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출마 소식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얼마전 조선일보에 부인 인터뷰가 실리더니 역시'였습니다. 뭐 그 정도? 댓글로 누차 밝혔듯 전 정치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입장이고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길벗님이 열렬 지지하시기에 '이거 뭔가 있나?'했고 페이스북 들어가니 제 지인들 상당수가 길벗님과 비슷하더군요. 뭐 그래서,

"어쭈, 이거 장난 아닌 걸?" 했죠.

그런데 장난처럼 끝나서 역시 아햏햏. 아무튼 두서없이 든 생각들은,

박원순으로의 단일화가 과연 잘한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겠습니다. 일각에선 50프로가 5프로에게 양보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 칭송하는데 글쎄요. 솔직한 제 심정은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A라는 여자에게 프로포즈했더니(출마 선언 후 지지율 급등) 그 A가 B라는 여자가 더 낫다며 중매서는 기분? 지지자들로선 참신함 못지 않게 의구심이 커질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안철수 성격상, 또 그 주변을 보건대 그 모든 과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뭔가의 그림을 그리고 있겠죠. 그게 뭔지는 대충 여러분이 짐작하는 정도로 저도 짐작. 구체적으론 좀 더 두고 보죠.

더 중요하게는 안철수에게 거는 대중의 욕망 또는 기대입니다. 1차원적으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경고일 겁니다. 구태여 안철수를 뽑고 싶다가 아니라 안철수를 이용해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거죠. 대중들이 많이 써먹는 수법입니다. ^ ^. 그 경고가 광부님 말씀처럼 리버태리안적 욕망인지, 대기업 중심 체제에 대한 반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최근 들어 나온 안철수의 발언들은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기업 생태계'죠. 대기업 중심 체제가 건강한 생태계를 저해하고 중소기업들을 동물원으로 가두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까놓고 저도 감명받았습니다. 

그 다음은 이효리를 모른다....어느 프로인지 모르겠는데 이효리를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니 '누군데요? 이름 참 특이하네요.'라 대답했죠. 그런 모습...참신했을 겁니다. 대중문화를 모르면 트렌드에 뒤지는 것 같은 요즘 분위기에서 그의 발언은 인생 역정과 맞물려 신뢰감을 업시켰죠. 

마지막으로 '정치는 모르지만 서울은 행정이 중요하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발언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에서 과잉 광고가 판치는 요즘 뭔가 청정수를 만나는 기분도 느꼈겠죠. 

그런데...제가 주목하는 건 이런 안철수의 모습은 최근 진보개혁 진영의 제 3세력과 정확히 대척점이라는 점입니다. 

문화적으로 볼까요? 다 아실 겁니다. 노사모 이후 유세 했다하면 노래와 율동...아니 유세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정치인들이 밴드 만들었네, 노래를 부르네... 전당대회에서도 무대에 나와 춤추기 등등 아무튼 대중문화 친화적 모습을 보이려 애썼죠. 안철수가 보인 모습은 정반대입니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모든 걸 걸었고 중소기업으로 성공을 이룬 이미지만 제시합니다. 이효리도 모른다니까요.

거기에 그의 발언은 -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자기가 아는 이야기만 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한때 이 곳을 달궜던 누구처럼 정당 정치도 잘 알고 권력 운용도 잘 알고 복지 정책도 잘알고 경제 이론도 잘 알고 문화도 잘 알고 페이스 북과 트위터 등의 뉴미디어도 잘알고 인터넷 시대의 트렌드도 잘 알고 심지어 인간의 속마음까지 잘 안다는 식의 자랑이 없습니다. 정치는 모르지만 행정직이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백미죠. 경제 정책도 자신이 아는 중소기업의 실태에서 출발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에겐 시대적 과제니 뭐니 거창한 정치적 슬로건이 없습니다. 2002년 이후 제3세력들은 지역주의 정치 극복이니, 기득권 타파니, 뭔가 거창한, 그러나 알고보면 허무한 구호들을 남발했죠. 그렇지만 안철수에겐 그런게 없습니다. 기껏 내놓는데 주차난 해결 이런 겁니다. 전 그래서 그의 인기가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편이지만 거창한 슬로건 내건 세력들도 모두 쪼그라든 형편이죠.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전 여전히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판은 이미 흔들었고 대선까지 흔들 것이라 봅니다만 그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이미 흔들린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어떻게 스스로를 바꿔갈까요? 저의 관심은 그 대응입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물론이거니와 이른바 제 3세력, 구체적으로 진보정당과 유시민, 문재인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문재인은 아직 가망이 있다고 보지만 그 외는 - 제가 보기에- 장기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어쨌든,

전 내기에 이겼습니다. 푸헐. 이럴 줄 알았으면 철갑상어 알요리에 발렌타인 30년산이라도 거는 건데.

다시 공고합니다.

아크로 최초 오프

일시 - 10월 26일 저녁 일곱시
장소 - 강남 혹은 종로의 길벗님 좋아하는 호프집.
회비 - 제가 알게 뭡니까? 어쨋든 시닉스는 무료.

끗.