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지금 방금 하루키의 1Q84 2권을 다 읽었습니다. 다 읽은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몇 글자 남겨두려고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지금 잠시 지방에 내려와 있어요.

그리고 잠들기 전에... 이 느낌을 옮기고 싶네요.

1Q84 1권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습니다. 하루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거 아니야? 글마다 등장하는 "귀" 페티시즘,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 그리고 나른한 문장. 현실에서 갑작스레 빠져드는 판타지적 도약. "양을 쫓는 모험" 이후 늘 등장하던 방식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다가............. 갑작스레 깨달았습니다. 하루키가 달라졌다는 것을.

어떤 부분이었는지도 생각납니다. 읽다가 갑자기 잠시 쉬시는 마님을 깨워서 그 부분을 읽어주다가 잠자는 사람 방해한다고 혼났거든요.

지금 1권을 누군가에게 빌려줘서 그 부분을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누워서 읽다가 벌떡 일어날만큼 하루키는 달라졌네요. 어떤 쪽으로 달라졌냐고 하면............... 그는 마침내 뛰어 오른 것 같아요. 어떤 다른 경지로.

늘 비슷한 캐릭터, 비슷한 문제, 유사한 상상력을 풀어쓰다가 마침내 어떤 통로를 발견한 겁니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구 같은 곳을 발견하고 마침내 통로를 통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간 것이죠.

혹은 같은 종류의 상상력을 계속해서 휘감다가 마침내 그 상상의 실을 둘둘말아 '상상력의 번데기"를 꼬아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상상력 번데기 안에는 새로운 질의 "하루키"가 들어 있었던 겁니다.

그의 소설이 더 이상 감상적이지 않아요.나른 하기는 하지만 허무하지도 않군요.
장치는 더 정밀해 졌고 문장은 더 리듬이 강해졌고, 마침내 어떤 종류의 우아한 유머감각이 흐르기 시작하네요.

보더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그의 소설이 여전히 감상적이기는 해요. 하지만 이전의 센티멘털리즘하고는 확연하게 다르군요. 좀 더 깊은 곳에 와 닿는다고 할까요?

안타까운 것은 이 소설이 아무런 결말도 클라이막스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굳이 있다고 말하자면.......... 어떤 종류의 클라이막스는 있군요. "아오마메"파트에서 그녀가 한 행위, 그녀가 느낀 감정은 확실히 클라이막스라고 부를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아오마메와 덴고는 아직은 아무런 접점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의 용어를 빌려서 표현하자면 "어떤 개념적이고 다의적인 접점"을 가졌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실제적인 접점은 아니라고 표현할 수 있겠군요.

한 5권짜리 소설의 2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하루키는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갔다가는 마무리할 어떤 방법도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끝내는 것도 괜찮아요.

네, 소설 속에 나오는 소설 "공기번데기" 처럼 어떤 통로를 발견하는 것에서 끝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이미 "공기번데기"에서 암시했잖아요. 그러니 장치가 더 정밀해 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나라면 이야기를 더 풀어갈 것 같아요. 결코 이대로 덴고와 아오마메를 내버려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는 그 두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군요.

두 명의 사랑스러운 캐릭터에게 밤 인사를 나누고 싶네요. 나 역시 두개의 달을 보면서 잠들고 있다고.

그리고 하루키의 도약에 축하를 보내고 싶군요. "상실의 시대" 이후 최고의 성취를 이룬 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