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야권, 진보개혁 진영의 정치지도자로 떠오르는 인물은 대부분 영남 출신이냐? 여기에는 모종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배경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의문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음모론적 시각'이라고 비판하고 계십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음모'에 의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렇게 정밀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시나리오를 짤만한 세력도 없거니와 그런 세력이 있다 해도 이런 결과를 의도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거의 무소불위의 능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인간이 아니고 신적인 존재라는 것이죠. 설혹 그런 존재가 있다고 해도 이 문제에 관한 아크로의 논쟁의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음모에 의한 결과가 아닙니다. 실은 음모가 필요없죠. 음모란 것은 아직까지 자신의 입장이나 존재를 공개하기 어려운, 공식화하기 어려운 소수 세력이 사회의 공식적인 분야에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입니다. 영남 출신만이 진보개혁 진영의 정치지도자로 떠오른다는 지적에 대해 '음모론적'이라고 반박하는 것 자체가 음모론에 대한 몰이해이거나 영남패권 현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영남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음모'를 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학계 등등 대한민국의 보든 분야가 영남패권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데 왜 구질구질하게 음모 따위를 동원합니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죠.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안철수만 해도 그렇습니다. 솔까말, 안철수가 백신 자체를 통해서 이룩한 업적은 특별한 게 없습니다. 지금 IT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V3나 기타 안랩의 보안 서비스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나름 선전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 정도입니다. 뭐가 대단한가요? 백신을 개발해서 공짜로 뿌렸다가 나중에 기업용부터 유료화하는 방식, 그거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벤처들이 하는 방식입니다. 오히려 안철수보다는 이찬진이 아래아한글로 훨씬 먼저 두각을 나타냈고 제품 자체로 얻은 성과도 훨씬 크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찬진이 그렇게 떴나요?

내가 알기로 안철수도 기업 운영하면서 어려움 많이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 위기를 잘 넘겼죠. 그 위기를 잘 넘기지 못했다면 지금의 안철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위기는 대한민국에서 IT 특히 소프트웨어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겪는 것이고 그런 위기를 설혹 넘긴다 해도 지금의 안철수처럼 크게 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안철수만 특이하게 저렇게 성장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기술력이 뛰어나서? 그건 아니라고 이미 말씀드렸고. 도덕성이 우월해서? 걍 웃지요. 두 말하면 잔소리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도덕성 따위는 장애물이었으면 장애물이었지 그 자체로는 경쟁력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안철수는 특별한 기술력도 없고 그렇다고 경영능력이 특별한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달리 저렇게 성장했을까요?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궁금합니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티맥스소프트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안랩과 달리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했고 솔직히 말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룬 업적으로 보자면 결코 안랩보다 작지 않습니다. 아니, 개인용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출발해서 점차 기업용 시장으로 확대해간 안랩과 달리 처음부터 기업용 제품 그것도 외산이 매우 강력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미들웨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서 승리한 기업입니다.

그것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금융시장에서 이룩한 성과입니다. 미들웨어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제품에서도 외산과 대등하게 경쟁해서 굉장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매출액도 안랩보다 훨씬 많았죠. 티맥스소프트의 실제 창업자이자 대주주 P씨가 바로 광주상고 출신입니다. 하지만 이 P씨는 몇몇 IT전문지에서 다뤄준 것 말고는 철저하게 메이저 언론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물론 안랩과 티맥스소프트, 안철수와 P씨를 대조하면 비웃는 분들 많을 겁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모두 좋은 평을 듣는 안철수와 달리 P씨는 욕도 무척 많이 먹습니다. 그 욕먹는 게 내가 보기에는 나름 다 근거가 있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지금 조중동 이하 제도언론이 추켜주는 기업인들 특히 영남 출신 기업인들은 다들 안철수만큼 깨끗하고 흠결이 없어서 저렇게들 칭송+빨아주기를 해주는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이거 부인할 수 있습니까?

무엇보다도 기업 경영하면서 위기에 처한 안철수가 그 위기를 저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뭔가가(그게 제도적 지원이건 여론의 지원이건 뭐건 간에) P씨에게도 있었다면 저 P씨가 저렇게 욕을 얻어먹어가면서 악착같이 기업을 경영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욕을 바가지로 먹는 일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티맥스소프트는 거의 부도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회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경영적으로 이룩한 성과만으로 보자면 안철수나 안랩은 P씨나 티맥스소프트가 이룩한 성과의 절반에도 미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영남패권 때문에 우리나라 자원(resource)이 영남에 편중 배분된다는 얘기를 하면 토론 범위를 영남 지방에 건설된 생산설비 등 단순한 물질적 인프라 투자에 관한 얘기로 국한 및 축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아니죠. 그건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자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에 걸친 것이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영남 출신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기회의 편중 아닌가 싶습니다.

진중권이 헛소리 찍찍댄 것처럼 호남 지방의 일인당 생산량이 전국 평균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는데 그건 호남 인구가 먹고살 게 없어 서울이나 영남 지방으로 빠져나간 결과죠. 여기서 얘기를 극단적으로 전개하면 호남 출신들, 호남 지역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냥 호남 뜨면 됩니다. 수도권이나 영남으로 이민(?)가면 됩니다. 그런데, 그걸로 문제가 해결되나요? 아니죠. 다들 아시잖습니까? 그때부터 홍어족 사냥, 전라디언 사냥, 빨갱이 사냥이 본격화된다는 것을.

내가 보기에 안철수 현상, 보다 본질적으로 말해서 영남 출신들이 진보개혁 진영의 막강한 정치 지도자 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이러한 요인 말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학계 등등 대한민국 모든 분야의 자원이 영남에 편중 배분되기 때문에 정치 특히 진보개혁 진영의 결과물도 영남 위주로 나타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런 배경을 무시하고 현재의 영남 편중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바로 인종주의입니다. 보다 적나라하게 설명하자면 영남 출신들이 인종적으로, 유전적으로 호남이나 기타 지역보다 더 우수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립 가능한 다른 설명이 있다면 한번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우스갯소리 같지만 실제로 영남 출신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친구들, 실제로는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는 저 '우월한 유전자' 논리를 믿고 있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이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냉정하게, 합리적으로 분석해보세요. 저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흔히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게 결국 그 핵심은 '애초부터' 호남과 영남은 다르다는 겁니다. 그 애초부터가 뭘 의미할까요? 종자 즉 유전자 즉 인종이 다르다는 얘기죠. 이거, 우습게 들을 얘기가 아닙니다. 영남인종주의라는 표현은 사실 원래의 의도보다 훨씬 깊은 함의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정작 이 친구들이 숨기는 게 실은 뭐냐면요, 자신들은 '오직 영남만' 우월하고, 즉 지들이 가장 우월하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들 자신들보다 열등한 종자들이라고 믿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 싹 씻고 오직 호남에 대해서만 '호남은 열등한 종자, 같이 살 수 없는 종자'라고 선전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호남 출신들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영남 포위론을 주장하면 '영남이 호남보다 인구나 모든 측면에서 훨씬 우월한데 싸움이 되느냐?'고 둘러칩니다. 대립전선이 영-호남 사이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실은 영남-비영남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감추려는 수작이죠.

안철수 현상의 근인(根因, 근본원인)은 바로 이러한 영남패권주의, 영남 인종주의이지만 또다른 근인(近因, 직접적 원인)은 바로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이 자신의 정치인생을 걸고 추구했던 근본 목표는 바로 '호남없는 개혁'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이 내세웠던 '지역주의 타파, 지역구도 극복'이 많은 사람들 특히 호남 출신이나 민주당, 진보개혁 진영으로부터 '영남패권 극복'이라는 함의로 받아들여졌지만 노무현의 실제 의도는 '호남 없이도 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노무현이 계속해서 부산에서 선거에 도전했던 것도 실은 민주당의 깃발 즉 진보개혁이라는 내용을 내걸고 호남 아닌 부산/경남 나아가 영남 지방에서도 지지를 받고 정치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노무현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일차적으로 추진했던 것은 민주당에서 호남 색깔을 빼고 부산경남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면서 그보다는 훨씬 더 쉽고 빠른 방법(노무현의 판단에 의하면) 즉 분당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노무현의 의도를 진정한 지역주의 타파 즉 영남패권의 극복이라고 받아들인 것이 노무현의 사기의 결과라면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상 가장 교활한 사기였고, 오해라면 또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슬픈 오해일 것입니다.

노무현의 정치적 노림수는 사실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먼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의 승리가 노무현의 정치적 의도의 달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노무현의 정치적 의도는 생각보다 큰 파장을 끼치고 있습니다. 우선 호남 출신 정치인들을 위시하여, 국민의정부 시절에 노무현과 함께 향후 민주당 시대를 최소한 10~20년 가량 이끌어갈 재목으로 주목받았던 정치인들이 대거 정치적 미이라 상태가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 김영환 등. 그 외에도 많죠.

또 하나, 노무현과 친노 세력들은 호남이 가진 민주화와 개혁, 진보의 상징자본을 훼손하고 망가뜨리고 그것을 자신들의 것으로 등기이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호남이 나 좋아 찍었나 하는 발언부터 시작해서 대북송금특검, 민주당 분당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래 상징자본이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교환가치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환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 배분에서 소외된 호남이 유일하게 확보하고 있는 상징자본이 바로 진보와 개혁, 민주화에 대한 기여도였습니다. 하지만 노무현과 친노들에게 이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호남의 그 상징자본을 훼손하고 뺏어오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표인 호남 없는 개혁, 영남 개혁세력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이 "대한민국이 생긴 이래 호남이 개발이나 자원 배분 등에서 소외됐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짖어댔던 것도 사실은 호남이 어떠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차별도 받지 않았다, 그러니 호남의 민주화 투쟁, 개혁적 노력이란 것은 사실상 허구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래로 부쩍 기승을 부리는 홍어 드립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근본적으로는 이명박정권 등장에 따른 호남의 급격한 정치경제적 몰락과 그에 따른 왕따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노무현의 퇴임 이후 친노 세력들 특히 부산경남 출신의 친노들이 더 이상 민주당 및 호남에게 손벌릴 이유가 없어졌다고 판단해서 대거 자신들의 원래 성향인 호남 혐오 및 영남인종주의를 솔직하게 토로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영남 친노들이 홍어드립의 주력군이라고 저는 분명히 확신합니다.

요즘 수복사이트에 부산사람이라는 노빠가 분탕질을 치고 있더군요. 이 친구 글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친노 성향이라는 것, 그리고 아이디로 봤을 때 부산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글은 한나라당이나 TK 출신보다 훨씬 노골적인 호남 혐오, 영남우월주의자, 영남 인종주의자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글의 내용으로 봤을 때 알바일 가능성은 낮고, 말 그대로 부산경남 출신 노빠들의 최근 성향과 행동양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노무현과 친노 세력의 시도는 절반의 실패이자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즉, 자신들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진보개혁 민주진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그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집권하는 시도에는 일단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시도, 호남을 죽이고 호남의 상징자본을 훼손하고 그 자본의 상당 부분을 도둑질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진보개혁 진영의 새로운 지도자들이 계속해서 부산경남 출신들로 채워지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 종결판이 바로 안철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노무현과 친노세력의 정치적 시도의 완성이자 종결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노무현과 친노세력이 미처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진보개혁 진영의 상징성, 상징자본, 성과물이 호남뿐만 아니라 친노 세력의 손아귀에서도 본격적으로 떠나고 있다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미 말한 것처럼 노무현과 친노세력이 의도했던 것은 '호남 없는 개혁'이었고, 그것은 결국 호남이 민주당을 통해서 쌓아왔던 투쟁과 희생, 헌신의 성과물을 부인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호남 출신 정치인들은 전멸하고,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성을 온통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한 영남 출신 정치인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예기치 못한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안철수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안철수는 결코 진보개혁 진영의 인물이 아닙니다. 그 성향도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봤을 때는 결코 반한나라당이나 친개혁적인 것이 아닙니다. 안철수가 최근 주목을 받으면서 한나라당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지만 그것도 분명한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최근의 국민들 분위기나 정서로 봐서는...'이라는 겁니다. 즉, 언제든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있고, 실제로도 지금까지는 지지해왔다는 겁니다. 오히려 안철수가 서 있는 근본적인 정치 포지션으로 봤을 때 민주당이나 기타 진보개혁 진영보다는 한나라당과의 거리가 훨씬 가깝습니다. 이것은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이건 뭘 말하느냐? 간단합니다. 노무현과 친노세력이 호남 및 민주당과 절연한 진보개혁 진영을 구축하고, 호남과 민주당이 진보개혁 진영에서 쌓아온 성과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실은 진보개혁 진영 전체에서 역사적 맥락이 사라진, 일종의 탈맥락화(脫脈絡化, context free)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좀더 무식하게, 적나라하게 말하면 진보개혁 진영이 모두 일종의 애비에미 없는 호로자식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안철수 같은 듣보잡이 느닷없이 나타나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주자 행세를 하는 것입니다. 아니, 실은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주자에도 관심 없고 그냥 "니들 전부 방 빼~"라고 한마디 던지는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진보개혁 진영에서 호남색 민주당 색깔을 빼려고 그렇게 용천지뢀을 해왔던 친노들이 지금 안철수의 그러한 선언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것이죠. 이건 당연한 귀결이구요, 흔히 자업자득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엉망이니 안철수 같은 작자가 혜성처럼 나타나는 것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민주당이 엉망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작자들이 누구입니까? 노무현과 친노세력들입니다. 이걸 부인하지는 맙시다.

앞으로 친노들은 안철수와 친노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강조할 겁니다. 김어준 이 새퀴가 기울이는 눈물겨운 노력이 대표적이죠. 아마, 안철수는 내년 대선에 직접 나서지 않고 문재인에게 양보할 거랍니다. 그러면서 나불대더군요. "다음 대선은 안철수 또는 안철수의 마음을 얻는 자가 승리한다"구요. 조슬 까세요, 조쓸까. 씨발럼의 새퀴가 갈수록 허접하게 놀더군요.

확실하게 얘기합니다. 안철수 아니라 안철수 할애비가 나와도 마찬가지고, 안철수가 문재인을 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새퀴들은 절대, 네버, 개혁 못합니다. 왜냐구요? 간단합니다. 이것들이 영남패권의 못자리에서 자라나 영남패권의 거름을 먹고 자라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영남패권 자체가 개혁의 핵심 타겟이기 때문입니다. 얘네들이 아무리 호남과 민주당을 부인하고 호남없는 개혁을 하려고 해도 안되는 이유가 그거에요. 호남은 죽일 수 있어요. 하지만 호남이 죽으면 개혁도 없습니다. 호남 없는 개혁? 일종의 형용모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얘네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개혁이 죽구요, 얘네들의 시도가 좌절되면 개혁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얘기입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