있다(예컨대, 육식 동물 회피에는 심장 박동수와 청각적 예민성(acuity, 예민한 정도) 양쪽에서 동시에 변환(shifts)이 일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적절한 때에 적절한 구성(configuration, 배치)을 취하도록 이런 구성 요소들을 조율할 상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는 감정들이 그런 프로그램들이라고 제안했다(Cosmides & Tooby, 2000b; Tooby, 1985; Tooby & Cosmides, 1990a). 진화적 표준들(evolutionary standards)에 따라 기능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한 시기에도 그 합동 산물(joint product)이 불협화음을 내거나 자기 파괴적(self-defeating)으로 되지 않고 기능적으로 조율되도록 마음의 여러 하위 프로그램들이 지휘될 필요가 있다. 이 조율은 상위 프로그램들 감정들 의 집합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견해에 따르면, 감정들은 기제 지휘라는 적응적 문제에 대한 반응으로 떠오른 적응들이다. 이 견해는, 조상 시절 상황들의 통계적 구조와 그 상황들이 마음에 있는 기능적으로 전문화된 프로그램들의 일습과 맺는 관계에 대한 탐구가 감정들을 지도화하는 데 있어 중심적임을 함축한다. 왜냐하면 어떤 때에도 프로그램들을 가장 유용하게 (또는 가장 덜 해롭게) 배치하려면 직면한 상황의 정확한 본성에 결정적으로 의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 66P)


 

이런 틀에 따르면, 인간 감정 프로그램들의 집합들은 인간의 진화적으로 적응한 환경(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edness)의 통계적으로 정의된 구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진화한 설계들을 취하게 되었다. 각 감정 프로그램은 진화적으로 반복되었던 특정한 상황 사건들, 조건들, 행위들, 선택(choice) 결과들 사이에서 되풀이되었던 확률적 관계들(마음의 설계에 대한 선택적(selective) 결과들로 이어졌을 정도로 충분히 긴 진화적 시간에 걸쳐 지속되었으며, 인간에 의해 탐지될 수 있는 신호들과 확률적으로 결합되어 있었던)의 집합 에 의해 부과된 선택 체제(selective regime)에 의해 구성되었다. (진화 심리학의 개념적 기초, 71P)


 

 

한편, 욕망의 발견(윌리엄 B. 어빈 지음,윤희기 옮김)에서는 감정이 욕망의 근원이 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욕망의 근원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감정이다. – 흄은 감정을 열정(passion)이라고 불렀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의 감정이 우리의 쾌락적 종국적 욕망 기분 좋은 것을 느끼고 싶고 기분 나뿐 것은 피하고 싶은 욕망 의 근원이라는 사실이다. ……(중략)…… 감정은 종국적 욕망을 형성하는 데는 전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종국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게 해주는 도구적 욕망을 형성하는 데는 젬병이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는 또다른 욕망의 근원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지성이다. (흄은 이것을 이성이라고 불렀다.) 지성은 도구적 욕망을 형성하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욕망의 발견, 90P)


 

 

위에서 인용한 기제 조율을 위한 상위 프로그램으로서 감정과 그러한 감정에 기반한 욕망이 어떠한 구체적인 과정을 거쳐서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함을 주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설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위에서 인용된 것 외에 다른 사람들이 이미 제시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음. 혼자만의 생각이므로 남들에게는 다 보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멍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생존을 위한 효율적 에너지 자원배분

 

아마도 가장 단순한 <생존기계>라 할지라도 실행 가능한 2가지 행위 모드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하나는 <생존기계> 자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먹이획득 행위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생존기계>를 지속시키는 번식행위 모드이다. 그러나 이하에서는 설명의 편의상 번식행위 모드는 제외한다. 다만, 번식행위 모드의 경우에도 몇 가지 독특한 특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이하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논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다음 기회에 ………)

 

번식행위 모드가 제외된, 가장 단순한 <생존기계>X라고 가정하자. 생존기계 X는 특정한 먹이(P)가 주는 p라는 자극에 대해서 a(획득)라는 반응행위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나머지 다른 모든 자극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때 a라는 반응행위를 만들어내는 생존기계의 내부적인 메커니즘을 모듈 A라고 가정하자. (이러한 반응행위와 더불어 또 다른 특정한 자극에 대해서는 회피(도망)이라는 반응행위를 하면 더 잘 생존할 수 있겠지만, 회피(도망)이라는 반응행위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P라는 먹이로부터 p라는 자극이 주어지고, 이를 생존기계 X가 감지하면 즉시로 이러한 자극에 상응하는 모듈 A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모듈 A는 자극의 원천인 먹이(P)를 획득하는 생존기계 X의 반응행동 a를 만들어 낸다. 모듈 A는 반응행위 a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혹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단련된) 경험으로 생존기계의 운동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생존기계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명령체계를 가지고 있다. (요약하면, 먹이(P) -- 자극(p) -- 생존기계X (모듈 A -- 반응행위 a) --  먹이획득)

 

 

생명체간에 아무런 경쟁이 없고 특히, 천적과 같은 위협요소가 없으며,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이 주위에 널려 있고, 또 그러한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생존기계 X는 잘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현실성이 너무 없으므로 좀더 현실적으로 먹이자원이 한정되어 있거나 변화하고 있으며, 생명체간에 경쟁이 발생하는 외부환경과 이에 상응하는 (생존기계 X보다 진화된 성공적인 돌연변이로서) 생존기계 Y를 가정해 보자.

 

생존기계 Y는 모든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한정된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경쟁자들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Y는 결과적으로 경쟁자들 보다 안정적으로 더 많은 먹이를 획득하는 것을 추구한다. 생존기계 Y X가 할 수 있는 먹이 P에 대해서 a(획득1)라는 반응행위 외에 추가적으로 먹이 Qq라는 자극에 대해서 B라는 모듈을 작동시켜 b(획득2)라는 반응행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생존기계 Y가 반응행위 a b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는 동일하고 또 생존기계 Y가 먹이 P Q를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의 양도 동일한 것으로 가정한다.

 

지금까지 생존기계 Y는 하루에 먹이 P Q 10개씩 먹을 수 있었다고 가정하면, 생존기계 Y가 먹이 P Q를 맞닥뜨릴 확률은 5 : 5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외부환경에 존재하는 먹이 P Q의 비율이 5 : 5에서 8 : 2로 변화했다. 합계기준으로 먹이 P Q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전제하면, 먹이 P는 갑자기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먹이 Q는 갑자기 크게 감소하는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먹이 P를 획득하기 위한 반응행위 a를 만들어내는 A모듈의 B모듈 대비 과거의 상대적 사전적인 활성화 기대치 50%보다 더 자주 활성화 된다. 이것은 a라는 반응행위의 결과치로부터 긍정적인 감정에너지를 발생하게 한다. 과거에는 하루 동안 10번의 획득행위가 있었고 이를 기대했는데 오늘은 16번의 획득(60% 증가)이 발생하였으므로 긍정적 감정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동시에 반대로 먹이 Q를 획득하기 위한 반응행위 b를 만들어내는 B모듈은 A모듈 대비 상대적 사전적 활성화 기대치 50%보다 덜 자주 활성화 된다. 이것은 b라는 반응행위의 결과치로부터는 부정적인 감정에너지를 발생하게 한다. 하루 동안 10번의 획득행위를 기대했는데 오늘은 4번의 획득(60% 감소)이 발생하므로 부정적 감정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환경의 변화가 총량기준에서 변화가 없는 상대적인 변화를 가정하였으므로 A모듈과 B모듈은 상대적인 관계에 있고 A모듈에서 발생한 긍정적인 감정에너지는 동시에 B모듈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너지로 작용하는 것이다.

 

만약에 발생한 감정에너지가 한꺼번에 즉시로 모두 모듈 A B의 사전적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욕망에너지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감정에너지가 욕망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모듈의 상대적 사전적 기대치가 크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잘 활성화 되며, 그 모듈과 그 모듈에 따른 반응행위를 위해서 다른 모듈/반응행위 보다 더 많은 내부적인 에너지자원을 기꺼이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그것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더 많은 에너지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은 깊이와 넓이의 측면에서, , 더 밀접하고 더 강하게 운동기관을 통제할 수 있거나 또는 더 많은 운동기관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하루 동안 발생한 결과를 가지고 사전적 기대치를 그러한 결과에 맞추어서 즉각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외부환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보면, 하루 동안의 일은 일시적으로 변화된 현상에 불과할지도 모르므로 하루 동안 발생한 결과를 가지고 사전적 기대치를 한꺼번에 조정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조금도 조정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환경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것인지를 사전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듈 A는 긍정적인 감정에너지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사용하던 수준의 에너지 자원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 자원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는 모듈 B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수준의 에너지 자원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므로, 모듈 B는 이러한 사용 가능한 에너지 자원의 감소에 저항한다. (이 말은 사전적 기대치의 조정이 완만하게 이루어진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생존기계 Y는 하루 동안의 결과치를 기초로 모듈 A와 모듈 B의 긴장관계 속에서 외부환경의 변화가능성의 일부분을 반응행위 패턴에 반영함으로써 불확실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

 

오늘 하루 동안 먹이 P의 획득률은 과거 평균 대비 60%가 증가하였지만, 모듈 A의 사전적 기대치는, 예를 들어 20%만 증가시키고, 모듈 B의 사전적 기대치는 20%만 감소시킨다. 결과적으로 감정에너지의 20%는 모듈 A B의 사전적 기대치를 증가/감소시키는데 직접적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80%의 감정에너지는 욕망에너지로 전환되어 모듈 A B에 중첩된다. 모듈 A 또는 B가 비활성화 상태가 되어도 모듈 A에는 긍정적 욕망에너지, 모듈 B에는 부정적 욕망에너지가 잠재되어 있게 된다.

 

 

특정한 모듈에 중첩된 욕망에너지는 그 모듈의 활성화 가능성의 정도(생존기계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의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 특정한 자극에 대해서 어떤 모듈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활성화될 것인가는 자극 대비 각 모듈의 적합도와 모듈 자체의 사전적 기대치의 상대적 크기, 자극 대비 각 모듈에 중첩된 욕망에너지의 크기 등등이 동시적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생각된다이러한 것들이 어떤 모듈이 우선적으로 활성화되어 생존기계의 에너지 자원을 통합적(혹은 배타적)으로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작용한다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여전히 먹이 PQ8 : 2로 비율로 유지된다면, 생존기계 Y의 사전적 상대적 활성화 기대치도 온전히 8 : 2로 조정될 것이다. 욕망에너지는 결국 사전적 기대치의 조정이 완결됨으로써 혹은 완결될 수 있을 때 사라진다(해소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감정과 욕망에너지는 생존기계가 외부환경에 존재하는 먹이와 맞닥뜨릴 확률에 맞추어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적합한 모듈의 활성화 확률을 일치시키는 메커니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 존재하는 먹이 PQ의 존재량 맞춰서 거기에 맞는 모듈을 더 많이, 더 정교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부여하는 쪽으로 조정한다. 감정과 욕망에너지의 작용에 따라 외부환경의 먹이 PQ의 비율의 변화에 맞춰서 생존기계의 내부에 존재하는 모듈간 에너지자원의 사용에 대한 권한 비율이 조정된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발생하는 과거와의 차이를 반영해서 내부적인 에너지 자원의 사용, 즉 반응행위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생명체와 그렇지 못한 생명체 중에서 어떤 생명체가 보다 성공적으로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자명해 보인다.

 

 

2.  욕망하기를 멈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존기계 Y가 획득할 수 있는 먹이가 총량기준에서는 변화가 없었던 앞에서의 가정을 변화시켜서 총량기준에서 변화하는 새로운 외부환경의 변화를 도입해 보자.

 

환경의 변화 1 : 지금까지 생존기계 Y는 하루 동안 먹이 P Q 10개씩를 획득(합계 20)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먹이 P 20개 먹이 Q 10개를 획득(합계 30)할 수 있었다. 이때, 생존기계 Y는 긍정적인 감정에너지와 욕망에너지를 경험한다.

 

환경변화 2 : 지금까지 생존기계 Y는 하루 동안 먹이 P Q 10개씩를 획득(합계 20)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먹이 P 5개 먹이 Q 10개 획득(합계 15)할 수 있었다. 이때, 생존기계 Y는 부정적인 감정에너지와 욕망에너지를 경험한다.

 

이러한 외부 먹이 환경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충분히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변화라고 전제하면, 그 장기간의 조정과정에서 감정에너지와 욕망에너지가 모두 해소되고 나면 더 이상의 감정에너지나 욕망에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순전히 기계적인 조정의 결과이지만, 현실적으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생존기계 Y가 과거에 최대로 획득 가능했던 먹이의 양과 그 당시에 발생한 긍정적 감정에너지가 모두 사전적 기대치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실에서 먹이 획득 결과치는 확률적으로 경험(예를 들어 정규분포)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생존기계 Y가 특정한 시점에서 획득하는 먹이의 양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과거에 획득했던 최대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생존기계 Y에게는 최대수준의 먹이 획득 경험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게 되지만, 그러한 최대수준은 일상적으로 달성될 수 없으므로 사전적 기대치는 항상 그 최대수준에 미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지속적으로 최대수준에 대한 욕망에너지를 일상적으로 갖고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욕망이란 과거의 경험치(간접, 직접)에 미치지 못하는 <결핍>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욕망에너지가 항시적으로 표출(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관련된 모듈과 이에 잠재된 욕망에너지가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외부환경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으며, 일정한 수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면, 생명체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결과치는 사전적 기대치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고 이는 정형화된 모듈의 정형화된 반응행위를 가져오는 무료함, 따분함이 훨씬 더 일상적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적절한 수준의 반응행위를 조직하기 위한 사전적 기대치의 조정 과정은 감정과 욕망에너지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과도한 반응(overshooting)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정규분포에 따르는 외부 먹이환경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도 실제로 생명체가 특정한 시점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먹이의 숫자는 항상 변화하고 있고, 생명체는 이러한 변화가 (사전적 기대치 조정이 필요 없는) 일시적인 변화인지 (사전적 기대치를 조정해야만 하는) 장기적인 변화인지를 알 수 없다. 결국 생명체는 일시적인 변화라 하더라도 그 변화의 일부에 대해서 사전적 기대치를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결과적으로 볼 때, 일시적인 과도한 사전적 기대치의 조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사전적 기대치의 조정과정이 완결되기 전에 유사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정리되지 못한 감정에너지와 욕망에너지가 뒤섞여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감정이 앞서는 반응행위를 보이게 된다.

 

 

한편, 먹이 P가 완전히 없어지면, 모듈 A는 더 이상 활성화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즉 모듈 A에 내재된 사전적 기대치가 완전히 0으로 조정된다. 이 때 생존기계 Y는 모듈 A를 내부 시스템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리는 것이 유리한가 아니면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한가? 쓰지 않는 물건도 잔뜩 보관하게 되는 인간의 속성에 비추어 보면, 보관(저장)하는데 그리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만 아니라면, 혹시라도 언젠가 사용하게 될지도 모를 물건(모듈)을 버리는 것보다는 보관(저장)하고 있는 것이 보다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듈들은 나중에 과거의 기능과는 상이한 다른 기능으로 재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무수히 많은 모듈들(혹은 유전자들?)은 아마도 지금까지 생명체가 진화해 오면서 언젠가는 열심히 사용했었던 과거의 화석화된 유물들이 아닐까?

 

 

몸형성계획의 진화에서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는 아주 적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인간과 유인원과의 차이는 적어도 유전자의 차이 3%로는 잘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다. 3%라는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 혹은 있는 것 같다라는 모순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이것은 아마도 인간의 진화는 육체적 생물학적 진화보다는 모듈의 갯수(신경계)를 크게 증가시키거나 모듈의 다양한 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특화되었다라고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모듈과 이렇게 많은 모듈간의 원활한 자원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감정과 욕망에너지 메카니즘에 특화된 인간의 진화전략이 인간과 유인원을 구분하게 해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과 관련된 좀 더 진전된 이야기는 다음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

 

 

3. 감정과 욕망에너지 - 진화의 원동력

 

감정과 욕망에너지 메커니즘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옛날 어느 한 시점에서 동물들은 신경조직을 획득하여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신경조직들은 더욱 복잡해지고 그렇게 복잡해짐에 따라 논리적인 능력, 기억력, 그리고 좋은 기분과 나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능력등도 증대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능력들의 조합이 세계 최초로 보상 시스템이 내장된 동물을 낳게 되었다. 내 생각에 그 동물들이 욕망의 능력도 지닌 최초의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일이 어쨌든 이 지상에서 - 2억년 전에서 3억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동물의 뇌는 대뇌의 변연계 조직을 발전시켰다. (욕망의 발견, 171P)


 

 

모듈화된 의식, 기억, 그리고 감정과 욕망에너지의 메커니즘이 보다 명확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위에서 인용된 바와 같이 약 2억년 전에서 3억년 전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모듈화된 의식, 기억, 그리고 감정과 욕망에너지는 그 기원이 되는 어떤 것, 원시생명체가 가지고 있던 어떤 속성()이 보다 명확해지는 형태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고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무엇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겼다고 보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면 접근/획득하고, 불리하면 도망/회피하는 반응행위를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자극에 대해서 적절한 반응행위를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메커니즘이 요구된다. 이렇게 에너지를 집중시켜서 사용하는 메카니즘이 정교화되면서, 신경계가 진화하면서, 접근/획득과 도망/회피의 반응행위가 감정과 욕망에너지 메커니즘과 더불어 정교화 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상태(기쁨, 즐거움, 사랑 등)와 부정적인 감정상태(슬픔, 분노, 두려움(공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감정은 특정한 경험으로부터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그 특정한 경험이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적적 감정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기본적인 감정에너지로부터 조금 더 확장된 형태의 감정상태는 특정한 경험에 대해서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느낌을 형성하는 감정상태다.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감정상태는 기본적인 감정상태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경험으로부터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것보다 더 나아가서 그러한 감정상태를 가져오게 했던 자극의 원천에 대해서 호불호의 지향성을 가지면서, 자극을 인지하는 단계에서 작용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확장된 감정상태는 기본적인 형태의 욕망에너지이다.

 

보다 전형적인 형태의 욕망에너지는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에너지를 모두 즉각적으로 모듈간의 사전적 기대치를 조정하는데 사용하는 대신에 이를 지연시켜서 보다 완만하게 사전적 기대치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좋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위해서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사용하도록 하는 대신에, 현재 상태에서 좋거나 나쁜, 혹은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도를 판단하고 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나 에너지 자원을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각각의 생명체와 그 생명체 내에 존재하는 모듈들은 모두 끝임 없이 더 많은 에너지 자원을 사용하고자 경쟁한다그리고 충분히 오랜 장기간에 걸쳐서 특정한 기능(기관)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러한 기능(기관)에서 더 많은 변이를 가져올 가능성의 증가로 이어지고, 더 많은 변이가 가능하면, 성공적인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동시에 증가된다. 충분히 오랜 장기간 동안을 가정하는 경우, 이런 저런 기능을 뭉뚱그려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던 원시적인 모듈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역할에서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면서, 더 많은 에너지 자원이 할당되면서, 그 모듈들은 확장되고 정교화 된다. 마찬가지로 뭉뚱그려져 있던 감정과 욕망에너지의 원시적인 메카니즘도 특히 동물에서 ()신경계라는 새로운 기능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해서 보다 급속하게, 보다 분명하게 확장되고 정교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진화>는 순전히 우연히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보다 원시적인 생명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보다 앞선 선택에 의해서 제약을 받는) 여러 가지 속성들 중에서 특정한 속성 혹은 몇 가지 속성들을 고도화하고 다양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인간을 포함하는 수 많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들이 진화한 것이다. 기존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던 원시적인 기능은 마찬가지 과정으로 진화한 감정과 욕망에너지의 메커니즘과 결합하여 보다 나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명체의 갈망을 기반으로 진화했으며, 앞으로도 진화할 것이다.

 

진화는 선택압이라는 외부의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 개체가 수동적으로 우연한 변이를 통해서 적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체 내부에서 외부 환경의 선택압에 대응하는 에너지 자원배분을 통해서 일정한 방향으로 에너지 자원이 집중된다는 측면에서 지향적 능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류하는 원시생명체

 

최초의 생명체로부터 아주 조금 더(?) 진화한 원시생명체를 가정해 보자. 이 원시생명체는 당연히 신경(기관)은 없고 이동을 위한 운동(기관)도 없는 단세포 덩어리였을 것이다. 이러한 단세포 덩어리 생명체는 이동을 위한 운동(기관)이 없으므로 물결이 흐르는 대로 흘러 다녔을 것이다. 다만, 먹을 수 있는 먹이의 자극을 알 수 있는 감각기관의 원형이 되는 것이 있고 그러한 먹이의 자극에 획득이라는 반응행위를 할 수 있는 운동(기관)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표류하는 단순한 단세포 생명체는 먹이로부터 시작되는 어느 정도의 자극에 대해서 반응행위를 하는가? 적합한 먹이가 주는 100%로 정확하게 일치하는 자극에 대해서 반응행위를 하는가? 아니면 50% 정도 일치하는 자극에 대해서 반응행위를 하는가? 반응행위를 일으키는 자극의 강도는 아마도 100%에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완화되는 과정을 거쳐서 적정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적정한 수준에 이르는 과정은 보다 성공적인 돌연변이를 통해서 상당한 장기간에 걸쳐서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100%라는 초기값 조차도 불확실성이 있다. 어느 정도를 100%로 단세포 덩어리가 감지하는가! 99.999% ?, 99.0000%?

 

100% <확실한 자극>으로 대체해 보면, 표류하는 원시생명체는 <확실한 자극>에 대해 반응행위를 일으키며, 그러한 <확실한 자극>의 적합도는 예를 들어 98%부터 100% 사이에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원시생명체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주로 대부분 98% 근처에서 경험된다면 이 원시생명체는 반응행위를 일으키는 자극강도 범위의 아래 쪽, 98% 근처에서 반응행위를 활성화하기 위한 내부적 에너지 자원이 집중되고 이러한 에너지의 집중은 자극강도의 범위를 아래 쪽으로 확장하는 성공한 돌연변이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생명체는 기계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계를 확정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가 있으며, 그러한 미세한 차이들 중에서 특정한 차이가 완연한 차이를 갖는 것으로 진화한다. 그러한 미세한 차이는 단세포 생명체에도 사전적 기대치, 차이에 대한 감정, 기억, 욕망의 원시적인 속성들의 기원이 되며, 이러한 원시적인 속성들이 작동하는 원시적인 자원배분의 메커니즘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미세한 차이가 완연한 차이로 확장되는 진화과정, 즉 원시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과정에는 수 많은 세대에 걸친 장구한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꿈틀거리는 운동성의 획득

 

꿈틀거림이 <전혀> 없는 단세포 원시생명체를 가정할 수 있는가? 아마도 <완연한> 꿈틀거림이라는 운동성을 갖지 못한 원시생명체라 하더라도 미세한 꿈틀거림이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먹이 획득을 위한 반응행위도 미세한 꿈틀거림의 일부이고, 유기물로 이루어진 젤리와 같은 생명체 자체가 가지는 말랑말랑함도 미세한 꿈틀거림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꿈틀거림은 표면적을 증가시킴으로써 먹이와의 조우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유리함을 갖는다. 다만, 꿈틀거리는 운동을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 자원보다 그 운동을 통해서 획득한 먹이의 에너지 자원이 더 커야 한다.)

 

이러한 미세한 꿈틀거림의 때와 일치하는 성공적인 먹이 획득의 누적적 경험은 이러한 꿈틀거림 쪽으로 에너지 자원을 집중하게 만들고 또 이러한 에너지 자원의 집중은 성공적인 변이(완연한 꿈틀거림이라는 운동성을 갖는 개체의 등장)의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주성에 따른 이동

 

1) 이동이라는 운동성의 강화

물 속에서 꿈틀거린다는 것은 단순한 표류를 넘어서 미세한 이동을 발생시키는 원천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미세한 이동이라는 운동성은 어느 수준까지 확장될 수 있을 까? 무작위적인 이동은 확률적으로 원시생명체에 이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먹이가 많은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먹이가 없는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으므로 이득이 없는 반면, 이동을 위해서는 에너지 자원이 소모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초기의 이동이라는 운동성은 원시생명체의 외부환경의 먹이 조건에 따라 체적 확장을 최적화하는 만큼 강화되었을 것이다.

 

2) <미세한 이동>으로부터 보다 진화된 <확대된 이동>이라는 운동성과 특정한 방향에서의 성공적인 먹이 획득의 누적적 경험은 그 특정한 방향으로의 이동에 에너지 자원을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 특정한 방향으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과 결합하면서 주성 이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성을 갖는 성공적인 변이를 만들어 낸다. (주광성, 주화성, 주지성, 등등)

 

이러한 주성은 새로운 감각(기관)의 등장을 의미한다. 먹이의 자극을 감지하는 기존의 감각(기관)으로부터 이와는 별도로 빛 또는 화학적인 자극을 감지하는 새로운 감각(기관)의 등장이다. 원시생명체는 우연한 돌연변이로 이러한 감각(기관)을 갖게 되었지만, 이것이 성공적인 돌연변이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원시생명체에 이러한 감각(기관)과 그에 따른 이동성의 필요가 성숙되어 있을 때에 비로서 가능한 것이다.

 

 

4. 주관성의 기원

 

 

나는 가장 원시적인 수준에서조차, 신경계는 모두 주관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주관성의 기반이 되는 의식이 있다면, 그 의식은 신경계 기능이나 생물에 속하지 않는 신경계 기능의 등가물 영역 안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세포 동물에게 자극반응성이 있어서 외부 자극에 대해 조직적이고 목표지향적인 행동으로 반응한다는 걸 안다. 그러한 세포 성질이 아마도 감각세포와 근육세포가 표현하는 반응성과 운동성의 기원일 것이다. 그래서 반응성과 주관성이 원래 단세포에 속하는 성질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만일 그렇다면 세포들이 조직되어서 신경세포 회로인 집합체가 되는 것처럼 원시 주관성도 신경계가 표현하는 의식과 주관성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꿈꾸는 기계의 진화, 로돌포 R. 이나스 지음, 김미선 옮김, 168P)

 

이러한 관찰은 단세포 안에 원시적인 방식의 지향성, 즉 감각기능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과 관련된 어떤 능력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감각질이 그러한 원시 감각기관이 전문화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거기에서 출발하여 더 고등한 유기체가 보여주는 다세포의 공동느낌현상까지 이동하는 데에도 개념적으로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다면, 감각질은 근본적으로 단세포의 성질(이 감각 기능 전문 회로의 법칙에 의해 증폭되어서)에서 일어나는 게 틀림없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꿈꾸는 기계의 진화, 301P)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극에 대해서 의식(모듈)과 이에 잠재된 욕망에너지가 작동하고, 그리고 이렇게 활성화된 의식(모듈)이 반응행위를 현실성 있게 집행하기 위하여 유전 혹은 경험으로부터 조직화된 다른 모듈들을 통합하여 생명체가 가진 에너지 자원을 동원한다다양한 반응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은 다양한 의식 모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외부환경의 변화가 적다면 조직화된 몇 가지의 모듈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그리고 외부환경이 변화하면 감정과 욕망에너지 메커니즘이 작동해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기존의 조직화된 모듈 구조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조직화를 통해서 새로운 반응행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다양한 반응행위, 보다 유연성 반응행위는 감정과 욕망에너지 메커니즘의 진화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주어진 조건이 동일하다면, 보다 많은 종류의 먹이에 대해서 보다 다양한 획득이라는 반응행위를 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획득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므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할 것이다.

 

 

단순화된 설명을 위해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모듈 A B만을 가지고 있는 두 개체를 가정해 보자. 두 개체는 동일한 유전자와 동일한 모듈을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개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경험했던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역사)이 다르므로 두 개체의 모듈 A B에 대한 상대적 활성화 강도는 다르다.(차이가 있다.) 아마도 엄격하게 전제된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한 두 개체가 완전히 동일한 외부환경의 역사 속에 존재했다면>이라는 가정을 도입하면 두 개체가 가지고 있는 모듈 A와 모듈 B의 활성화 강도는 완전히 일치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엄격한 가정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 가정을 좀더 완화하여 <유전자가 동일한 두 개체가 유사한 외부환경의 역사 속에 존재했다면>이라는 전제를 도입하면, 유전자가 동일한 두 개체가 가지고 있는 모듈 A와 모듈 B의 활성화 강도는 유사하기는 하지만 미묘하게 다를 것이다.

 

두 개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역사(과정)에서 경험했었던 감정에너지와 욕망에너지의 강도가 달랐을 것이고 이것에 따라 역사적으로 결정된 각각의 모듈들의 상대적 활성화 강도가 미묘하게 다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체가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질 수밖에 없는 <주관성>의 기원이 된다

 

생명체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물리법칙에 따라 작동되고 있으며, 생명체는 그러한 외부환경을 감각기관을 통해서 인지하고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적절한 반응행위를 조직하고 실행(실천)한다. 그런데, 개체가 가지고 있는 외부환경에 대한 (물리)법칙성의 인지는 불완전한 상태이다. 일부분은 옳은 것이고, 일부분은 잘 못된 것이다. (사실 모든 학문, 이론, 주장들도 마찬가지이다.) 외부환경에 대한 (물리)법칙성의 불완전한 인식은 잘 못된 반응행위(물리법칙에 위반하는 반응행위)를 가져올 수도 있고, 물리법칙에 따르는 반응행위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며, 보통의 경우 이러한 행위들이 뒤 섞여서 실행된다. 또한 물리법칙에 따르는 반응행위이면서도 각각의 개체가 다른 반응행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원시인 세 명이 토끼를 사냥하는데 A는 돌멩이를 던져서 토끼를 잡으려 하고, B는 막대기를 던져서 토끼를 잡으려 하고, C는 염력으로 돌멩이를 날려서 토끼를 잡으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원시인 C 99.9999%의 확률로 실패할 것이다. 이유는 물리법칙을 위반한 실천행위이기 때문이다. (0.0001%의 확률로 그 순간에 갑자기 돌풍이 불고 그 돌풍이 돌멩이를 날리고, 또 그 돌멩이가 토끼에 맞아서 토끼를 잡을 확률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반면에 원시인 A B는 물리법칙에 따르는 실천행위를 계획하고 있으므로 각각의 과거의 단련의 정도와 실제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토끼를 잡을 확률이 C에 비하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아무튼 A B는 물리법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실천행위를 선호할 수 있다.

 

과거로부터의 경험(유전자 수준을 포함)에 따라 형성되는 현재 상태에서의 선호가 다르며, 이러한 다른 선호는 결국 장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다른 태도와 다른 반응행위를 가져온다.

 

이렇듯이 각각의 개체가 가지고 있는 차이, 즉 주관성은 각각의 개체가 전혀 관계 없이 독립적으로 알아서 살아갈 때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동의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간집단을 포함한 생명체들이 공동의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개체의 주관적 인식과 그것으로부터 기인하는 서로 다른 실천행위(잘 못된 반응행위뿐만 아니라 잘 된 반응행위라 하더라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공동체의 실천 목적에 반하는 반응행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객관성(법칙성)이다. 객관성(법칙성)을 부정하면, 공동실천의 가능성도 부정된다. (이것과 관련된 좀 더 진전된 이야기는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