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당시 7그램 운운했던 사람으로서 괴롭지만.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곽교육감 사건에 대해 듣고 있습니다. 전 곽교육감이 정말로 선의로 돈을 주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 적용은 전문가가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여기 게시판에 오르고 있는 논쟁을 보며 느낀 점을 조금 쓰자면,

이렇게 이야기를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정리되는게 나의 이해에 맞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 어쨌든 곽교육감의 행위가 용납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선거 공영제를 우선 지지하니까요. 선거 공영제의 핵심은 국민 세금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겁니다. 그 이야긴 역으로 그만큼 선거에 낭비적 요소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거지요. 아무나 마음껏 돈 걱정없이 출마할 수 있는 자유는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내 세금 맘대로 탕진할 자유를 뜻합니다. 

꼭 비교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겠지만 프랑스의 국립 그랑 제콜의 경우 누구든 평생 딱 한번의 입학 기회만 부여된다고 합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니만큼 -운 나쁘게, 혹은 뒤늦게 공부 재능이 꽃핀 개개인으로선 억울할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최대한 다수에게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곽교육감의 행위가 - 그 개인으로선 선의일지 모르나 - 합리회된다면 이는 공영제 자체를 흔들 소지가 충분합니다. 아니라구요?

예를 들죠. 별로 오래전 일도 아닙니다. 이른바 선거꾼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일단 출마입니다. 선거 운동 열심히 하지 않고 향우회, 동문회, 문중 기타 등등해서 자신이 확실히 챙길 수 있는 조직표만 챙깁니다. 그리고는 박빙의 승부에 시달리는 유력 후보 찾아갑니다. 딜하죠. 몰아주고 사퇴합니다.

에이, 설마?

안믿기면 한동네 오래 살아온 노인들께 물어보십시요. 그런 사람 한두명씩 꼭 있습니다. 선거마다 출마하면 집안 말아먹어야 정상인데 그런 딜로 잘 먹고 산다...물론 감옥도 한두번 갔다 옵니다만.

또 좋은 예가 있죠. 어느 대학 교수가 강의실에서 했다는 실험...100달러 지폐놓고 경매 붙이기. 그러면 99달러 쯤에서 멎어야 하는데 기어이 백 달러를 넘어갑니다. 거기엔 한가지 비밀이 숨겨져있습니다. 낙찰 직전 참가자의 돈은 교수가 갖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어찌 되냐. 직전 경매 참가자는 불과 1불 차이로 자신의 돈을 날릴 수 있으니 경쟁자보다 1불씩 더 부릅니다. 그렇게 서로 부르다보면 100달러 지폐 경매가는 게속 치솟습니다.

그런 딜이 횡행하는게 과연 선고 공영제 취지에 맞을까요? 그 딜이 선거 비용 보전에 머무를까요? 선의면 봐주고 악의면 처벌할까요? 그걸 뭘로 구별할까요? 판사 맘? 여론조사? 우리편이면 선의, 상대편이면 악의? 1년뒤에 실행하면 선의, 기간 중에 하면 악의?

두번째 문제입니다. 전 진보 개혁 진영이 너무나 편의적으로 정치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때마다 '국민' 내걸죠. 국민이 원하는 바에 따라 분당하고(사실은 권력 투쟁) 국민이 원해서 합당하고(사실은 당선 욕심) 국민의 요구에 따라 참신한 제 3당 만들고(이 또한 권력 투쟁) 국민의 요구를 모르는 제 1야당은 도저히 같이할 수 없다 비난하고(사실은 세력화 욕심) 그러다 국민이 원해서 연대하고(자기 세력 한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그러다 또 국민의 뜻을 모른다는 이유로 양심과 정의를 들먹이고(단일화에서 몫 더 챙기기) 그러다 다 실패하면 국민이 후져서라고 탓하고.

피곤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느끼는건 무책임입니다. 국민은 그만두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도 무책임해요.

아무도 출마하라 등 떠밀지 않습니다. 출마하면 자기가 책임지는 겁니다. 식당 차렸다 망하면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라 여기면서 왜 자신이 출마했다 망하면 왜 국민이 사정 봐줘야 하는 겁니까?

자영업이 정치보다 덜 중요한 겁니까?

오바마와 힐러리 사례를 드시던데 제가 볼 때는 핀트가 맞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미국은 선거 비용에 제한이 없는 걸로 압니다. 자기가 알아서 모금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제가 잘 알진 못하지만 오바마는 자기 돈으로 빚을 갚아준게 아니라 힐러리의 정치 후원금 모금에 앞장섰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나마도 다 갚지 못해서 힐러리는 오바마의 국무장관 제안에 '알겠지만 내가 빚을 갚아야하기 때문에 국무장관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는군요. (사족이지만 그러자 오바마가 '지금 내 상황은 미국 경제만 신경써도 될까 말까다. 그 외 일을 전적으로 맡길 사람이 필요하다. 당신 빼고 누가 있냐. 내가 후원금 모금 앞장서겠다. 플리즈...' 해서 힐러리 마음이 움직였던 걸로.) 

국민의 이름으로, 혹은 명령으로 단일화...이제 지겹습니다. 그렇게 단일화가 중요하고 연대하겠다면서 지금 현재 몇개로 나뉘어 있습니까? 선거때마다 앞으로 국가 운영을 위해 뭘 하겠다(정책)보다 이기기 위해 뭘 한다(단일화 방법 등등)를 이슈로 내거는게 과연 바람직할까요? 식당에서 고객에게 어떤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보다 '저쪽 식당 악덕 업체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웃 식당들과 연대해서 어쩌구..'하고 있으면 그 식당 좋아할 고객 얼마나 있을까요?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두가지죠. 지금 제도는 선거 비용 보전 받을 수 있는 기존 정당에게 유리하지 않냐. 참신한 제 3세력은 불리하지 않냐. 맞습니다. 그런데, 그래서요? 다시 말하지만 그 문제 해법은 내게 어떤게 이익이냐입니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습니다. 선거 공영제하에서 듣보잡과 선거꾼들까지 돈 걱정없이 출마하게 하는게 이익이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물론 전 정당 정치의 틀을 유지하며 정당을 바꾸는 정치가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누구든 사업할 수 있습니다. 중소 기업 고유 업종을 지정해서 생태계를 조성하는건 바람직하지만 동네 전파사하던 사람이 티브이 생산하겠다며 '기존 티브이 제조사의 기득권으로 말미암아 경쟁이 안되니 생산량을 줄여라'라는건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그 전파사 아저씨가 획기적 아이템을 발명하고 그 특허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그 결과 소비자의 선택이 이어진다면 그건 아주 좋은 례가 되겠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선거 공영제 폐지해야죠. 그 경우 이른바 등장하는 제 3세력은 다 부자입니다. 그냥 부자가 아니라 엄청난 거부. 그게 국가적으로 이익이면 제가 할 말 없고.

마지막으로 정말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대안은 교육감 선거에 더이상 눈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정당 공천제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교육은 국가지백년대사이니 정치에 물들면 안된다고 떠드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다 헛소리입니다. 그 소리야말로 고도로 정치적인 이야깁니다. 비정치적이라 낙인찍은 영역을 확대하여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하에 두겠다는 욕심이죠.

그렇지 않다면 결국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뤄야 하는 교육감 후보들은 - 번호만 잘 받으면 당선될 수 있다죠?- 언제든 제2의 공정택, 제 3의 곽노현이 될 수 있습니다. 곽노현이 공정택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는건 저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 참 이런 글 쓰기 싫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