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당=민주당의 말뜻을 놓고 너무 얘기가 길게 늘어지는 거 같아..

영남인들이 민주당=호남당이라고 할때는 여기 분들이 생각하는 그 비하적 뉘앙스를 "안깔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한나라당=영남당인 것 같고, 민주당=호남당인 것 같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의 의미로 그 말을 쓰는 게 일반적이죠.(=밑에 agnostic님도 이 걸 말하려 했던 것 같고..)

그러다 선거철이 오면 각자가 그 말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1)일부 어르신들은 민주당=호남당을, 김대중=빨갱이=민주당이니까 민주당은 안돼!라는 의미로 쓰고..(=왜곡된 지역주의) 

2)그렇게 까지 생각 않는 더 많은 어르신들은 한나라당=영남당, 민주당=호남당이니 부정부패가 쩔던,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던, 영남사람인 나는 한나라당을 찍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한나라당을 찍습니다.(=순수한 지역주의)

그런 어르신들의 틀에박힌 사고가 한국정치를 말아먹고 있다고 생각한 영남 후세대들이 이 구도를 깨기 위해 노력한 노무현을 호남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집권 시킨 후로는..

3)한나라당=영남당은 지역주의다. 민주당=호남당도 지역주의다. 그리고 지역주의는 나쁜거다. 고로 한나라당=영남당이면 안되고 민주당=호남당이어도 안된다..뭐 이렇게들 사용하게 된 거죠.

근데 이 말은 표면적으로는 영호남 지역주의 모두를 극복하자는 뜻이 담겨있었지만 실천적으로는 한나라당=영남당의 지역주의를 깨면, 민주당=호남당의 지역주의는 자연히 깨지게 된다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죠, 노무현이 그랬고, 그를 지지하는 노유빠도 그렇게 썼고, 그래서 호남사람들도 3)번 명제의 진정한 함의를 그런 식으로 이해했고.. 

아무튼 3)의 의미는 노무현 이후 영남 후세대들에게 그 표면적인 의미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게 됐고, 그래서 영남인들이 민주당=호남당이라고 할때는 2)+3)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1)의 왜곡된 의미로 쓰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줄고 있었는데..(이명박 정부 들어 웹을 중심으로 좀 늘어난 듯..)

문제는 노무현 집권기 동안 3)의 명제를 제대로 실천했다면 영남에서는 민주당의원이 탄생하고, 호남에서는 한나라당 의원이 탄생하고 그래서 지역구도가 점차 무너지는 현실이 목격됐어야 했는데, 현실은 참으로 기묘하게 흘러갔다는 것..

3)을 목놓아 외치던 노유빠들도 정치를 직접 해보면서 영남에서 3)을 실천한다는 게 말과는 다르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민주당 뱃지 달고 영남에 진출하는 짓이 자기 정치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것은 물론 자기 정치생명을 무모하게 내던지는 자살행위임을 깨닫고, 모두가 그 실천을 기피했던 것..

그런데 어쨌든 정치에 입문은 했고 자기 정치생명은 연장해 가야 하니 그 탈출구를 민주당 내부의 파이를 나눠먹는 것에서 찾기 시작했는데..그러면서 부터 모든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거였죠..

영남에 가서 민주당 깃발 꼽고 지역주의 극복을 외쳐야 할 양반들이 하나같이 기존의 지역구 텃밭을 일군 민주당 다선 의원들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소리를 하게 되면서, 3)이 처음 사용되었을 때와는 거꾸로 민주당=호남당의 지역주의를 깨면, 한나라당=영남당의 지역주의는 자연히 깨지게 된다로 그 의미가 뒤집혀 버렸죠..

이른바 지역주의 양비론의 등장, 근데 이게 2)의 순수한 지역주의 양비론과는 다른 것이 2)에는 없던 지역주의는 나쁜 것이라는 가치판단이 녹아있어 이 말을 쓰는 노유빠들에 의해 민주당=호남당=나쁜 것의 마타도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3)의 어법이 그렇게 뒤틀리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변형된 명제가 바로..

4)한나라당=영남당은 지역주의다. 민주당=호남당도 지역주의다. 그리고 지역주의는 나쁜거다. 고로 민주당=호남당은 나쁜 거다..가 되었고,

이 명제속에 담긴 현실인식을 하나씩 뜯어보게 되면..

한나라당=영남당은 지역주의다(=어쩔 수 없는 현실) 민주당=호남당도 지역주의다(=뜯어고쳐야 하는 현실) 그리고 지역주의는 나쁜거다(대전제) 고로 한나라당=영남당이면 안되고(불가능함을 알고 삭제) 민주당=호남당이면 나쁜 거다(이것만 부각시키면서 물고 늘어짐,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전략적 출발점이라는 말로 포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참다못한 난닝구들이 노유빠를 미친듯이 욕하기 시작했는데..

그 노유빠는 민주당=호남당을 4)의 의미로 말하면서 늘 3)의 의미로 말한다고 우기고 있고, 영남인들 다수는 늘 그랬던 것 처럼 2)+3)의 의미로 말하는데 노무현 정부 이후 양극화가 심해지고 정치불신이 깊어가면서 3)의미로 말하던 이들도 점차 2)의 의미로 회귀하고 있는 중..

그러니 민주당=호남당의 발언이 1)과 결부되어 인종주의적 수사요, 4)와 결부되어 윤리적으로 글러먹은 패륜적 수사다는 난닝구들의 일갈이, 노유빠든 일반 영남인든 그 어느쪽에게도 잘 안먹히게 된다는 빌어먹을 현실.. 

1)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이들은 투철한 반공의식 때문에 그 발언이 올바르다고 믿고 있고 또 이들은 영남을 대표하는 세대에서 밀려났기 때문에 영남사람들 조차 민주당=호남당=인종주의적 수사로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4)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이들은 대개 3)의 의미를 앞세워 돌려막기를 하거나 4)라고 비난하는 행위를 피해의식으로 규정하고 어물쩡 넘기다가 그래도 계속 비난하면 4)가 왜 나쁘다는 거냐?고 반문하면서 4)를 3)의 의미로 친절하게 해설까지 주는데..그걸 알고 그러는지 몰라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고..

근데 실제 영남인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1)을 말하는 이들은 생물학적 연령이 다해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고, 4)를 말하는 이들은 웹상에서는 그 세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 영남 현실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듯..(다만 그 세력이 정치권에 진출해있거나 언론과 매체를 움직이는 여론주도층에 포진해 있어 영남을 과잉대표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가져오는 것 뿐..)

고로 agnostic님의 생각처럼 민주당=호남당을 실제로는 2)나 3)의 의미로 쓰는 영남사람들이 절대 다수일 듯..


아마도 그 점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달라 밑의 논의가 불필요하게 길어진 게 아니었나 싶어 교통정리를 살짝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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