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학교 스포츠단 응원갈 일 없는 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연고전 참 맘에 안듭니다. 아주 이해를 못하는건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행사는 어디나 있으니까요. 제가 다녔던 대학에서도 보불 전쟁이라하여 불문과-독문과 연례 체육 대회가 있었습니다.

먼저 마음에 안드는건 연고대 주위에서야 그렇다쳐도 왜 시가 행진을 허용하냐는 겁니다. 국가 행사도 아니고 전국민 대상 스포츠도 아닌데 왜 연고대와 무관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냐는 거지요.

그건 그렇다치고 넘어갑니다. 제일 마음에 안드는건,

연고대의 체육 정책입니다. 체육 특기생 정책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는 거, 이거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국민 총동원 시대인 70년대까진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스포츠 전문 인력 양성하여 국위선양해야할 단계입니까?

체육 특기생들이 모여 전적 이기면 그 학교 학생들 체력이 더 건강하다는 지표가 됩니까?

미국의 하바드, 예일 정기전은 모르지만 옥스브릿지 요트 대항 경기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명문 사학 정기전은 모두 체육 특기생 제도와 무관합니다. 순수한 아마춰 대항전이지요.

대학만 그렇습니까? 우리나라에선 참 이상한 신화가 있습니다. 운동 잘하는 애는 운동만 해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비인기 스포츠도 모두 밥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국가가 지원해라.

다른 나라 그렇습니까? 제가 알기로 안그렇습니다. 그건 각자가 책임질 일입니다. 얼마전 대구 육상 월드컵에 출전한 세계적 선수의 직업은 경찰이더군요. 저번 월드컵에 출전한 뉴질랜드의 국가대표 축구 선수 직업은 은행원이었습니다. 제가 아는한 외국에선 당연히 개인의 선택으로 받아들입니다.  (다른 이야기인데 전 홍대 인디 밴드들도 음악만 하면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국가가 지원하라는 주장도 못마땅합니다. 제가 알기로 다른 나라에선 당연히 투잡합니다. 꽤 이름있는 재즈 뮤지션 중에도 투잡 뛰는 사람들 많습니다. 물론 인디 밴드만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라면 적극 찬성입니다.)

외국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어릴적부터 유스팀에서 뛰며 운동만 한다구요? 제가 알기로 법 엄격합니다. 유스팀 뛰어도 받아야할 수업 받도록 법에서 강제합니다. 즉, 운동선수는 운동만 해야 한다는 논리는 오히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논리입니다.

스포츠 밖의 시선으로 볼까요? 서울대 동경대 정기 야구 대항전이 있습니다. 서울대 한번도 못이겻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보면 감탄이 나옵니다. 동경대에는 고등학교 시절 야구 선수가 당당히 시험 합격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동경대 졸업하고 프로 리그에 뛰어드는 선수도 몇 나왔답니다. 서울대는 제가 알기로 지금까지 배출한 유명 스포츠 선수는 황보관 한명일겁니다.

이러니 서울대가 동경대를 못이기는 겁니다.

선진국들은 이렇게 지와 체를 조화시킵니다. 공부할 애는 공부만, 운동할 애는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논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논리는 야구팀 만들어놓고 어찌 양반이 배트를 휘두를 수 있냐며 하인에게 전담시켰던 조선시대 양반의 구닥다리 전통이 박정희 시대의 국민 총동원 이데올로그와 결합된 괴물일 뿐입니다.

제 생각에 연고대가 정말 한국을 선도하는 대학이라 자부심을 갖는다면 더 이상 낡은 스타일 고집하지 말고 연고전을 순수 아마춰 제전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가더군요. 고대 정신 김연아...

글쎄요. 제가 고대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만 지금 상당수 사립대가 연예인 입학시켜놓고 학점 줘서 졸업시킨다는거...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영 이름이 안알려진 대학에서 그러는 거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름 절박한 사정이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연고대 수준의 대학에서 지와 체를 조화시켜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배출할 생각을 하기는 커녕 자꾸 편법으로 기운다는거...

아무튼 지금 연고전 참 마음에 안듭니다. 만에 하나 지금 연고전이 순수 아마춰 제전으로 바뀌었다면 이 글은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ps - 죄송합니다만 아크로 최초 오프는 11월로 연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10월 말에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죄송합니다. 조만간 관련 공지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