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가 차기 재경부 장관으로 마음속으로 밀고 있는 유종일 교수의 인터뷰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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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을 주창해온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인 유 교수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경제정책과 공약을 책임졌다. 2006년부터 3년간 문화방송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고, <한겨레>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약해 국민에게 낯익은 편이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이나 고향인 전북 출마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자리를 생각한 적은 없지만, 직접 (현실정치에) 뛰어들어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경제정책과 공약을 책임진 지 10년 만에 다시 민주당의 ‘재벌 개혁 설계자’로 복귀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노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한 날 밤(11월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선거캠프 내 주요 인사들 30여 명이 자축연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 때문에 노무현을 위해 헌신하는지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는데, 나는 “재벌 개혁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의 재벌 개혁은 처음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과 맞물려 어느 정도 성과를 냈으나, 2000년 후반기부터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재벌에 의존하다가 실패했다. 재벌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가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의 혁신적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신나는 경제를 만들기도 어렵다.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재벌 개혁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에 참여할 수 없었다. 참여했더라도 재벌 개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 개혁에 성공한 첫 대통령이 되겠다”며 강한 의지를 천명했는데….
=김대중 정부의 재벌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났다면, 노무현 정부는 재벌 개혁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재벌 개혁의 어젠다가 하이재킹을 당했다고나 할까? 개혁의 어젠다가 있고 로드맵도 만들었는데, 추진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할 때 모 재벌의 싱크탱크가 정권 운용의 밑그림까지 그려주었을 정도니 말 다한 것이지….

적하효과 실종된 재벌체제 개선해야

참여정부의 재벌 개혁이 한계를 보인 원인은.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 SK 분식회계 사태, 카드 사태가 터져 개혁을 할지 말지의 시금석이 됐다. 결국 발등에 떨어진 위기관리를 위해 관료들에게 의존하며 개혁 대신 미봉을 선택했다. 당시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에게 개혁과 분배가 시급하다고 간곡히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2003년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라는 구태의연한 성장 목표 제시였다. 또 하나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재벌, 특히 삼성의 영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이 삼성의 영향으로 대선 공약과는 달리 개혁과 분배보다 안정과 성장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유세를 다니며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정책자료집을 지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정부 출범 직전에도 이 연구소로부터 ‘국정과제와 국가운영에 대한 어젠더’란 제목의 방대한 보고서를 받았다. 노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론이나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이 연구소가 먼저 던진 화두였다.

참여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지금은 기획재정부로 통합) 기용설이 있었는데, 결과는 철저한 배제였다. 이것도 재벌 개혁 실패와 관련 있는가.=대선 기간 중 에피소드가 있다. 노 후보가 여러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에게 고맙다며 집권하면 국가예산을 내 마음대로 짤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이게 발단이 된 것이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인 2002년 12월20일 오찬 겸 선대위 해단식을 가졌을 때도, 노 당선자는 나에게 정치는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정책을 맡으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그 직후부터 당선자와의 사이에 장벽이 쳐지고, 나를 격리시키는 세력이 있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재벌 개혁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개혁도 좋지만 먹고살기 어려우니 무조건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노무현을 지지한 저소득층·중소기업·자영업자까지 이명박 지지로 돌아섰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이를 계급 배반 투표라고 비난하는데, 그런 인식으로는 재집권을 할 수 없다. 야당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선택을 받으려면 복지 확대만으로는 안 된다. 사회 양극화 심화를 낳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그 요체는 재벌 개혁, 경제민주화다. 재벌들은 계열사 확충, 골목상권과 서비스시장 장악,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재벌이 잘되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도 떡고물이 떨어진다는) 적하효과도 실종됐다.

국민이 재벌을 대하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재벌의 탐욕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돼 당장은 개혁에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편이 나아지면 개혁 의지가 시들어버린다.
=재벌 개혁은 재벌을 죽이거나 해체하자는 게 아니다. 재벌체제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원인이 나오죠. 경제 개혁 의지의 실종.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게 아니라 아예 의지가 없었다는 겁니다. 제가 최소한 경제 분야에서는 이명박과 노무현의 거리가 노무현과 김대중의 거리보다 가깝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삼성 경제 연구소에서 정책 받아쓰기 한 노무현 정부보다는 올드 패션한 관치 경제하는 이명박 정부가 차라리 나을수도 있습니다.

유종일 교수의 문제의식과 해법에는 100% 공감하지만 문제는 개혁이라는게 정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의 문제라는 겁니다. 좋은 정책이 없어서 문제 되는것 보다는 좋은 정치, 혹은 정치적 기반이 없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김대중이 임기 중반부터 보수 경제 관료에 끌려다닌 이유도 경제 개혁을 이끌어 나갈만한 정치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막대한 힘을 부여 받고도 경제 개혁을 시도 조차하지 않은 노무현의 죄상이 정말 크다는 겁니다. 

청와대 인사수석 정찬용이 언젠가 참여정부 인사 비화를 밝혀 놓은걸 보니 장관 채용 과정이 참으로 주먹 구구식이더군요. 무슨 "삼고초려'하는 식으로 능력있고 쓸법한 인재를 찾아 헤메던데... 일례로 당시 삼성 전자 사장이던 진대제를 찾아가 몇번의 설득끝에 정통부 장관에 기용했다고 하던데 참으로 실망이었습니다. 정통부 장관은 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당 차원에서, 당의 이념과 정책을 가장 잘 구현할 사람으로 내정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뭐 진대제가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미리 예정되어 있었다면 모를일이지만 그런것 같지는 않더군요.

정당이 중심이 되고, 주도를 하는 정치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으니 정부가 출범할때마다 보수적 기술 관료 혹은 외부의 명망가를 끊임없이 영입하는, 삼고초려식 인사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장관이 되니 정당과는 거리를 두고 기존의 관료 세력과 외부 세력(시민사회 단체나 기업)과 결탁해 경제 개혁을 방해하고 무산시키는 겁니다. 대통령이 어디선가 등장한 인의 장막에 의해 정권 출범 초기 부터 당과 유리되고 보수화 되는 까닭이 뭐겠습니까? 정당 따로, 대통령 따로, 관료 따로... 정치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으니 리더십이 분산되는 겁니다.

정책이 없어서 실패하는게 아니라 정치가 없어서 실패하는 거고, 다음번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정치가 실패하면 또 정책을 실패하고, 개혁을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당 바깥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지도부가 우왕좌왕 하는 현상이 크게 염려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